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roShop은 3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 리테일산업 박람회로 리테일산업을 이루는 설비·서비스·디자인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동시대 리테일산업 현황과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무대다.
지난 2월22일부터 26일까지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EuroShop 2026은 △AI기반 리테일기술 △경험중심 매장혁신 △에너지효율 및 지속가능성 △리테일·F&B 융합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유통산업의 주요 변화방향을 집중 조명했다.
5일간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61개국 1,840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141개국에서 8만1,000명이 넘는 참관객이 방문했다. 방문객의 해외비중은 67%에 달했고 해외참관객 중 20%가 비유럽권 국가 방문객으로 집계됐다. 참가기업 구성은 여전히 유럽중심 구조를 보였지만 아시아와 중동 등 비유럽권기업과 방문객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박람회는 △매장설계 및 스토어디자인 △조명 △냉동 및 에너지관리 △전시·이벤트 마케팅 △리테일 테크놀로지(EuroCIS) △리테일마케팅 △푸드 서비스장비 등으로 구성됐다.
냉동·냉장설비 및 솔루션을 선보인 ‘냉동 및 에너지관리’부문은 총 13개 공간 중 2만5,000㎡ 규모의 4개 구역에서 진행됐으며 약 220개 기업이 참가했다. 주요 참가기업으로는 △아르네(Arneg) △엡타(Epta) △비쳐(BITZER) △카렐(CAREL) △댄포스(Danfoss) △AHT △SCM Frigo 등이 있었다. 쇼케이스 및 냉장창고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콜드체인산업을 위한 에너지관리시스템 및 지능형 모니터링시스템을 함께 선보여 글로벌 냉동·냉장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이번 EuroShop 2026은 글로벌시장에선 자연냉매기반 기술이 더 이상 ‘전환기적 선택지’가 아닌 ‘표준’으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줬다. 또한 지속가능한 리테일산업을 위해 에너지운영 최적화와 디지털전환을 통한 스마트냉방시스템이 적극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흐름을 확인했다. 이번 EuroShop 2026은 냉동·냉장설비산업이 기술경쟁 단계를 넘어서 구조적 변화 국면에 확실히 진입했음을 시사했다.

글로벌시장, 자연냉매 표준화
EU는 2024년 고GWP를 가진 불소계 온실가스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F-gas규제를 발표했다. 2050년까지 불소계냉매의 단계적 감축을 가속화하도록 규정해 유럽권 냉동·냉장산업계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특히 상업용 쇼케이스와 슈퍼마켓 냉동시스템에 대해 GWP 150 이상의 냉매사용을 제한하고 2025년부터 GWP 2,500 이상 냉매의 유지보수도 금지하는 등 시장전반에 냉매전환에 대한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 유럽 리테일시장에서는 CO₂냉매가 대형시스템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으며 R290냉매 역시 독립형설비로 소형장비에서 일반화된 상태다. 유럽 냉동·냉장시장은 기술이 아니라 F-gas 규제를 통해 재편됐다.
아르네는 2,300m² 규모의 부스를 구성해 ‘가치중심의 세계(A World of Values)’라는 주제에 맞춰 상업용 냉장·냉동설비의 지속가능성을 중점적으로 선보였다. 대형마트, 물류센터, 물류플랫폼과 같은 대규모시설 용도로 중온·저온 냉동기능을 하나의 CO₂ 초임계 냉동시스템에 통합한 부스터(Booster)와 소규모매장을 위한 CO₂ 초임계 냉동시스템이 적용된 프리즈마(Prisma) 등을 선보였다. 프리즈마는 옥외설치가 가능하며 상온·저온버전으로 구축할 수 있다.
아르네는 단순히 설비만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첨단 모니터링시스템 ‘Arneg A-Eye’와 새로운 스마트솔루션 ‘TOWER RING’ 등을 함께 전시했다. 이를 통해 디자인·설비·에너지효율을 통합한 리테일솔루션을 제시했다.
비쳐는 HFC냉매의 대안으로 CO₂냉매를 최적화한 응축기시리즈 ‘ECOLITE CO₂’의 첫 모델을 최초로 선보였다. 소형매장 및 슈퍼마켓까지 다양한 응용분야에 적합하며 플러그 앤 플레이 개념으로 설치와 유지보수가 용이하다. 이와 함께 △VARISTEP 기계식 용량제어 △VARIPACK 외장형 인버터 △IQ MODULE CM-RC-02 등을 선보이며 운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베이어레프의 자회사인 SCM Frigo는 CO₂기반 중앙식 냉동시스템을 중심으로 대형 리테일시장에서 자연냉매 전환이 보편화되고 있음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트랜스크리티컬 CO₂시스템과 고효율 콘덴싱유닛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및 성능을 통한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한 솔루션을 강조했다.
CO₂냉매를 적용해 작은 설치공간과 초저소음 환경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CUBO SMAT’와 소형 고효율 초임계 CO₂ 응축장치인 ‘CUBO₂ PLUS’ 등을 선보였다.
다이킨그룹이 인수한 AHT쿨링시스템은 그룹계열사인 테위스, 허버드, 자노티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사용되는 냉동캐비닛, 아이스크림 냉동고 등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특히 R290냉매적용 시스템을 핵심기술로 채택해 R290 독립형설비를 통해 효율적인 공간활용 및 설치용이성을 제안했다.

운영효율화 토대 E최적화 주도
자연냉매 적용 설비가 표준화된 글로벌시장에서 또 하나 선명하게 드러난 흐름은 에너지효율화다. EU 27개국은 ‘Fit for 55 Package(탄소감축 입법안)’에 따라 2030년까지 에너지소비량을 약 11.7% 감축하도록 합의하며 에너지효율 향상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적 성능개발뿐만 아니라 운영효율화를 통한 에너지절감솔루션도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에너지절감을 위해 도어를 부착하고 열전도율을 낮춘 유리 및 아크릴 소재를 적용한 다양한 모델의 쇼케이스가 전시장 곳곳에서 돋보였다. 냉기손실을 최소화한 구조설계 등 물리적 효율개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AI기반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활용한 운영최적화 기술도 강조됐다. 매장단위에서 냉장·공조·조명·전력 등을 통합관리하는 ‘Total Store Control’ 개념도 확산되고 있었다.
엡타는 쇼케이스와 냉동시스템, 에너지관리를 통합한 솔루션을 선보이며 리테일공간을 하나의 에너지시스템으로 바라보는 접근을 강조했다. 단순히 개별장비 효율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매장 전체의 에너지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을 부각했다.
카렐은 매장단위에서 냉장·공조·조명·전력 등을 통합 제어하는 플랫폼을 선보이며 실시간 데이터기반 에너지최적화 솔루션을 강조했다. 외부 온도, 매장 이용패턴, 부하변화 등을 반영해 냉각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함으로써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CO₂ 냉동시스템제어기술을 선보이며 자연냉매가 보편화된 글로벌시장에 최적화된 솔루션도 강조했다.

댄포스 역시 디지털제어솔루션과 에너지관리플랫폼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댄포스는 냉장실, 편의점, 진열대, 포장, 열회수, 모니터링 및 연결성을 위한 완벽한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선보였다. 리테일산업의 에너지효율성, 식품안전 및 비용최적화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솔루션이다.
주요 제품으로는 소형 고성능 CO₂냉동 시스템용으로 설계된 ‘ETS 5T 스테퍼밸브’와 확장된 ‘Optyma™ iCO₂ 응축장치’ 제품군 등이 있다. ETS 5T 스테퍼밸브는 정밀한 유량제어와 공간 절약형 설계를 결합해 공간이 제한된 매장과 고효율 냉동시스템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비쳐도 이번 유로숍에서 자회사인 자동화기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문기업 Wurm과 공동부스를 운영하며 초임계 CO₂시스템을 통해 압축기기술과 스마트제어의 상호작용을 선보였다. Wurm컨트롤러가 IQ MODULE과 직접통신해 운영데이터와 경고메시지가 중앙제어전략에 즉시 반영되는 솔루션을 시연했다. 이를 통해 시스템 효율과 안정성을 강화한다.
냉동·냉장설비의 경쟁력이 단순한 냉각성능 강화가 아닌 총 에너지소비 관리와 운영효율화 추구로 이동하는 흐름을 확인했다.

쇼케이스 도어 표준, 디자인 강화
글로벌시장 쇼케이스는 도어가 필수 요소로 자리잡았다. 수직형이나 평대형 쇼케이스 등 거의 모든 쇼케이스에 도어가 부착돼 있었으며 슬라이딩 도어, 자동개폐형 도어 등 도어의 차별성을 선보이는 제품군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도어만을 전문적으로 출품해 도어의 무게, 단열능력 등을 차별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쇼케이스의 에너지효율성을 높이면서 시각적으로 개방감을 선사하기 위한 다양한 소재도 적용되고 있었다.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성능 복층 유리, Low-E 코팅, 아크릴 등 다양한 소재가 적용되며 단열성능 개선과 디자인적 요소를 강화한 제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평대형 쇼케이스의 경우 사방면을 모두 유리나 아크릴 창으로 적용해 진열상품의 미감을 돋보이게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탈리아 등 유럽권 글로벌기업에서 제조하는 쇼케이스의 경우 판매상품을 돋보이게 하기위해 쇼케이스의 개방감이나 디자인 등의 요소를 부각한다”라며 “하지만 한국에선 최종 리테일사 진입 시 단가경쟁으로 인해 디자인이나 운영효율성을 위한 요소를 배제하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보편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쇼케이스의 결로나 열손실 문제를 히터출력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단열구조 자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며 “고단열 프레임구조, 밀폐력 강화, 자동 닫힘기능 등 에너지손실을 최소화하는 설계가 기본적으로 적용된 사례를 다수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식품 브랜드와 협업해 상품을 돋보이게 하거나 특정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쇼케이스 등 특수형태의 쇼케이스도 눈에 띄었다. 설비이면서 소비자와 직접적으로 만나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구매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 사용편의성과 디자인 역시 에너지효율과 함께 쇼케이스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글로벌 규제 강화, 시장 재편
EuroShop 2026에는 61개국의 기업이 참가했다. 특히 상업용 냉동·냉장설비분야에선 리투아니아, 체코, 튀르키예 등 유럽 주변국의 약진도 돋보였다. 또한 아시아권 국가에선 중국기업들이 다수 출품했다. 유럽중심의 전통적인 산업구조 위에 유럽 주변국가와 아시아 등 신흥 제조국의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 등의 적극적인 참여는 글로벌 생산지형 변화의 단면을 드러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투아니아와 체코, 헝가리, 튀르키예 등 유럽 주변국의 업체가 많이 참여한 것을 볼 수 있었다”라며 “이는 냉동·냉장 제조역량이 중앙무대에서 외곽지역으로 이전하며 가격경쟁 효율화를 추구하는 지역확장 흐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EuroShop 2026 ‘냉동 및 에너지관리’부문 전시 현장에서 체감된 시장분위기는 급격한 성장국면이라기보다 다소 정체된 가운데 구조변화가 진행되는 모습에 가까웠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시장 공급망 악화와 경기둔화, 유럽 내수침체 등으로 전반적인 시장활력은 다소 위축된 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자연냉매 표준화 △에너지최적화 기술확산 △시스템중심 산업재편 등이 큰 흐름으로 나타나면서 명확한 시장 전환점이 드러나고 있었다.
비용경쟁력을 가진 튀르키예, 중국 등으로 제조거점이 이동하면서 유럽의 주요 리딩기업들을 단순 제조단계에서 나아가 솔루션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부가가치산업 영역으로 포지션을 옮겨가는 흐름이었다. 또한 냉동·냉장산업이 단일한 기술경쟁단계에 머물지 않고 에너지·운영·공급망이 결합된 종합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기후위기대응 환경규제로 인한 친환경냉매 전환, 에너지효율화 흐름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서 ‘어떻게 운영하고 어디에서 생산할 것인가’로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韓, 기술개발·시장포지셔닝 재정의 필요
이번 EuroShop 2026에 국내 냉동·냉장설비기업의 출품은 없었다. 아르네 한국지사와 비쳐 한국지사에서 그룹부스를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고객을 만났다. 글로벌 냉동·냉장업계는 이미 냉매전환이 완료된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일본시장 역시 친환경냉매기반 제품이 상용화되는 추세이며 중국 역시 국가주도 탄소감축을 시행하며 비용경쟁력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특히 세제혜택과 투자 지원정책을 통해 외국기업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유럽기업이 중국을 생산거점이자 소비시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은 뚜렷한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채 다양한 선택지가 놓인 시장을 살펴보는 상황이다. 규제기반으로 빠르게 구조전환을 이뤄낸 유럽시장과는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점진적인 정책을 통해 다양한 냉매가 혼재된 과도기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냉매 전환 속도 역시 글로벌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글로벌시장이 규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시점이다. 나아가 에너지효율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며 에너지관리·운영 등 토탈솔루션 영역으로 확장되는 글로벌 산업흐름을 따라가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한국은 냉동·냉장설비분야에서 축적된 기술력과 탄탄한 제조기반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글로벌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 다만 탈탄소와 에너지절감은 현시대 산업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는 과제인 만큼 이를 어떤 방법으로 헤쳐나가야할 지 업계와 정부의 방향결정과 추진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