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초기 대응의 핵심은 마스크와 진단키트 확보였지만 현재는 백신운송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백신의 온도관리에 실패한 일명 ‘물백신 사건’을 계기로 콜드체인은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엄격한 온도유지를 요구하는 백신운송의 핵심인 콜드체인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최근 시작된 백신공급 현황과 정부의 백신(바이오) 콜드체인체계에 대해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점검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 시작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2월26일부터 전국에서 동시 시작됐다. 2월26일에는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의 만 65세 미만 입소자·종사자를 대상으로, 27일부터는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병원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시행됐다.
중증환자가 많이 방문하는 고위험 의료기관과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에 대해서는 3월 초부터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백신은 물류센터에서 개별 요양병원으로 직접 배송되며 요양시설 입소자·종사자에 대한 백신은 우선 보건소로 배송·보관됐다가 보건소에서 백신을 가지고 시설을 방문하거나 대상자가 보건소에 내원해 접종을 진행하게 된다.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에게는 국제백신공급기구(COVAX)를 통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이 제공되며 이들에 대한 접종은 3월20일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국제 백신공급기구를 통해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국내 도입 즉시 공항에서 5개 예방접종센터로 1차 배송됐으며 3월8일부터 예방접종센터에서 자체접종기관(82개 기관)으로 배송됐다.
1주차에는 중앙예방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진행됐으며 권역 및 지역예방접종센터 의료진에 대한 참관 및 교육을 제공했다. 2주차에는 권역예방접종센터로 확대 시행되며 해당권역 내 자체 접종 의료기관 의료진에 대한 참관교육을 진행했다.
文, 백신운송 모의훈련 참관
본격적인 백신공급에 앞서 2월1~3일 코로나19 백신유통을 위한 민·관·군·경 합동 모의훈련이 진행됐다. 이번 훈련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한 수송·보관·유통을 위해 코로나19 예방접종추진단 내 수송지원본부를 설치하고 각 기관별 개별훈련을 진행해왔다. 인천공항→물류센터(경기도 평택 소재)→중앙접종센터(서울 중구 소재 국립중앙의료원)로 연계되는 범부처 합동 모의훈련이다.
훈련은 △범부처 합동 모의훈련 전반에 대한 보고 △공항 내 백신 물류계획 보고 △백신 하기 훈련 참관 △냉장차 탑재훈련 참관 △운송계획 보고 순으로 실시됐다. 특히 ‘항공기로부터 냉장차까지의 탑재과정’과 ‘공항에서 물류센터로 배송과정’은 문 대통령이 직접 훈련현장을 참관했다.
또한 냉장차 탑재 및 운송훈련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백신을 지게차를 이용해 냉장차에 탑재하는 훈련모습을 직접 보고 백신운송 차량행렬의 구성과 역할, 비상상황 발생 시 대처계획 등을 보고받았다.
백신확보 ‘순항’
백신의 추가확보는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월15일 화이자 백신 300만명분(600만회분)을 추가 구매계약하고 당초 3분기였던 공급 시작시기를 1분기(3월 말)로 앞당겼다.
화이자 백신은 당초 3분기부터 도입예정이었으나 제약사와 조기공급 협상결과에 따라 1분기(3월 말) 내 50만명분(100만회분), 2분기에 300만명분(600만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 현재 화이자 백신은 식약처에서 허가심사를 진행 중이며 3월 말 도입되는 백신에 대한 국가출하 승인이 완료되면 4월부터 예방접종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질병관리청은 2월16일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코로나19 노바백스 백신 공급계약 체결식을 개최하고 2,000만명분(4,000만회분)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이전 방식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첫 사례가 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백신개발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백신 공급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노바백스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면역증강제와 섞어 인체에 투여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냉장(2~8℃) 조건에서 보관 및 유통이 가능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백신공급의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에서 국내 생산·공급이 가능한 노바백스 백신 및 화이자 백신 조기도입을 통해 안정적 수급에 기여할 것”이라며 “정부는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4,000만회분)을 더해 지금까지 총 7,900만명분(1억5,200만회분) 백신을 확보했으며 앞으로도 조기공급과 신속한 예방접종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온도모니터링 핵심
이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유통 수행기관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냉동창고 운영업체 2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온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물류 및 모니터링업체는 정작 빠져있다는 지적이다. 백신운송 시 온도이탈로 문제가 발생하면 물류업체의 직접적인 책임이 발생하는데 책임주체가 컨소시엄에는 빠진 것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900회분이 이송과정 중 제품포장단에서 규정대로 이뤄져야 할 냉매안정화 작업이 지켜지지 않아 출발 20분 만에 온도이탈로 회차했다. 패키징에 냉매와 백신을 실은 후 일정시간 안정화 작업을 거쳐야 했지만 포장작업에서 이러한 SOP(표준운영절차)대로 이뤄지지 않고 진행된 것이다.
이번 사례로 의약품 운송에 대한 정확한 관리체계가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전문의약품 이송기관 및 정부 관계자 양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또한 관련업계에서는 과연 제대로된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사용한 엠투클라우드의 모니터링시스템은 블루투스 타입으로 핸드폰 또는 WiFi가 없으면 실시간 데이터전송을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라며 “운전석에 있는 핸드폰과 탑 내부센서가 연결돼야 하는데 탑벽이 가로막고 있으면 통신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대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면 2~8℃를 유지해야 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온도가 1.5℃까지 떨어질 동안 온도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라며 “정황상 실시간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냉동탑 성능인증 마련 ‘시급’
의약품은 물론 식품 콜드체인에서도 끊임없이 지적되는 부분이 수송부문의 인증미비 문제다.
냉동탑차의 냉동탑은 기준 및 인증이 없어 단열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이 저가로 생산,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높은 성능의 냉각탑을 생산하는 업체는 가격경쟁력에 뒤쳐질 수밖에 없어 냉동탑차업계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건물을 예로 들면 기밀과 단열성이 떨어져 여름철 에어컨을 가동하더라도 많은 에너지비용이 들고 금세 내부 온도가 올라가는 것과 같다. 냉동탑의 단열성이 낮으면 차량용 냉동기를 계속 가동해야하고 외부에서 전달되는 열 때문에 내부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특히 지난 2월 대통령까지 참관한 백신수송 모의훈련 당시 공개된 냉동탑차는 윙바디 탑을 사용한 것으로 포착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윙바디를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탑 좌우로 개폐되는 부분과 철골절에서 냉기가 누출될 수밖에 없다”라며 “내부에서 냉동기를 가동하고 패키징으로 보온을 하더라도 외기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탑에서 단열이 안되면 온도유지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냉동창고에서 단열이 안되는 패널을 사용하면 에너지비용도 많이 들고 온도유지도 어렵다”라며 “지금은 기온이 낮은 계절이지만 여름철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냉동탑의 성능기준과 인증이 부재한 현실은 단열과 기밀성능을 강화하는 패시브건축물분야와는 대조적이다. 건축물분야는 온실가스 저감과 에너지성능 향상을 위해 많은 연구와 토론이 진행되며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의 단열·기밀성능을 요구하는 기준과 인증을 마련하고 인증획득 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냉동탑에서도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혹은 에너지효율등급 등과 같은 맥락의 콜드체인인증 혹은 등급제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단열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하고 공인시험기관 지정도 필요하다.
포스트코로나, 콜드체인 지속 전망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된다하더라도 백신 콜드체인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도 코로나19의 변이바이러스 소식이 들리고 있고 무엇보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 새로운 감염병이 발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는 전염병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이러한 감염병에 대한 각국의 경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 한 명만 신종 감염병에 걸리게 된다면 또다시 국경이 폐쇄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국경 폐쇄는 경제봉쇄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선진국 수준의 예방접종체계를 운영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전 국민의 백신접종이 의무화·정례화되고 콜드체인산업 역시 고도화·전문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인들의 백신콜드체인에 관한 인식이 제고돼야 한다”라며 “앞으로 백신 운송·보관시스템을 수립할 때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검토 및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선 병원에서는 바이오 냉장고가 아닌 일반 냉장고에 백신을 보관하고 선입선출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또한 백신 옆에 김치통과 먹다남은 아이스크림 등을 보관하는 경우도 목격되는데 인식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