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한국이 중장기 저성장국면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연일 이어졌다. 올 한해는 모든 산업계가 불확실한 시장전망 속 불황을 버텨내는 데 힘을 쏟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급격한 물가 상승 등이 내수경제를 더욱 악화시켰으며 지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해외정세 또한 쉽게 판단할 수 없었다. 지난 11월5일 치러진 미국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으로 원달러 환율이 요동쳐 또 한번 경기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불황이 더 길어질 수있다는 우려가 있다.
성장하는 이커머스, 인식 밖 콜드체인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도 점점 더 개인화돼가는 사회현상과 맞물리며 산업트렌드는 더욱 개별화됐으며 디지털전환 속도와 다변성이 격화됐다. 지난 7월 티메프 미정산사태가 터진 와중에도 이커머스시장은 지속 성장했으며 온라인을 통한 신선식품 구매비율도 높아지고 있어 콜드체인물류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온도관리가 중요한 콜드체인에서 모니터링 저변확대에 대한 정부와 업계반응은 미온적이었다. 모니터링 시장은 팬데믹사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쳤으며 그 과정에서 의약품 콜드체인 모니터링은 안정화되고 있지만 파장이 식품이나 다른 영역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이러한 경향과 비슷하게 물류분야 역시 콜드체인물류를 위한 자동화설비투자가 확장되지 않았다. 이커머스시장 확장과 성장세에 대비해 올 한해 물류는 효율성 강화를 위한 디지털전환에 속도를 붙였다. 하지만 상온물류 위주 변화가 이뤄졌으며 콜드체인물류의 경우 ‘아직은’ 도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물류센터 부동산시장은 팬데믹시기 폭발적으로 증가한 저온물류센터가 독이 돼 돌아왔다. 공급망 불안정으로 원자재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용 증가와 PF, 임차인 확보실패로 저온물류센터 공실률은 지속 확대되고 있어 콜드체인설비기업의 불황 으로 이어졌다.
기후위기 대응 엇박자
올해 이렇게 더워도 되는 것일까 싶을 정도로 폭염이 이어졌으며 지구가 이미 끓고 있다는 것을 마주한 한 해였다. 기후재난을 멈추고자 전 세계가 기후협약에 동참해 ESG경영 강화를 내세웠다. 기업이 직접 소유하지 않아도 공급망 안에 있는 모든 협력업체의 탄소배출량까지 포함 해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Scope3가 국내에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High GWP의 냉매 단계적 규제를 위한 정부 움직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후재난이 다가오고 있어 전 세계는 어쩔 수 없이 규제의 칼을 꺼내들었다.
콜드체인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하는 산업군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온도유지를 위한 냉매사용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을 역행하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든 그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콜드체인에 속한 업계인식도는 굉장히 낮다. 친환경 냉매전환 필요성에 대한 인지도는 낮으며 ESG경영 추진에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전통적인 화석연료산업에 힘을 쏟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기업들의 태도도 모호해 지고 있다. 정확한 방향성없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 정부정책기조도 힘을 보태고 있다.
국민생활 질이 높아지며 편리함에 대한 요구가 커질수록 콜드체인시장은 확장 돼간다. 하지만 올해는 각 산업계가 가지고 있는 파이를 지켜내는 것 만으로도 어려운 시기였다. 성장은 전망되나 실제 성장은 이뤄지지 않은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