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수송 '시작점' 핵심기술 '예냉'

수확후 온도상승·품질저하 방지···사각지대 최소화
높은 설치비용·대체재 저온저장고 등 현장 보급률 낮아

2023.08.01 17:50:06


최근 이상기온으로 식품유통 상의 온도유지가 나날이 강조되며 다양한 전염병 창궐로 의약품유통에서 콜드체인이 주인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에서 콜드체인은 세균번식 방지·품질유지를 위해 예냉, 보관, 수송, 유통 등 전 과정의 꼼꼼한 연속적인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 특히 첫단추를 잘끼워야 한다는 옛말과 같이 시작점인 예냉기술은 수확 직후에 온도상승을 막아 농산물 품질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예냉시설 설치비용으로 저온저장고를 활용해 예냉처리를 대신하다 보니 예냉기술은 2000년대 초반 개발된 이후 낮은 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여전히 예냉기술은 향후 자동화 유통시스템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핵심기술임에는 이견이 없다.


이번 기획에서는 예냉기술의 전반과 관련 기업들을 통한 시장동향과 전망을 알아본다.


단기간 품온저하·부패방지 ‘예냉’

예냉기술의 시작을 함께한 손재용 농업과학원 수확후관리공학과 과장은 예냉기술을 ‘저장·유통 상관없이 모두 필요한 핵심기술’이라고 표현한다. 이와 같은 표현의 근거는 농산물의 수확 후 온도상승이 부패 및 품질저하에 치명적이며 오직 예냉처리를 통해서만이 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과장은 “농과원에서 보유한 예냉기술은 △터널식 차압 예냉장치 △진공식 예냉장치 △예냉겸용 저온저장고 등이 있다”라며 “터널식 차압 예냉장치는 팔렛트 골판지 상자에 적재해 예냉하는 것으로 작물에 따라 소요시간이 다른데 딸기는 1시간30분, 복숭아·배추는 3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공식 예냉장치는 내부압력을 낮춰 증발열을 빼앗아 냉각하는 기술로 버섯·양파·배추 등을 1시간 이내 냉각하는 기술”이라며 “예냉겸용 저온저장고는 기존 저온저장고에 차압발생장치와 차압시트를 추가 설치해 예냉 후 일반 저온저장모드로 전환해 저장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다양한 예냉방식·다른 장단점

예냉기술은 △냉풍식 △진공식 △수냉식 △빙냉식 등이 있으며 장단점도 명확히 달라 작물에 맞춰 활용해야 한다. 


냉풍식은 강제통풍과 차압통풍 방식으로 나뉜다. 강제통풍을 할용할때 장점은 설비비가 저렴하며 모든 품목에 적용가능하고 예냉 후 저온저장고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운전조작이 간단해 보수도 용이하다. 하지만 냉각 불균일이 생기기 쉬우며 증발온도가 낮아 쿨러 토출구 부근에서 국부적 동결이 생기기 쉽다. 부하변동에 약해 대용량 예냉에 부적합하며 냉각시간이 12~20시간으로 길어 당일출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차압통풍을 활용할 때 장점은 설비비가 진공식보다 저렴하며 모든 품목에 적용가능하다. 예냉시간이 2~6시간으로 비교저 짧아 당일출하가 가능하고 기존 저온저장고를 개조해 활용할 수 있다. 최적 통풍속도에서 강제통풍식에 비해 에너지절약도 가능하다. 반면 강제통풍식보다 설비비가 1.5배 고가이며 강제통풍식보다 수용능력이 약간 떨어지고 포장상자 배열에 노력이 소요된다. 풍속이 클 경우 건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진공식은 수냉식과 주로 비교되는 기술로 냉각시간이 20~40분으로 짧으며 신선도가 가장 높다. 냉각에 의한 수분제거로 비에 젖은 청과물 예냉이 가능하며 골판지상자 통기구의 크기나 적재방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비해 적용품목이 거의 엽채류로 한정돼 있으며 설비비가 비교적 높고 예냉 후 저온저장고가 필요해 전체시설의 대형화를 초래할 수 있다.


수냉식은 설비비가 진공식보다 저렴하며 예냉시간이 30분~1시간으로 비교적 짧아 당일출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적용품목이 근채류 중심이며 보냉고가 필요하다. 골판지 상자 등 포장재 사용도 불가능하다,


빙냉식은 처음 접촉할 때 신속한 예냉이 가능하지만 얼음이 녹으면 예냉속도가 느려진다. 비용이 많이들고 물에 견디는 포장상자가 필요한 기술이다.


작물별 상이한 예냉방법

작물에 따라 수확 후 발생열이 다르며 사계절 중 여름에 수확하는 작물이 예냉을 꼭 필요로 한다.


배는 고온기 수확하는 조생종인 원황배·황금배 등이 예냉을 필요로 한다. 대신 저장력이 강해 별도의 예냉장치가 필요하지 않으며 저온저장고로 대신 예냉한다. 이와 달리 신고배는 수확기 10~20℃로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을철이라 그늘지고 통풍이 양호한 곳에서 예건 후 저온저장고에 입고시킨다.


포도는 고온기에 수확해 예냉을 통해 호흡억제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강제통풍식으로 4~6시간이 필요하며 차압통풍식으로는 1~2시간이 필요하다. 별도의 예냉장치가 없는 곳이 많아 저온저장고에 적재해 예냉을 대신하는 경우도 많다.


복숭아는 차압식 예냉을 활용하는데 백도는 5~8℃, 황도는 4~5℃, 예냉시간은 3~4시간정도 소요된다. 저온저장고에서 냉각할 때는 5℃에서 10~15시간이 필요하다.


딸기는 수확직후 1~3시간 이내 강제통풍 예냉시스템 등을 이용해 품온을 4℃까지 냉각해야 한다. 특히 농가에서 선별장까지 이동할때도 냉장탑차를 이용하는 예민한 작물이다. 선별장도 온도를 가급적 0℃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수박은 저온저장고에서 냉기순환을 통해 품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저온저장고를 활용하면 5℃에서 15~20시간 냉각해야 한다.


토마토는 강제통풍 예냉을 활용해 저온저장고로 8~10℃로 10시간 진행해야 한다. 수냉식 예냉을 활용할 때는 냉수를 사용해 30분~1시간 동안 진행하며 왁스코팅된 상자가 필요하다. 차압예냉을 활용할 때는 30분의 예냉을 해주면 된다.


참외는 저온실 냉각할때는 기존 저온저장고를 활용해 5℃에서 10~15시간 냉각해야 한다. 차압식 예냉 방법을 사용하면 5℃에서 4시간 진행해야 한다.


엽채류 중 대표적으로 예냉이 활용되는 작물은 배추다. 온도가 높은 계절에 수확하는 늦봄배추는 여름배추에 예냉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많이 있다. 반면 저온저장고를 활용한 예냉은 목표온도까지 낮추기가 어렵다. 배추잎이 겹겹이 결구돼 있으며 부피가 커서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이다. 진공예냉은 엽채류에 효과가 있으나 비용이 과다해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개선방안으로 차압식 예냉을 활용하면 저온저장고보다 빠른 예냉이 가능하다.


다수 작물 효과만점 예냉

예냉기술은 저온유통 과정 중 생산지에서 열심히 기른 작물의 영양소와 품질을 최대한 보존해 식탁으로 옮기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다수의 작물들이 필요로 한다. 


엽채류는 양상추·시금치·브로콜리·아스파라거스·샐러리·파슬리·쑥갓·부추·미나리·여름고랭지배추·노지배추·콜리플라워·상추 등이 예냉을 꼭 필요로 하며 결구배추·파·양배추가 선택적으로 예냉을 하면 좋다. 월동배추는 겨울에 수확해 예냉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과채류는 딸기·스위트콘·완두·여름 오이·여름 피망 등이 꼭 필요로 하며 여름을 제외한 타계절 오이·토마토·피망·풋고추 등이 선택적으로 필요로 하고 호박·수박·멜론은 예냉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근채류는 당근이 꼭 필요로 하며 무는 효과가 보통이고 양파·마늘·감자·참마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밖에 버섯류·두릅·사과·복숭아·포도 등이 예냉기술을 필요로 해 예냉기술이 농산물유통에 빠져서는 안되는 기술이란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예냉방식에 따른 활용도를 작물별로 살펴보면 저장고 예냉은 모든 원예산물에 적용가능하지만 시간이 오래걸리며 강제통풍식 예냉은 과일·양배추·감자 등에 널리 사용 가능하다. 수냉식 예냉은 줄기·잎채소·일부 과일 및 과채류에 적용하며 빙냉식은 구근류·줄기·양파·꽃양배추 등에 사용된다. 진공 예냉은 엽채류·일부줄기채소·꽃양배추에 적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부피가 작물의 무게에 비해 큰 작물에 적용되며 수분의 증발이 용이한 채소류는 진공식이 적당하고 그 외 채소·과실류는 차압식이 바람직하다. 산지의 출하량, 출하시간과 반입할 때 시각 등을 고려해 설치·이용해야 한다. 


진공식의 냉각처리 시간은 30분이며 차압식은 5시간이고 강제통풍식은 저녁에 반입해 다음날 아침 출하로 하룻밤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시설비가 저렴한 차압식 또는 통풍식을 기존 저장고에 설치 활용하면 예냉기술을 보급하기 용이하다.   

이정석 기자 jslee@coldcha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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