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시설 화재안전 기술 미흡…234억원 투입 국가R&D 추진

피난방화 계획·설계 및 단열재 성능향상 나서

2022.06.01 11:10:01

정부가 물류시설의 화재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R&D에 착수했다.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이 국토교통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신규공고한 ‘물류시설 화재안전성 및 위험도 관리기술개발사업’이 협약을 마무리하고 5월 중 킥오프(Kick-off) 회의를 시작으로 연구개발에 돌입한다.

이번 연구는 2026년 12월까지 4년8개월간 진행되며 국비 234억3,300만원이 투입되고 이중 올해 15억4,300만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총괄기관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 이하 건설연)이 맡았으며 김정엽 건설연 선임연구위원이 이끈다. 연구단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화재보험협회 부설 방재시험연구원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한국통합물류협회 △가천대 산학협력단 △호서대 산학협력단 △대전대 산학협력단 △한방유비스 △태산전자 등이 참여한다.

이번 연구의 목표는 대공간·고천장 물류시설의 화재특성을 고려한 위험도 관리기술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물론 제도화함으로써 피난안전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피난안전 설계기준, 단열재 성능향상 기술, 화재위험 평가기술 등이 개발될 전망이어서 물류시설의 화재안전성능이 향상될지 주목된다.

물류시설 화재대응, 시설특성 미반영
최근 5년간 연평균 362개소의 물류창고가 신규로 건설되는 등 물류시설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는 732개소가 신규등록돼 급증하는 수요를 짐작케 한다.

그러나 물류시설에 대한 안전관리 규정이 미흡해 대형화재로 인한 피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물류시설은 화재 위험성이 높은 시설로 화재대응 및 피난이 어려운 조건이지만 국내 물류시설 화재안전 기술은 개발경험이 미미한 실정이다.

물류시설 분류와 유형에 따라 화재 위험도와 피난특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재 안전규정상 물류창고가 ‘창고시설’로 단순 용도분류돼 물류시설 특성을 반영하는 최적 화재대응이 곤란하다.

특히 비대면 소비 증가에 따른 물류시설 대형화, 보관 외 포장·가공 설비추가, 저온상품 수요에 따른 전력수요 확대 등 추세로 사고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따라 물류시설에서 화재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한 피난안전성 향상기술과 최적의 화재대응을 위한 위험도 관리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 정부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물류창고 화재안전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류시설 화재안전 대책을 제시하고 이를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 물류시설 화재 시 인명손실 저감을 위한 중장기 연구진행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선진국, 수용물품별 구분관리
미국, EU 등은 화재안전 분야 연구력과 실규모 화재 실험·평가를 바탕으로 물류시설별 위험도에 따른 맞춤형 화재대응 기술 및 제반 기준을 정립했다.

미국은 물류시설에 대해 위험도 등급산정과 보관 수용물품의 분류 등을 수행하며 위험도를 바탕으로 화재안전 시설의 설치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물류시설의 위험도를 저·중·대로 구분하고 물류시설의 수용물품을 위험도에 따라 Class I~IV, 고위험 등 5가지로 분류해 지정하고 있으며 특히 화재위험이 높은 플라스틱 등은 Group A에서 Group C의 3가지로 분류해 관리 중이다.

NFPA, FM Global, UL 등 국외 화재안전 연구기관 역시 물류시설용 화재대응 시스템과 화염확산 방지시스템 등 개발 및 성능평가를 위해 실규모 화재실험 기반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적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물류시설에서 화재확산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기 위해 1/5 축적의 축소모형실험을 수행한다. 창고의 크기, 수용물품 위의 천장높이, 랙간 거리 등 여러 인자의 변화에 따른 화염성장 특성 측정을 통해 화재확산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한다.

영국은 물류시설 화재 위험성 평가지침을 통해 물류시설에서의 화재발생 원인과 위험성을 분석·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물류시설의 화재예방과 화재대비를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물류시설 화재안전 기술은 낮은 수준이며 관련 R&D 투자도 미미해 구조 대형화와 기능 복합화 등 최근 물류시설 트렌드에 따른 화재안전 기술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기술니즈에 대응해 민간·공공분야에서 기술개발을 추진하려 해도 물류시설 화재강도 산정, 화염확산 예측, 수용물품 등급화 및 DB, 재실자 밀도 등 기초자료가 미미하다.

그간 진행됐던 연구는 소방청이 랙크식(물건을 선반이나 받침대 등에 올리거나 거는 방식) 물류시설에 대해 과거 화재사고에 대한 개선방안 제시의 일환으로 화재감지와 소화장치 중심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국토부·소방청 등이 물류시설 화재사고의 예방과 재해발생 시 피해 최소화 측면에서 물류시설 관리자와 근무자 등이 숙지해야 할 물류창고 화재안전 관리매뉴얼을 발간한 수준이다.



피난계획·위험평가·기반기술개발 ‘핵심’
이번 연구는 3가지 핵심기술개발로 구성된다. △물류시설 화재 시 피난안전성 향상기술 개발(핵심기술1) △물류시설 화재위험성 평가 및 위험도 기반 관리기술 개발(핵심기술2) △물류시설 현장조사 및 기반기술 개발(핵심기술3) 등이 포함됐다.

핵심기술1을 통해 물류시설의 특성과 주요 공간특성을 고려한 ‘물류시설 피난안전 설계·시설개선 기술 및 기준정립’과 물류시설 분류·유형에 따른 방화구획 설계기술 및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물류시설 화염·연기 확산방지 및 방화구획 개선기술 개발’ 등이 이뤄진다.

특히 단열재 등 마감재료의 난연성능을 향상하고 현장시공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물류시설 마감재료 및 단열재 난연성능 향상기술 개발’이 이뤄진다. 연구에는 우레탄폼 난연제 국산화 기술개발, 우레탄폼 단열재 난연성능기준·현장시공 가이드라인 개발과 함께 마감재료의 열·독성분석 데이터구축, 실대형기반 화재안전 성능개선 기술개발 등이 포함됐다.

핵심기술2는 물류시설의 화재위험성을 산정하는 시나리오 및 기준을 개발하는 ‘물류시설의 정량적 화재위험성 평가기술개발’과 시설에 대한 화재대응 성능평가기술 및 설계가이드라인을 개발하는 ‘물류시설 성능기반 화재대응 가이드라인개발’ 등으로 구성된다.

핵심기술3을 통해 물류시설의 화재안전 성능을 판단할 수 있는 기반조사 및 데이터베이스 확보를 위해 ‘물류시설 화재안전 기반정보 현장조사 및 DB·온라인등록 구축’과 시설 내 수용물품의 종류에 따라 화재안전 조치수준을 달리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통한 수용물품 등급화 및 화재강도 기준마련’이 추진된다.

또한 냉동·냉장창고의 화재양상을 분석·평가하기 위해 ‘냉장·냉동창고의 화재거동 분석 및 대응시설 성능평가 기술개발’이 추진되며 물류시설 현장에 화재안전 설계와 기술이 실질적으로 적용되도록 ‘물류시설 화재안전 현장적용 및 제도화’ 등이 추진된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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