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은 10월17일 양재 엘타워에서 ‘물리적 인터넷(PI: Physical Internet) 기술표준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했으며 KCL과 로지스올이 주관했다.
이번 행사에는 정부와 산업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글로벌 물류생태계 혁신과 표준화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약 30여명의 물류 전문가가 모여 PI 추진현황 및 비전을 심도있게 논의했다.
PI는 인터넷이 데이터를 패킷으로 나눠 네트워크 상에서 최적경로로 전달하듯 물류에서도 상품·자산을 표준화된 모듈, 컨테이너, 팔레트 등을 단위로 나눠 디지털 프로토콜기반으로 공유·연결·자동화하는 혁신적인 시스템이다.
PI는 산업·기업 경계를 넘어 모든 물류자산을 상호연동해 효율·탄소중립·고용창출·사회인프라구축 등 핵심과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기존의 독립적 운영을 넘어 기업간 수평·수직적인 협업과 자산공유, 데이터통합, 자동화플랫폼, 법제개선 등을 토대로 ‘공급망 전체 최적화’와 ‘지속가능 물류’를 지향한다.
이번 행사의 주요 발표는 △물리적 인터넷 표준로드맵 연구(권구포 영산대학교 교수) △일본의 물리적 인터넷 실증사례(Takayuki Mori 일본 물리적인터넷 센터(JPIC) 센터장) △유럽의 물리적 인터넷 실증사례(Eric Ballot 파리 과학인문학대학교 교수) △한국의 물리적 인터넷(LAPI) 실증(채희원 로지스올 본부장) 등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병욱 KCL 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물리적 인터넷은 단순한 물류의 디지털화가 아닌 글로벌 공급망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이라며 “PI란 사물의 인터넷처럼 상품을 데이터패킷으로 표준화해 전세계 어디에서나 연결·교환하는 미래형 시스템으로 한국이 2024년 6월 혁신 물류 표준제안을 통해 국제표준화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PI 표준화의 핵심은 ‘물류연결·개발·지속가능성’으로 탄소배출 절감, 자원순환, 공급망회복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라며 “KCL도 PI 실증프로젝트와 시험평가·표준개발·연구를 통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진출과 혁신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은 온라인으로 축사를 전했다. 서 회장은 “피지컬 인터넷의 비전과 표준화방향을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에 함께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이제는 물류자산과 데이터를 함께 쓰고 네트워크를 서로 연결해 전체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해야 하며 그 핵심에 바로 표준화, 즉 피지컬 인터넷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로지스올은 기업간 협업과 표준기반 자산공유를 통해 물류효율을 극대화하는 한국형 피지컬 인터넷인 ‘LAPI(Logistics Alliance for Physical Internet)’라는 연대를 선언했다”라며 “이는 공동물류의 실질적 진화이며 우리 산업이 직면한 인력환경과 자원이용의 과제를 동시에 풀어낼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PI 국제표준화, 한국 중심 선도해야
권구포 영산대학교 교수는 ‘물리적 인터넷 표준로드맵 연구’를 주제로 발표했다. PI는 인터넷기반 데이터 패킷 전송에서 착안한 물류자산과 정보의 표준화 및 네트워크화를 통한 공급망 혁신이다. 또한 상품, 컨테이너, 팔레트 등과 같은 물류단위가 표준화 돼 전세계 어디서든 최적화된 경로로 효율적으로 이동하며 실시간 데이터공유를 통해 풀필먼트와 트래킹을 극대화할 수 있다.
효율적인 PI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표준화를 이뤄야 하며 한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ISO TC344 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럽은 ALICE와 PICAL 등이 중심이 된 ISO IEC 협력체가 모듈형 컨테이너, 유닛로드 장치, 데이터 프로토콜, 네트워크 운용체계 표준 등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KCL과 로지스올이 협력해 PI 실증프로젝트와 시험평가기반의 표준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권 교수는 “한국은 모듈 및 노드 구성요소, 데이터 호환성, 인식 및 등록시스템, 경량 통신 프로토콜 등 핵심기술 개발과 적용에 주력하며 국제표준과의 호환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PI 도입은 사회·경제적 효과도 가져온다. 표준화된 자산공유와 AI기반 운영은 공급망 전반의 생태계를 효율화하며 저탄소·친환경 물류체계 구축에 기여한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물류네트워크의 복원력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디지털전환과 산업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권 교수는 “미래 PI기술이 확장하기 위해서는 법적·정책적 지원, 산업계와 학계간 협력 강화가 필수”라며 “기술표준과 실증기반 조성, 산업 전반의 디지털 융합을 통해 한국이 글로벌 물류표준화 선도와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유럽, 산업간 네트워크로 공동물류 플랫폼 구축
일본의 Takayuki Mori JPIC 센터장과 파리의 Eric Ballot 파리 과학인문학대학교 교수는 각각 일본과 유럽의 물리적 인터넷 실증사례를 통해 PI가 어떻게 글로벌물류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지 온라인을 통해 발표했다.
먼저 Takayuki Mori 센터장은 “일본이 지금 심각한 물류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현재 노동력부족 문제와 운송용량 한계 등으로 2030년까지 약 34%의 물류수송능력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법적근로시간 제한과 인력난이 겹치면서 발생하는 문제로 무대책으로 방치한다면 산업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정부와 연구기관들은 PI를 미래물류의 핵심축으로 보고 있다. JPIC를 중심으로 표준화와 공유, 자동화 등을 추진하는 로드맵이 만들어졌으며 2024년을 실천 로드맵 수립의 기점으로 삼았다.
Takayuki Mori 센터장은 “PI실현을 위한 구체적 과제로 글로벌표준 구축, 이종 운송수단 연결, 스마트물류 플랫폼 구축, 법·제도정비 등이 있다”라며 “PI를 적용하면 자원활용 효율이 높아지고 친환경적이며 재난 등 비상상황에도 강한 공급망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ric Ballot 교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PI의 전반적 현황과 발전전략을 소개했다.
유럽은 2007년경부터 PI연구를 시작해 유럽 각국이 협력해 모듈형 운송유닛과 공유인프라 확장, 디지털표준화에 힘쓰고 있다. 유럽연합과의 긴밀한 협력 아래 유럽은 여러 산업에서 표준과 규격을 만들어 자원과 데이터를 공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IoT, 인공지능, 디지털트윈 같은 첨단기술이 활용되는데 이는 PI가 보다 안전하고 비용효율적이며 지속가능한 물류시스템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된다.
Eric Ballot 교수는 “유럽은 ‘네트워크간 연결성’ 확립을 목표로 글로벌 표준 정립뿐만 아니라 스마트물류 노드 및 자동화, 자율배송 등을 위한 실증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실증 프로젝트들은 협력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해상·육상·철도를 아우르는 복합운송체계와 완전 자동화공정을 실현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PI의 완벽한 구축을 통해 제조에서 소비까지 물류 전체과정이 스마트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첨단 콜드체인, 공동물류 플랫폼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실정에 맞는 LAPI로 물류최적화 해야
채희원 로지스올 본부장은 ‘한국의 물리적 인터넷(LAPI) 실증’을 주제로 발표했다. 로지스올은 표준화된 물류패키징과 파렛트 풀링서비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물류기기와 첨단 플랫폼솔루션을 개발·운영하며 국내 최대규모의 물류기기 공급망과 고객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채 본부장은 “LAPI는 끊김없이 물류자산을 공유하고 효율성과 가시성,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혁신적 공동물류시스템”이라며 “LAPI는 하드웨어(단위 적재 기준)와 소프트웨어(EDI 등 데이터표준화)를 아우르는 통합공급망 운영을 목표로 하며 해외 및 국내 산업단지, 유통사, 제조사들을 연결해 물류 프로세스 전반을 최적화한다”고 전했다.
로지스올은 실제 LAPI솔루션으로 ‘유닛로드 시스템(ULS)’을 도입해 다품종·소량화물의 표준화된 적재와 분배를 가능케 하며 배송 및 하역생산성을 크게 향상했다.
로지스올의 표준화된 물류패키징에는 △포장접이식으로 부피를 줄여 빈 컨테이너 운송효율을 4배로 높인 컨테이너인 ‘FOLDCON’ △재사용 가능한 친환경 파렛트 ‘RRPP’ △RFID태그를 내장한 스마트 파렛트 △반복사용 가능한 접이식 박스 ‘RRCC’ △실시간 온도와 위치추적기능을 갖춘 ‘CoCon 컨테이너’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친환경 및 비용절감 효과를 높였으며 글로벌 수출·입물류에도 적용돼 성공을 거두고 있다.
또한 LAPI는 표준운용협약, 재무 인센티브제도, 디지털운영 플랫폼 구축까지 포함하는 거버넌스모델을 갖춰 공급망 참여자간 신뢰와 협업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이다.
채 본부장은 “현재 로지스올은 LAPI 국내 실증단계에 있으며 2024~2026년에는 AI 및 빅데이터기반 물류 DX(디지털전환), 글로벌표준 적합성 강화, 자동화설비 연동 등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LAPI가 효과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비기술적 도전과제도 존재한다. 업체간 협업 부족, 표준화 미흡, 경제·사회적 규제, 초기투자비용 분담문제, 데이터신뢰와 법률 부재 등이 실증확대의 걸림돌이다.
채 본부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외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국제협력과 혁신 비즈니스모델 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