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콜드체인을 위한 모니터링시스템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 과정 에서 온도관리가 가능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증하는 식품배송수요에 따라 식품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온도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한국의 콜드체인시장은 2021년 39억1,310만 달러 규모로 2017년 22억7,340만달러대비 14.5% 성장했다. 콜드체인 모니터링 분야 규모는 2021년 2억4,570만달러로 2017년 1억3,770만달러대비 15.6% 증가했다. 이는 보관시장 14.7%, 운송시장 13.8%보다 가장 높은 성장세다.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장의 주요 성장요인은 △정부의 식품안전규제 강화 △바이오의약품 및 백신유통량 증가 △온라인 신선식품시장 확대 △IoT기술과 센서기술 발전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의식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온도민감 바이오의약품 단절없는 온도관리 요구
2020년 10월 독감백신이 운송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된 사건이 있었다. 상온노출로 의심되는 백신접종자는 전국에서 1,900여명에 이르고 13명 이상이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태가 벌어지며 의약품 온도관리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불안이 가중됐다.
2021년 코로나19 시기에는 대량의 백신이 폐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86.2%가 적정온도 이탈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2021년 2월26일부터 7월1일까지 폐기된 코로나19 백신 8,886회분의 폐기사유는 △온도이탈(7,667회분, 86.2%) △백신용기 파손(956회분, 10.8%) △유효기간 경과(120회분, 1.4%) △접종과정 오류 (113회분, 1.4%) △사용가능 시간경과(30 회분, 0.3%) 순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온도이탈 예방을 통한 백신 폐기량 최소화와 안전한 백신접종을 위한 백신 정온물류 관리지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화이자백신은 –70℃에서 보관해야 하며 모더나백신은 –20∼15℃에서 장기보관, 2∼8℃에서 최대 한달간 안정적이며 아스트라제네카백신은 2∼8℃에서 보관 및 운송이 가능하다.
제품마다 관리 및 보관온도가 상이하다. 이는 요구되는 관리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돼도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관리온도보다 낮은 온도에 노출돼도 제품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콜드체인은 단순한 저온이 아닌 다양한 온도대를 관리하는 정온물류(TCL: Temperature Controlled Logistics)로 분류해야 한다.
2023년 4월 개정된 물류정책기본법은 정온물류에 대해 △농수산물 및 식품 △ 의약품 △그밖에 첨단전자 부품 등을 대상으로 온도관리가 요구되는 품목이 공급자로부터 조달·생산돼 수요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며 행하는 운송, 보관, 하역, 포장, 정보통신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규정했다. 식품, 바이오의약품, 화훼류, 반도체 등 온도민감성 물품은 적합한 온도에서 취급하지 않을 경우 품질이 저하되거나 유해할 수 있으므로 공급사슬 전 과정에 거쳐 단절없는 관리가 요구된다.
실시간 데이터 수집⋯ 물류생산성 향상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2018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블록체인기술이 적용돼 물류 비효율성이 사라질 경우 세계 GDP가 4.7%(약 2조6,000 억달러) 증가하며 세계무역이 14.5%(약 1조6,000억달러)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우리나라 역시 블록체인기반 콜드체인 모니터링기술로 물류생산성과 안전성, 신뢰성을 모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니터링기술을 활용하면 자원의 실시간 정보를 연계·관리해 물류생산성 증가와 함께 운송차량 및 물류센터 위치, 성능 등을 고려한 계획수립으로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콜드체인 전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도 작업 소요시간, 차량 대기시간, 장비 투입량, 혼잡도 등의 예측에 소요되는 입력데이터를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스템을 통해 확보함으로써 물류센터의 예측가능성이 증대되며 물류가시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고품질제품을 일관되게 공급해 소비자 신뢰를 구축하며 품질관리에 대한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다. 국제 요구사항을 충족시킨 제품은 국가간 식품·의약품 거래 시 품질을 보증하며 글로벌 무역을 증진시킨다.
이와 함께 폐기제품을 줄여 환경부담을 감소시키며 에너지 효율적인 운송 및 보관방식을 채택해 지속가능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저비용의 기술보급이 가능해지면 물류산업의 가격경쟁력이 향상되며 참여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산업규모 확대로 이어지는 혁신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거래내역 위변조가 불가능함에 따라 계약의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계약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운송 사업자들의 갑을관계에 의한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환경·ICT분야 콜드체인 전문기업 동우텍의 관계자는 “온도관리는 제조, 생산, 판매 등 모든 산업의 수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경제적 지표로서도 중요하다”라며 “생산수율을 높이고 폐기량을 줄이는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스템은 가까운 미래에는 필수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플랫폼, 기존 센서 연동지원 필요
각기 다른 기종의 센서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수집·검증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데이터플랫폼이 필요하다. TCL 전용 블록체인기반 데이터플랫폼의 해외사례로는 Roambee사의 ‘Global real-time supply chain visibility Platform’이 있다.
전 세계 실시간 가시화를 위해 자사 센서뿐만 아니라 기존 구축된 센서와의 연동을 지원한다. 타 모니터링서비스의 대부분은 자사 센서가 아닌 타사 센서를 연결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되나 Roambee는 자사 제공 서비스 사용 이외에 API 제공을 통한 독립서비스 구성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표준화된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스템을 위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콜드체인산업 육성을 위해 ‘콜드체인 상태정보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기술개발’ R&D를 2021년부터 수행하고 있으며 2025년에 완료 예정이다.
이번 과제는 식품 및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의 종단간(공급-제조-유통-고객) 상태정보의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TCL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다. 초기비용 부담으로 모니터링시스템을 활용하기 힘든 중소화주 및 물류기업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저비용 구독형 정온물류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콜드체인시장 확장과 기술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하대학교가 연구개발총괄기관을 담당하며 △컴퍼니위 △씨스존 △엔로지스 △컬리 △지씨셀 등이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다.
김용진 인하대 정석물류통상연구원장은 “정온물류는 요구하는 온도대가 각각 다르며 콜드체인이라는 가치사슬의 특성상 단계별로 정확한 관리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라며 “이번 과제는 이러한 니즈에 적합한 R&D사업이며 완료되면 시간·비용절감과 정확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식품·의약품 물류안전성을 제고해 국민 건강안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생물학적제제, 합리적 가이드라인 개정
식약처는 2021년부터 ‘생물학적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 규칙’을 통해 생물학적제제의 보관 및 수송시 온도 모니터링에 대한 규정을 개정했다.
다만 규제가 강화되며 인슐린 등 실온보관이 가능한 제품까지 백신과 같은 수준의 콜드체인 규정이 적용되며 일부 유통업체들이 유통에 어려움을 겪어 인슐린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규정을 개정하며 인슐린 등 냉장보관 생물학적제제 중 실온보관이 가능한 일부 의약품에 대해 자동온도기록장치 등의 설치의무화를 제외했다.
2023년 12월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콜드체인이 필수적인 ‘냉장·냉동보관제품및 백신군’에 대해 도매업체에서는 자동 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수송설비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측정된 온도수기기록도 보관해야 한다.
‘냉장보관제품 중 사용 시 일정기간 냉장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은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설치된 수송설비를 사용하는 것이 필수는 아니며 권장된다. 자동온도기록장치가 없이 운송된다면 출하 시와 인도 시에는 반드시 온도를 기록해야 한다.
‘냉장·냉동보관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은 자동온도기록장치를 갖춘 수송설비를 사용하지 않으며 출하증명서에 출하 시와 인도 시 온도를 기록해야 한다.
이재현 의약품규제과학센터 센터장은 “생물학적제제는 일반 의약품과 달리 분자의 크기가 크고 복잡한 구조로 돼 있어 온·습도, 빛, 물리적 충격 등 외부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콜드체인을 꼭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콜드체인 전문기업 엠투클라우드의 관계자는 “IT기술로 물류서비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관리부실 문제를 해결하며 제품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기업·기관간 협력·데이터공유 시급
정부는 2023년 ‘신성장 4.0 전략’ 발표를 통해 지능형 콜드체인 모니터링기술 개발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정책을 발표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별표7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구분에 ‘스마트물류 기술’을 신설하고 하위 대상분야에 콜드체인 모니터링기술을 신설했다.
조세제한특례제한법 제10조(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는 연구·인력 개발비 중 미래유망성 및 산업경쟁력 등을 고려해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기술에 일반기술대비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신성장·원천기술의 범위에 새롭게 포함된 ‘지능형 콜드체인 모니터링 기술’은 화물 운송과정에서 온도, 습도, 충격 등 상태데이터를 정보수집 장치를 통해 수집 및 저장하고 이를 국제표준 ISO 27017에 따라 보안성이 검증된 클라우드서버로 전송해 단위 화물정보와 연동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상에서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말한다.
점차 커지는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장에 대비해 정부도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교통부에서 시행 중인 ‘콜드체인 상태정보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기술 개발’ R&D 과제 역시 콜드체인기술 개발과 함께 더 많은 기업에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스템을 보급하고자 추진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IT기술과 IoT, AI를 접목해 더욱 정확하고 효율적인 모니터링시스템을 개발하며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식품 및 의약품 품질유지와 안전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초기 투자비용, 기술 표준화, 데이터 보안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또한 다양한 정보주체가 관여하는 물류공급망 특성상 물류분야 데이터 소유권 및 사용권에 대한 지속적인 쟁점도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전과정 콜드체인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업간 협력과 참여가 중요하다. 혼자서는 작은 한 방울이지만 함께 모이면 바다를 이룬다는 말처럼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기관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며 서로의 장점을 활용하면 더욱 빠른 시일 내 혁신적이며 지속 가능한 콜드체인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