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경제가 급성장함에 따라 물류의 중요성은 점점 증대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시장 활성화가 눈에 띄는 가운데 소비자 요구에 신속·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풀필먼트 시스템이 부각되고 있다.
물류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e커머스를 기반으로 한 신흥 유통기업들은 풀필먼트 확충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형마트 등 전통적인 유통업체들 역시 기존 점포를 마이크로 풀필먼트화하는 등 체질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풀필먼트의 필요성과 기업들의 확충계획, 정부의 지원 로드맵 등을 알아본다.
풀필먼트란
풀필먼트(Fulfillment)란 물류 전문업체가 상품의 입고, 포장, 배송 등 판매자를 대신해 주문한 제품이 물류창고를 거쳐 고객에게 배달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풀필먼트라는 용어 자체는 이미 미국에서 20년 전 생겨났으며 그안에서 행해지던 피킹, 포장, 배송, 환불, 교환 등 각각의 업무들은 이미 과거부터 물류·유통산업에서 다루던 영역이다. 아마존이 풀필먼트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으며 백오피스 영역인 주문 이후 모든 물류·유통과정을 맡아 판매자를 대신해 처리하고 있다.
풀필먼트가 생겨난 이유는 온라인시장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최고로 빠른 시간 내에 전달하기 위함이다. 소비자의 요구는 진화하고 있으며 물류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상품선택에 있어 소비자들의 판단기준은 저렴한 가격에서 높은 품질의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
풀필먼트는 단순한 물류창고의 개념을 뛰어넘어 상품의 적재부터 재고관리, 포장, 출하, 배송까지 처리하는 일괄 물류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의 상품구매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AI를 이용해 미래수요를 예측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풀필먼트가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제품이 동일하고 광고로 얻을 수 있는 효과도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마지막 경쟁포인트는 배송속도다. 아직까지도 시장에서 움직이는 풀필먼트서비스는 대부분 손해를 마다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현재 유통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시장확보를 위한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내 물류·유통시장 ‘각축전’
국내시장에서도 쿠팡, CJ대한통운, 네이버, 신세계, 컬리 등 탑플레이어들이 풀필먼트서비스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쿠팡은 2021년 4월 뉴욕거래소에 상장 후 가장 활발한 풀필먼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쿠팡의 올해 물류센터 신규투자는 1조원을 넘어섰으며 신규 물류센터 확보면적은 축구장 100개 규모가 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컬리, 네이버 등과 손잡고 군포, 용인 등지에 풀필먼트센터를 연이어 오픈, 상품 보관온도에 따라 맞춤형 물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류, 생활용품, 가정간편식, 건강기능식품 등 일상생활 속 수많은 제품들의 배송시간이 앞당겨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컬리와는 ‘샛별배송 전국 확대 물류 협력 MOU’를 맺고 대전, 세종, 천안, 아산, 청주, 대구 등 지역에 샛별배송 서비스 제공에 협력하고 있으며 연내 부산, 울산 등 경남권과 광주 등 호남권까지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네이버와는 46만 스마트스토어와 연계해 e–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 ‘24시 주문마감–익일배송’서비스는 물론 새벽배송, 당일배송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클로바 포캐스트(CLOVA Forecast)를 통해 수요예측도를 높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네이버 클로바 포캐스트는 네이버의 쇼핑 데이터와 AI기술력을 바탕으로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물류수요 예측 인공지능(AI) 모델이다. 이에 따라 과도한 인력수급으로 인한 비용부담을 낮추고 효율적인 풀필먼트센터 운영이 가능해진다.
또한 군포센터에 ‘스마트층’을 구축하고 연말까지 무인운송로봇, 포장자동화 시스템 등 첨단 물류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AI로봇팔, 지능형 스캐너 ITS, 자동분류기 휠소터 등 풀필먼트센터와 연계된 택배현장의 첨단장비들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하며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국내 1위 유통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최첨단 온라인 풀필먼트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SSG닷컴의 운영경험을 토대로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의 온라인 풀필먼트센터에 집중 투자하고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경쟁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GS리테일은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배달 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유한회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요기요 인수 즉시 GS25, GS더프레시, 랄라블라 등 1만6,000여 소매점과 60여 물류센터망이 결합된 도심형 마이크로 풀필먼트를 통해 퀵커머스시장에서 압도적 상품구색을 갖추고 오프라인과의 시너지 창출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GS리테일은 가장 넓은 지역범위에서 가장 빠른 배달을 구현하는 퀵커머스업계 1위 사업자의 지위로 단숨에 등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IT기반 종합유통브랜드 ‘부릉(VROONG)’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는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에 더해 기업고객과 D2C셀러를 대상으로 새벽배송, 당일배송 비중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도심 속 물류센터인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통해 최근 트렌드로 부상 중인 퀵커머스 배송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모바일 퀵커머스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국토부·산업부, 물류센터 첨단화 적극
국토교통부는 국내 물류산업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물류센터의 첨단화를 지원한다. 국토부는 효율성·안전성이 우수한 첨단 물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제를 도입하고 지난 8월 CJ대한통운, 한진 등 6개 기업을 선정, 최초 인증을 부여했다. 스마트물류센터 인증을 획득한 기업에 대해서는 시설투자에 대한 대출이자비용을 인증등급과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설 선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물류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유통 풀필먼트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는 온라인·비대면 전환이 힘든 중소유통사들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실증에 나선다. 특히 동네 슈퍼 등의 온라인화를 위해 점포의 상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다양한 배달형태 선택이 가능한 플랫폼 구축이 포함된다.
풀필먼트 발전, ‘표준화·규격화’ 관건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서비스가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물류 프로세스와 관련설비 기술력은 매우 발달해있으며 IT발전이 더딘 국가들은 우리나라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유통기업이 해외로 진출하기 힘든 이유는 현지의 제도적인 문제와 결제시스템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이 뛰어난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더불어 아마존 풀필먼트서비스FBA(Fulfillment By Amazon)에서 사용하는 코드 및 데이터들의 표준화가 잘 이뤄져 있다는 점이 한몫했다. 상품의 규격화가 체계적으로 정리돼있어 이를 토대로 상품의 재고관리가 매우 용이하다.
특히 아마존 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잘 관리되며 축적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요예측이 뛰어나 효율적인 풀필먼트센터 운영에 기여한다.
국내에서는 쿠팡이 아마존의 성공모델을 한국시장에 정착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신규투자만 1조원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 제한이 있지만 신선식품 전문유통기업인 오아시스나 마켓컬리 역시 아마존의 풀필먼트서비스를 벤치마킹하며 시장에서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최근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이 풀필먼트센터를 확산시키며 관련 소프트웨어시장도 열리고 있다. 기존의 풀필먼트서비스라고 하면 대형기업 위주의 시스템이었다.
국내 유통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기반으로 물류관련 기술들은 급성장하고 있다. 택배만 놓고 봐도 예전에는 수기로 작성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요새는 자동화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성장에 지나고 있어 표준화나 가이드라인은 빈약한 상황이어서 이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