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되는 물류창고 화재…예방솔루션 적용 시급

원인공종·착화물, 용접·우레탄 각각 40% 이상
정부, 매뉴얼·실태조사·R&D 등 착수…‘총력대응’
내화단열재·무용접체결구, 화재예방솔루션 ‘주목’

2022.06.01 11:08:22



최근 5년간 연평균 362개소의 물류창고가 신규로 건설되는 등 물류시설이 급증하고 있으나 안전관리 규정이 미흡해 대형화재로 인한 피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도로교통의 발달, 대형할인점, 홈쇼핑 등과 같은 대규모 유통업체의 등장, 택배업 활성화 등으로 인해 전통적인 도매업의 입지가 줄어들면서 물류창고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물류창고는 효율적인 물류활동을 위해 점점 대형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부가가치 활동을 가능케 함에 따라 시설의 규모, 취급물동량, 소요인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8월 기준 물류시설법에 따른 물류창고 수는 총 2,825개소로 이중 경기도가 998개로 가장 많은 수가 위치하고 있다. 창고유형별로는 일반창고가 2,042개로 가장 많았고 냉동·냉장창고가 484개, 보관장소는 299개로 나타났다.

타 법률에 의해 운영되는 창고도 전국에 2,351개가 있으며 경기도가 689개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으로 △관세법에 따른 보세창고 602개 △식품위생법에 따른 냉동·냉장창고 530개 △축산물위생법에 따른 축산물보관창고 519개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른 냉동·냉장창고가 326개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종 사고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립과정에서 다양한 인화성 물질이 사용되며 가연성 자재가 시공되는 데다 비용상의 이유로 무리한 공기단축이 감행돼 위험물을 취급하는 공종의 공사가 병행되는 경향이 있어 화재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2020년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된 창고업 근로자수는 3만4,979명이며 이중 사고재해자수는 124명, 사고 사망자수는 1명으로 집계돼 사고재해율은 0.35%로 전체 산업평균 사고재해율 0.49%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화재사고의 경우는 다르다. 2016~2020년 발생한 국내 화재사고는 총 20만8,691건이며 이중 7,227건이 물류창고에서 발생했다. 점유율은 2016년 2.8%에서 2020년 3.7%까지 증가했다.



주요 화재사례로 △부산 냉동창고 화재(1998년 10월, 사망 27명)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2008년 1월, 사망 40명) △군포 복합물류터미널 화재(2020년 4월, 창고건물 2개층 전소, 630억원 피해)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2020년 4월, 사망 38명) △용인시 양지 물류센터 화재(2020년 7월, 사망 5명)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2021년 6월, 사망 1명, 3,000억원 피해) 등이 있으며 언론매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물류창고 화재사고 사망자의 경우 2016년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2017~2019년 2~4명이던 것이 2020년 46명으로 급증했다. 부상자도 △2016년 26명 △2017년 39명 △2018년 33명 △2019년 39명 △2020년 66명으로 증가추세다.

재산피해액은 5년 평균 화재건수 점유율 3.5%대비 12.1%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물류창고시설의 대형화, 첨단화로 인해 사고발생 시 큰 피해액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망자 현황을 재해발생 기인물인 착화물 및 공사종류별로 살펴보면 착화물은 우레탄패널류(40%), 인화성가스(22.1%) 등이 비율이 높았으며 단위 공종별로는 용접·용단작업(43.2%), 절단작업(7.4%) 순으로 나타났다. 물류창고의 화재현황 및 원인상 용접·용단과정에서 발생한 불씨가 우레탄 단열재, 우레탄폼 등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열재·용접, 화재예방 핵심열쇠
냉동창고는 방열을 위한 단열재가 많이 소요되며 이에 따라 공사 중 화재위험성이 높아 자칫 대형사고로 확대될 위험성이 크다. 또한 방열·방습공사는 냉동창고에서 가장 중요한 공사 중 하나로 공사량 측면에서도 마감공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므로 많은 공종의 작업이 혼재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화재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단열재 선정 시 난연재 여부를 확인해야 하며 공사 중 용접기, 산소절단기, 전기공구, 우레탄 발포기계, 유기용제(페인트) 등 사용 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방열·방습자재는 대부분이 유기계인 가연성 물질이므로 용접·용단 등 화기작업과 혼재작업 조정 등 공정단계에서부터 철저한 화재예방관리가 필요하다.

용접·용단 시 발생한 불티가 단열재 등의 내부와 접촉하면 일정부분 훈소*의 형태로 진행된다. 여기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고 상당한 축열이 진행돼 온도가 상승되는 경우 화염을 일으키는 화재로 확산된다.

용접·용단 및 땜 작업은 주변에 인화성 물질이 없어도 고온의 불꽃, 불티의 비산이나 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연마·절단작업은 인화성 물질이 존재하는 경우 작업 중 발생하는 높은 마찰열이나 스파크가 점화원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불꽃이 비산해 자재, 유류가 묻은 작업복 등 가연물에 착화하면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다.


*훈소: 화재가 발생하기에는 온도가 낮거나 산소가 부족한 상황 때문에 화염이 없이 가연물의 표면에서 열이 발생하면서 서서히 연소되는 현상.


정부, 전방위대책 추진
정부는 빈발하는 냉동·냉장 및 일반물류창고 화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대책수립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지난 1월 화재사고 실태·원인, 화재 및 폭발원리, 화재위험 관리방안 등의 내용을 담은 ‘냉동·물류창고 화재사고예방 매뉴얼’을 제작·배포했다.

매뉴얼은 화재사고 예방을 위해 △화재위험작업 허가제 및 서면게시 △화재감시자 운영 △용접·용단작업관리 △우레탄폼 작업관리 등에 대한 제도·절차·방안 등을 안내하고 있다.

또한 국토교통부, 고용부, 지방국토청, 소방청, 산업안전보건공단, 국토안전관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전국 공사현장 80개소와 운영 중인 창고 517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3월까지 일제 합동점검을 시행키도 했다.

이와 함께 국가R&D로 ‘물류시설 화재 안전성 및 위험도 관리기술개발사업’을 시행해 5월부터 연구에 돌입했다. 물류시설 화재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피난안전성 향상기술과 최적 화재대응을 위한 위험도 관리기술 개발이 목표인 이번 R&D는 2026년 12월까지 4년 8개월간 국비 234억여원이 지원되는 대규모 과제다. 특히 물류시설에 대한 최적 배연시스템 개발, 마감재료·단열재 난연성능향상, 수용물품 등급별 화재강도기준 마련 등 내용이 포함돼 연구결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단열·용접 화재예방 솔루션은
물류창고의 화재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으면서 산업계 역시 관련기술 및 제품개발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용접·용단작업의 동반이 필수적인 배관관련 자재나 가연성 물질인 샌드위치 패널 등 단열재는 화재발생 및 확산에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적합한 자재적용이 필수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재위험성을 내포한 기존 자재를 사용할 경우 사고 리스크가 있으므로 이를 감안하면 고품질·고성능 자재로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무발포단열재 전문기업 아마쎌코리아의 관계자는 “자재를 저가라는 이유로 선정하면 사고위험, 운영비용 등 총비용 관점에서 고가의 단열재를 사용한 것보다 오히려 더 큰 비용이 든다”고 지적했다.

냉동·냉장창고 솔루션기업 아르네코리아의 관계자는 “작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난연 및 준불연급 이상의 패널을 사용토록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건축법 및 하위법령 개정에 따라 냉동·냉장 물류창고를 포함한 창고·공장시설은 샌드위치패널을 사용할 경우 우레탄, EPS 등 심재의 소재종류를 불문하고 반드시 준불연 이상의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업계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시험결과를 확보한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우레탄, EPS업계를 중심으로 심재준불연 성능을 확보한 샌드위치패널을 출시하고 있으며 화재안전 및 보온기준 상 관리가 소홀했던 배관단열재 역시 내열·내화성을 강화한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또한 물류창고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는 용접·용단작업이 불필요한 무용접 배관체결솔루션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무용접기술은 용접에 따른 불티는 물론 유해가스도 발생시키지 않아 작업자의 안전과 건강에도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비숙련자도 빠르고 쉽게 작업을 마칠 수 있으며 용접작업에 준하는 기밀성도 확보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돼 있다.

국민과 기업의 인명·재산상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는 화재사고를 예방하는 작업은 경제성을 논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이를 위한 하이테크 솔루션의 적극적인 도입이 시급하다.

여인규 기자 igyeo@khar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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