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물차 전환’ 시급 유통·물류분야 NDC 실현

사업용차량 50만대 우선 전환 목표
보조금 유지·충전인프라 확대 핵심
접근성·실수요 고려 양질 충전기 보급

2024.02.06 17:54:22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20%를 수송부문이 차지하고 있다. 약 40%를 차지하는 발전부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배출량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감해왔던 발전부문, 산업부문 보다 수송부문은 이산화탄소 감축 잠재량이 가장 많은 부문이지만 산업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을 투자해 이산화탄소 감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사업용 차량 50만대 우선 전환 목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모든 당사국은 5년 주기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 하고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면서 주요국에서는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빠른 속도로 기후 위기 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탄소중립위원회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50년 탄소 순배출량 0인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부처별로 총 20여개의 로드맵(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산림, 해양수산, 재활용 등)을 계획했으며 국토교통부에서는 건물과 수송부문 로드맵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에서 담당하는 ‘국토교통(건물수송)’ 부문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분야로 우리나라 탄소 총배출량(7억2,760만 톤CO2eq)의 21% 수준이다. 이중 수송부문은 내연기관 차량·항공기 등의 화석연료(휘발유·CNG 등) 사용에 따른 배출로 차량이 95% 이상이며 철도·항공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국토부 수송부문 탄소감축목표는 2018년대비 2030년까지 37.8% 감축하고 2050년까지 97.1%(A안) 또는 90.6%(B안)를 감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기·수소차 보급 가속화와 대중교통 활성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450만대를 전기·수소차로 전환하며 탄소감축 효과가 큰 사업용 차량 50만대를 우선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정부 구매보조금 지원 및 세금감면 등의 혜택으로 2023년 5월기준 등록대수는 45만대(누적)이고 전체차량에서 1.8%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전기차 중 화물차는 약 10만대 가량으로 23%를 차지하며 승용차 34만대 (75.6%), 승합차 5,800대(1.3%)로 집계 됐다. 화물차는 구매보조금 지급, 노후 화물차 대·폐차 시 톤급 제한 미적용 등 전기화물차 정책지원으로 2022년 5월대비 76.4%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원 중단 등 불확실성 요인이 존재하나 전기차모델 다양화, 차량용반도체 공급부족현상 완화에 따른 공급병목현상 해소 및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경쟁 등으로 전기차 등록대수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의 목표인 2030년 420만대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2023년 EV TREND KOREA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차 구매에 있어 주요고려사항으로 주행거리(26%), 차량가격(24%), 충전시설 설치 (19%), 보조금(17%), 유지비(11%), 환경 보호(3%)순으로 나타났다. 차량가격, 보조금, 유지비 모두 비용과 관련된 부분으로 전기차를 구매·유지하는데 비용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일정기간 보조금 유지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한 정책지원은 구매보조금 지원과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 세제감면을 중심으로 추진돼왔다.


차량성능(연비, 주행거리), 대기환경 개선효과 등에 따라 차량별로 차등 지급되며 승용차는 최대 680만원(중·대형), 580만원(소형 이하), 승합차는 최대 7,000만원(대형), 5,000만원(중형), 화물차는 최대 1,2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이와 별도로 지방자치단체별로 관할 자치단체내 거주 등 자격조건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원금액은 지자체별로 상이하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들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계획이며 매년 지원금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음에도 전기화물차가격은 경유화물차 가격보다 평균 약 500만원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도로화물운송업은 90% 이상 1인 차주 개인사업자로 구성돼있으며 기업체당 매출이 크지 않아 영세하다. 신규·기존 운송업사업자 모두에게 전기차 초기비용은 경유화물차에 비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가적 재정문제 등으로 판매보조금 지급이 줄어든다면 우회적으로 배터리교체·충전 등의 유지비용 지원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초창기 전기화물차가 비교적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던 원인이 영업용번호판 지급, 저렴한 충전비용 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매비용뿐 아니라 운영까지 고려된 총 소유비용 관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 함께 개인이 아닌 차량제조사들이 차종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들이 각자 상황에 맞게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최근 중국전기차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로 국내 전기차시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서는 가격과 품질이 뒤따라야한다.


허성호 서울대 조교수는 “보조금이 없을 경우 전기화물차 구매비용이 유사한 내연기관 트럭보다 높은 것을 고려할 때 현재 운영되는 인센티브제도에 대해 적절한 시점까지 유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 다”라며 “더 많은 주행거리를 갖는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기회를 늘리는 것은 물류산업뿐만 아니라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적재적소에 충전인프라 구축

전기차 구매에 있어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는 충전인프라에 따른 충전의 불편함 문제다. 정부는 2023년 6월 국정현안관계 장관회의에서 전기차 충전인프라 확충 및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해 접근성과 실수요를 고려해 충전기보급 확대, 사용편의성 제고 및 서비스품질 개선, 화재피해 최소화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차 충전기를 2030년까지 24만여기(2023년 4월)에서 123만기 이상 보급할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화물자동차 전용 충전인프라에 대한 세부적인 추진계획은 미비한 상황으로 보인다.

전기화물차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대부분의 전기트럭 주행거리가 200km 내외에 불과해 장거리 배송이 힘들다는 점이다. 이동경로가 일정치 않은 개인영업자들에게 충전에 대한 불안감은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든다. 대부분의 충전공간은 승용차 충전을 고려해 설계돼 전기화물차는 여러면을 차지해 충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대형화물차로 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이와 함께 시간에 쫓기는 운송업 종사자들에게 긴 충전시간도 문제점으로 지적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충전기 누적 보급대수는 약 19만4,000기였다. 이 중 완속충전기는 17만3,000기(89.4%), 급속충전기는 2만1,000기(10.6%)에 그쳤다.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급속충전기를 보유한 전기화물차용 공동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특히 적재적소에 맞는 충전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충전시설 보급실적은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9대 수준으로 세계평균 10대, 유럽평균 13대, 중국평균 8대와 비교해 우수한 편이다. 그럼에도 급속충전수요가 높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충전기가 부족해 전기차 운전자간 충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접근성과 실수요를 고려한 충전기 보급 확대로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안전성을 향상해야 한다.


김규승 교통연구원 연구원은 “화물자동차의 운행특성 등을 고려한 전기화물차 충전인프라 구축에 관한 구체적인 추진계획과 로드맵이 우선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콜드체인 전용 고용량 배터리 개발

코로나19 이후 바이오의약품·백신 등의 안전한 배송을 위해 정온을 유지하는 콜드체인 화물차 수요가 늘어났다. 또한 신선식품 구매패턴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냉장·냉동 배송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콜드체인 전기 화물차 도입도 증가할 전망이다.


상시 정온환경을 유지해줘야 하는 콜드체인 전기화물차는 일반 전기화물차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 전기차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줄어들어 배송에 어려움을 겪게된다.

최근에는 주행용과 정온유지용 배터리를 따로 사용해 충전하는 전기화물차가 많아지고 있다.


콜드체인부문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서는 고용량·고안정성 배터리 개발과 이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신선식품 배송은 SSG닷컴, 마켓 컬리, 쿠팡 등 큰 규모의 기업들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친환경 ESG 경영과 맞물려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이다. 콜드체인 배송차량의 이동경로를 파악해 적절한 충전인프라를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물류센터를 에너지허브로 사용해 지속적이며 친환경적인 에너지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수송부문 전기화물차 보급은 국가온실 가스감축목표(NDC)를 달성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인 수송부문 전기화물차 전환사례가 나온다면 국가적으로도 이미지 제고와 경제적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관련기술에 대한 지원,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적절한 충전인프라 구축과 관련산업 연계로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킨다면 효과적인 전기화물차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현 기자 jhkim@coldchain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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