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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수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장(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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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체인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일반인들이나 식품산업계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중요성을 전파해 콜드체인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식품은 인류가 살아가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과거에는 단순히 활동에 필요한 영양소를 얻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생활수준의 꾸준한 향상과 함께 음식물을 즐기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뿐 아니라 수십, 수백km 떨어진 지역이나 지구 반대편에서 생산된 식품을 맛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식품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 것이 냉장·냉동기술의 성장이다. 이러한 기술은 콜드체인이라는 개념으로 발달했고 이미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의 정명수 회장을 만나 국내 콜드체인산업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 탄생은

2007년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가 연구활동에서 조직을 정비하고 2014년 정관과 명칭을 바꾸면서 다시 태어났다. 전신인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는 조직특성 상 연구용역을 수주하며 산업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지만 활동부진으로 침체돼 있는 상태였다.


저온물류의 중요성은 점점 더 부각되는데 연구회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의견들이 모여 조직개편을 감행했다. 연구회에서 협회로 발전시켜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고 제대로 된 계획을 세워서 사업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회원구성을 개인중심에서 기업중심으로, 분야를 농식품에서 식품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콜드체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농식품부로부터 정식사단법인 인가를 받아 초대회장으로 김동태 전 농식품부장관이, 2대는 이상영 전 농협유통 사장 그리고 지금 3대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회원 구성은

협회는 회원구성이 식품제조, 공급, 유통회사와 종합물류회사, 운송, 배송보관회사, 냉장기계 제조업체, 냉장냉동용기 제조사, 학자, 개인으로 구성한다. 특히 콜드체인 공급을 해야하는 물류업체와 유통회사가 관심이 크다.


콜드체인 관련된 학술적 연구, 신선물류 개발과 보급, 회원사들에 대한 콜드체인 교육과 세미나 개최, 식품박람회에 콜드체인관을 설립하고 해외의 관련단체와 협력사업을 기획한다.


적정온도를 유지하는 기술과 기자재가 필요한 만큼 투자와 산업계 발전에 선도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회원사들로 구성돼 있다. 적정온도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기술도 계속 발전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서있고 이러한 기술은 해외로 수출될 좋은 품목이 되고 있다.


식품과 의약 및 바이오산업은 기본적으로 적정온도 물류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업계이니만큼 세계적인 추세와 상품의 질을 높이는 기술발전에 대한 관심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 공급의 기준을 삼는다.


물류업계는 냉장분야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만큼 업계의 관심이 많고 인하대 물류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에 참석하는 물류 CEO들도 냉장분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냉장창고 설계, 경제적 냉장기술, 콜드체인 운영 시스템의 개발지식 등은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다. 중국업체가 한국과 협력하기를 원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식품배송에 있어 콜드체인의 중요성은

물류에서 배송해야 할 식품의 적정온도유지는 필수다. 식품의 적정온도는 식품마다 다르다. 3온도대 또는 다중 온도대를 유지하는 보관과 운송의 적정온도 운영이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이뤄져야한다. 특히 PTSP(Perishable Temperature sensitive products: 온도에 민감해 부패하기 쉬운 식품)에 대한 식품의 안전, 신선도 유지와 맛의 보존, 식품폐기물 축소는 물류산업이 인류에게 공헌해야할 과제다.


콜드체인의 1단계 목적은 식품 품질의 안전도를 지키는 것이다. 좀더 고급단계로 올라가면 신선도를 유지시킴으로써 고유의 맛을 변색시키지 않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음식물쓰레기의 저감이 있다. 국내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 양은 5톤 트럭 3,000대 분량이다.


전 세계 인구 7명 중 1명이 굶어죽는 현실에 대한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먹을 수 있는 식품의 50%가 산지에서 버려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보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온저장기술의 부재로 발생하는 문제인데 유럽에서는 이러한 음식물쓰레기양을 줄이는 것이 콜드체인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설정됐다.

 

국내 콜드체인 수준은

각양각색이다. 각 기업체별로 운영하며 표준이나 작업기준도 기업체별로 정한다. 농산물의 경우 생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일반적으로 6번 이상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못하고 상온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물건을 팔 때 신선하게 보여야 하기 때문에 소유권이 이동하는 관계에서는 콜드체인이 잘 이뤄진다. 하지만 중간 과정이 문제였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예전에는 산지에서 소비처까지 이동하면서 중간에 냉장을 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운송비의 30%가 냉장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온도 모니터링이나 이력관리가 잘 이뤄져 관리 상 허점이 많이 개선된 상태다.

 

중국 콜드체인시장이 크는데

콜드체인의 발전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첫번째는 GDP. GDP2만불이 넘어서면 다른 나라로부터 식품을 수입한다. 주로 냉동으로 수입하는데 3만불에 접어드는 국가들은 맛을 따지기 때문에 식품의 신선도 유지에 관심이 높아져 높은 수준의 콜드체인이 요구된다. 두번째는 지역적으로 긴 유통거리다.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자연스레 식품의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켜야 한다.


최근 이러한 조건에 접어들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생활수준이 상승, 지금까지는 식품 수출국 입장에 섰지만 이제는 수입국으로 돌아서고 있다. 내륙 안에서 5,400km를 이동하려면 운송기간이 10일이 소요된다. 이 기간 동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동·냉장기술이 필수적이고 콜드체인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는 콜드체인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었는데 이게 현재 중국의 기술로는 맞추기 힘든 상당히 엄격한 수준이다. 현실을 못 따라가니까 한국에서 배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실제로 중국 콜드체인연맹과 워크숍을 개최해보면 한국기업에 굉장히 호의적이다.


중국의 콜드체인산업 성장률은 연 20%로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등 관련산업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시장의 성장세 속에서 국내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찾아야 한다.


우선 냉장·냉동기술이 있고 수발포 폴리에틸렌 등 향상된 절연체 제조기술 등이 있을 것이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 에너지세이빙 기술과 온도 모니터링 기술이 있다. 직접적으로 농식품을 수출한다기 보다는 앞서 말한 콜드체인 제반기술을 판매하거나 제공을 대가로 다른 부수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내기술로 개발된 상품의 위치와 온도이력을 기록할 수 있는 전자태그 등 중국 콜드체인 진출을 통해 다양한 산업간 시너지효과도 기대된다.


중국과는 2015년도 협력 MOU를 맺어 연 2회 상호 방문하며 회원사들의 중국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과도 선진기술에 대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사업적인 유대를 촉진하고 있다. 2회 회원사간의 유대를 위한 골프대회도 개최한다.

 

콜드체인의 가장 큰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우리나라는 면적이 작고 최장거리가 400km 정도밖에 안되므로 수산식품의 경우는 흔히 스티로폴 박스에 냉매제를 채우는 경제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농산물의 경우 예냉시설, 냉장시설 보관소 설치에 전부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투자비를 벌충하겠다고 선뜻 상품가격을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콜드체인 제반 시설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급하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생산자들은 투자나 비용이 발생하면 현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를 우선적으로 걱정한다. 그러나 최근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가격보다 식품의 질적 유지를 우선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콜드체인운영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탄소배출규제나 환경규제 등이 국내외로 강화되면 자연적으로 콜드체인의 운영은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과제다.


신선물류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면서 관련 정보를 수집했지만 국내에는 해외에 비해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특히 협회에서 콜드체인 관련 기술세미나를 개최하려고 해도 명확한 기준조차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


냉장, 냉동, 저온, 신선 등 콜드체인 용어들이 학자들마다 정의가 달라 복잡하고 명쾌한 정립이 없는 것도 문제다. 외국은 콜드체인으로, 중국은 냉연(冷連)이라는 개념이 정착됐다.

기술이 발전하려면 정확한 용어정립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이러한 용어정립이다.


또한 냉장은 국내법상 0~10로 규정돼있다. 하지만 여타 선진국에서는 0~5가 일반적이다. 마트에는 이러한 규정을 지키느라 일반적으로 냉장기의 온도를 6에 설정하고 있다. 냉장은 측정 위치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신선을 유지시키는 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농식품은 품목마다 적정 보관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0~10로 넓은 범위를 주기보다는 더 세분화된 기준이 설정돼야 한다.


국내 콜드체인산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우선 업종의 단체표준설정이 선행돼야 하고 국가표준이 뒤따라야 한다. 협회는 현재 연구진이 작성해 놓은 콜드체인 운영 시스템의 관리기준에 맞춘 회원사를 심사해 포상하고 연도별 최우수 콜드체인업체를 선정, 홍보할 계획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은

콜드체인을 종합적으로 관장하기에 관련부서들이 정부조직 이곳저곳에 산재돼있다. 콜드체인 관련 표준화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외수출은 해양수산부, 국가 물류정책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콜드체인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는 없다. 식품의 안전을 위한 식약청과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생산에만 집중하고 소비자까지 이르는 유통에는 관심이 적다.


국민소득 3만불을 바라보는 나라에서 식품의 적정온도유지, 신선한 품질을 위한 냉장처리는 필수적인 생활방식이다.


이 중요한 산업을 생산업체나 공급업체에만 맡길 일이 아니고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총괄적 관리와 적정온도로 공급되는지를 확인하는 기술적인 발전이 병행돼야 한다. 정부는 콜드체인을 전담할 조직과 업무분장의 재편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계획은

콜드체인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일반인들이나 식품산업계의 인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고 중요성을 전파해 콜드체인산업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싶다.


또한 콜드체인 표준에 대한 설정도 중요한데 협회는 전문연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사들의 사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우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협회 연구팀에서 창고, 운송, 모니터링으로 구분되는 콜드체인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발표하고 심사위원단을 구성해 콜드체인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들을 선정, 공고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고 업체들간 건설적인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다.


협회 회원들은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사업의 분담, 융합적인 협업, 컨버전스를 중개하고 생산적이고 발전적이면서 사회를 밝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의 공유, 해외 국가들로부터 선진기술의 도입과 우리 우수기술과 상품수출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하려고 한다.


콜드체인이 정착할때까지 서비스가 우수하고 식품의 신선도를 보장하는 공급업체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중개역할도 계속하겠다. 식품의 신선도가 유지돼 식품을 아끼고 절약하고 음식쓰레기를 줄이는 데 콜드체인 운영의 주도적 역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