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요 물류센터의 저온창고 공실률이 높아지며 한동안 호황을 기록했던 냉동·냉장시설 설계 및 관련설비업 성장이 둔화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말 시작했던 코로나19 여파는 국내 여러 산업군에 충격으로 다가왔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실시로 인해 비대면산업이 급성장, 유통분야에서도 오프라인쇼핑은 줄어들고 온라인쇼핑이 급성장세를 이뤘다. 이에 따라 수도권 인근 물류창고 수요가 급증하고 온라인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루자 많은 투자사들이 신규 물류창고 건설에 뛰어들었다.
당시 지가상승, 원자재비용 폭등 등 대외적인 상황으로 신규 물류센터 건설을 위해서는 임대료가 상온대비 두 배 이상되는 저온창고 비중을 높이면서 자산가치를 올려야만 했다.
신규 설계 뚝 끊겨
그동안 부동산업계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던 저온창고 공실률이 매우 심각한 수치에 다다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직 정확한 통계자료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수도권 일부 저온창고의 공실률이 80%에 이른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수도권 저온창고 임대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는 3년 전과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저온창고 공실률이 매우 높은 수치에 다다랐으며 일부는 80%가 넘는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저온창고 건설붐이 일어날 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으며 당시 상온 임대료를 높게 설정하더라도 저온비중을 낮추는 것이 좋다고 권장했지만 새로 건설되는 수도권 물류센터가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현재 설계사무소에서는 지난 상반기부터 신규 프로젝트가 감소해 하반기에는 완전히 끊긴 것으로 나타났다.
저온창고를 전문으로 하는 설계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21년이 저온창고 설계수주가 절정기였고 현재는 하향세”라며 “기존 시작했던 프로젝트들은 현재도 진행중이지만 하반기 들어 새로운 설계건수는 전혀 나오는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설계 중에서도 저온창고 비중을 줄이는 경우도 10에 3건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인천 서구의 한 물류센터는 올해 초 임차인을 모집하면서 저온창고 장기계약 시 연간 2개월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저온창고 공실률은 인천뿐만이 아닌 안산, 시화, 화성, 평택 등 최근 물류센터가 집중적으로 생긴 지역에서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CBRE가 지난 2월 발표한 ‘Market Outlook 2022’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에는 600만m²의 아시아태평양 최대규모의 신규 물류부지 공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중 66%는 상·저온 혼합시설이며 약 1/3수 준이 저온시설임을 감안하면 순수 저온물류센터와 더불어 140만m² 이상 저온시설이 수도권에 추가공급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상황이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고 신규 예정물량도 매우 큰 수치를 예견하는 만큼 계획됐던 공급량이 모두 시장에 나올 경우 저온창고 공실률 문제는 쉽게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