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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체인산업 급성장, 설비·물류 표준화 현황은

KCL, 韓 주도 정온수송포장 ISO 등재
업계, 해외시장 겨냥 표준화 제정 ‘시급’
산업부, 물류·유통체계 서비스표준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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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식품의 품질과 가치를 유지시킬 수 있는 콜드체인산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산업의 발전과 함께 백신수송 시 온도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바이오 콜드체인도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콜드체인과 관련된 국가표준은 부족한 실정이다. 콜드체인은 저장, 수송, 유통 등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산업이지만 KS, 표준 등이 현실과 맞지 않아 보완돼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콜드체인 각 분야별 기준미비 현황과 필요성을 진단하고 관련기관 및 단체의 표준제정 추진현황을 알아본다.

국가간 표준경쟁 심화
표준화(standardization)란 일정 대상에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나 규격을 적용하는 것으로 품질·형상·치수·성분·시험방법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표준은 부품 및 제품 간 호환성을 향상시켜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높여주며 일정한 산업군 내 울타리를 생성해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내부결속력을 견고히 만들 수 있지만 외부시장으로의 진출을 저해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 국제표준은 국제무역 규범 및 기업경영의 핵심수단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 간 표준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컴퓨터의 운영체계인 윈도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부분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표준의 일종이다.

기술혁신을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국제표준을 선점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시장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사장되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에 국가들은 국제표준 제정활동에 참여하고 일정지분을 확보해 시장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가 간 교역에서 나타나는 기술장벽은 표준에 대한 제품의 적합성 및 표준에 대한 검사, 인증이므로 이러한 평가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협정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규제 및 규제개혁, 시장변화에 부합하는 표준제도의 합리적 정비는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표준화는 주로 단일부품 및 제품을 중심으로 제정됐으나 시스템, 서비스 등 절차와 체계에 대한 표준은 물론 산업과 전문분야를 넘나드는 융합표준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물류산업에 있어 글로벌화에 따른 외부생태계와의 교류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국제적 합의로 제정된 규범이 통용되고 있다. 물류분야는 표준과 기술이 함께 개발되거나 표준이 기술개발에 앞서 제정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표준이 물류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콜드체인 중요성 부각
콜드체인은 일반물류의 성질과 온도민감성이라는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다. 식품, 의약품, 냉동·냉장화물 등 저온유통이 필요한 화물의 공급체인 전반에 걸쳐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식품의 안정적 확보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최근에는 쾌적하고 건강한 삶의 요구와 함께 온라인시장의 확대, 비대면산업의 성장으로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온라인마켓에 접속해 식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 신선한 상태로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산업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점도 이러한 온라인시장 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 저장·수송은 더욱 정밀한 온도관리가 요구되는 분야다. 코로나19 백신공급으로 전 국민은 콜드체인이 라는 용어를 접할 수 있었으며 관련시설 확충에 대한 중요성도 인식하고 있다.



콜드체인 표준화 ‘숙제’
국내 콜드체인분야의 표준화는 매우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콜드체인은 △생산 △저장 △운송 △유통 등 전 과정에 걸친 온도관리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냉동·냉장설비의 표준화가 기본적으로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된 설비는 △냉동기 △콘덴싱유니트 △압축기 △쇼케이스 △냉동탑차 등이 있지만 각 분야의 KS기준은 미비하거나 오래 전 만들어져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는 콜드체인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지만 관련표준이 따라가지 못하고 제대로 된 시험을 받을 수 있는 공인인증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종 운송제품별 물류에 대한 기준은 있으나 저장과 관련된 설비에 대한 표준이 없다”라며 “정부 및 해당 공기관들은 국내 냉동·냉장산업의 에너지다소비 및 자연냉매 사용제한 등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의 민원 등을 우려해 과감한 에너지효율화 정책 및 표준화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국내 냉동·냉장기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국제적인 수준의 표준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콜드체인 물류에 대한 절차 및 서비스표준은 개발되고 있지만 꾸준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한국건설생활환경연구원(KCL)은 KS국가표준으로 △제1부: 택배서비스용 정온물류용기 일반사항 △제2부: 택배서비스용 정온물류용기 시험방법 △단열포장-온도민감성 의약품의 단열포장 시험방법 등을 제정했다. 단체표준은 △식품용 저온물류센터 보관분야 요구사항 △식품 콜드체인 운송서비스 지침 △사물인터넷 기반 콜드체인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위한 프로토콜 등을 완료했다.

KCL은 콜드체인 국제표준도 활발히 진행해 최근 정온수송포장(tempera-ture controlled supply chain)에 대한 ISO 표준 2건에 대해 등재를 완료했다.

이번에 등재된 ISO 표준은 △ISO22982-1:2021 △ISO 22982-2:2021으로 김종경 KCL 수석이 총괄했다. 김종경 수석은 TC122(포장)분야 정온수송포장에 작업반(Working Group 16)을 개설하고 컨비너겸 프로젝트 리더로 한국, 일본, 미국 및 유럽 전문가가 참여해 이번 표준안을 완성했다.

채택된 ISO 표준은 △수송포장-소화물 정온수송포장-1편: 일반 요건(Transport packaging-Temperature-controlled transport packages for parcel shipping-Part 1: General requirements) △수송포장-소화물 정온수송포장-2편: 시험방법(Transport Packaging-Temperature controlled transport packages for parcel shipping-Part 2: General specifications of testing)으로 정온수송과정에 있어 일반요건과 시험방법 등을 규정했다.

이외에도 △우수공급망관리에 따른 바이오의약품포장 일반사항 및 시험방법 △GDP 원칙에 따른 비 살균 의료기기의 포장 시스템을 검증하기 위한 일반사양 및 시험방법 등을 ISO 등재하기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는 ‘식품 콜드체인 운송서비스 지침’, ‘사물인터넷 기반 신선물류 데이터수집을 위한 프로토콜’ 등 단체표준을 개발했지만 아직까지 널리 사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0대 서비스표준화 추진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류·유통체계 서비스표준화 추진계획을 밝히며 저온·친환경·특수 등 콜드체인이 포함된 물류부문 표준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4월 열린 제3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2차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위한 서비스표준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2025년까지 유망 서비스·생활 서비스·사회안전 서비스 등 3대분야에서 100대 핵심 서비스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개발된 서비스 표준을 토대로 KS, 단체표준 인증을 확대하고 기초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 등 관련서비스 인력확충도 병행키로 했다.

이번 서비스 표준화 전략의 첫째는 핵심 서비스표준 개발이다. 유망서비스 표준화를 위해 먼저 신속하고 체계적인 디지털 물류·유통 서비스를 표준화한다.

언택트 비즈니스의 핵심축인 택배수요 급증에 따른 서비스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신선물류 정온포장과 재사용가능 순환물류포장 표준개발을 중점 추진한다. 디지털 물류체계 구축을 위해 물류창고에서 보관·배송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 물류서비스 요구사항 및 프로세스를 표준화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택배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서비스품질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신선물류 정온포장 △재사용가능 순환물류포장 표준 △언제 어디서나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건강정보 데이터 상호운용성 표준 △인공지능·서비스플랫폼·메타버스 등 디지털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전시컨벤션 서비스 표준 개발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또한 새벽·신선배송 급증에 따른 소비자피해 최소화 및 편의증진을 위한 저온·친환경·특수물류부문 표준화도 계획하고 있다.

신선물류 정온포장은 식품 등 온도민감성 제품의 안전한 유통을 위해 콜드체인용 용기·소재·냉매 등 포장시스템의 성능시험방법과 제품군에 따른 보존환경 및 표기사항 등이 표준화항목이다. △신선물류 정온포장 △순환물류포장 및 운영시스템 표준 △IoT기반 제품 모니터링 △안전배송 △소화물 정온 수송포장 △소화물포장의 인간공학적 설계방법 등이 포함됐다.

또한 무인사업장의 감염병·범죄예방 및 비용절감을 위해 △식품 냉동·냉장 온도 및 보관기관 설정 △범죄예방 △키오스크위생관리 △키오스크 유통과정의 취약계층 편의제공 등도 표준화 개발이 추진된다.

이번 표준화 추진으로 지금까지 산발적으로 진행돼온 신선물류 포장기술 개발상황에서 선제적 품질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안전을 확보하고 국내 물류기업의 특수냉동포장 등 고부가가치 배송시장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표준개발뿐만 아니라 표준활용과 인증제도 확산, 인력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방안도 서비스표준화 전략에 포함했다. ‘표준개발→활용→확산→소비자 피드백→표준개선’으로 이어지는 서비스표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교육·홍보·보급체계를 마련하고 서비스분야의 KS인증도 확대할 계획이다.

콜드체인 R&D 활발
산업부와 국토교통부는 급성장하고 있는 콜드체인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R&D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냉동·냉장분야에 대한 요소기술 연구개발을 다수 진행한 바 있으며 2021년 신규과제로 ‘정온물류 운송 및 물류센터 에너지효율화 기술개발 및 실증’을 공고, 5월 중순 수행기관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올해 콜드체인분야 대규모 R&D를 시작한다. ‘고부가가치 융복합 물류 배송·인프라 혁신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생활물류부문의 8개 과제를 선정했으며 이중 절반인 4개 과제가 콜드체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됐다.

△온도민감성 화물의 안전과 생활폐기물 감축을 위한 신선물류 포장기술 및 시스템 개발 △환경부하 저감을 위한 친환경 고효율 말단배송 기술개발 △고밀도 스마트 택배 말단 보관 인프라 및 관리·운영기술 개발 △콜드체인 상태정보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기술개발 등이며 개발기술의 표준화 및 실증도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강력한 에너지효율기준 필요”
업계에 따르면 콜드체인산업에 필수적으로 적용되는 냉동기에 대한 에너지효율 표준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에너지효율기준 정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에어컨 및 공조설비는 이미 에너지를 최저로 사용할 수 있는 인버터기술로 전환돼있다. 이는 정부가 에너지효율 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적극적으로 기준을 상향 조정하면서 업계의 기술수준 향상을 이끌어온 결과다. 냉동·냉장산업도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절감 정책으로 관련기업들의 기술개발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냉동·냉장관련 공인시험기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콜드체인산업에 관심을 갖고 관련기준 및 표준화 작업에 많은 시간과 경제적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재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농촌 저온저장고 설치지원사업도 에너지절감과 환경규제정책 등을 적용해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최근 국토부, 산업부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콜드체인관련 R&D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콜드체인용 설비관련 표준 또는 기준이 정립되지 않아 초기투자비만을 고려한 냉동·냉장창고 건설이 이뤄지고 있어 많은 양의 에너지손실과 온실가스 증가가 예상된다”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콜드체인 R&D과제들은 업계의 미비한 표준을 정립하고 실증시험을 통해 에너지절감에 대한 실질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어 결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콜드체인산업은 이미 거대한 글로벌시장이 형성됐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글로벌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준과 목표를 정하고 관련업계의 기술수준 향상을 이끌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