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4월12일 코로나19 백신 등 저온보관과 유통이 필요한 제품이 제대로 온도관리가 되는지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온도변화 감지장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화학연구원 박제영, 오동엽, 황성연 박사팀은 백신 용기 옆에 특정 화합물을 담은 용기를 붙여 백신의 보관온도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간단한 장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알코올이 포함된 화합물로 무색의 끈끈한 액체인 에틸렌글리콜과 물을 섞은 물질을 활용했다. 이 물질은 자동차엔진 냉각수로도 많이 쓰인다. 녹는점이 –69℃로, -69℃ 이하에서는 고체상태를 유지하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녹기 시작한다. 연구팀은 이 물질의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색소를 넣고 색소가 번지는 걸 볼 수 있는 하얀 펄프가루를 밑에 흡착제로 넣었다. 물질이 -69℃ 이상의 온도에 노출돼 고체에서 액체로 변하면 액체가 펄프가루에 스며들면서 색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70℃ 정도의 극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에 적용하면 -60℃ 이상 노출 시 5분 이내에 색이 번지고 20℃ 상온에 노출되면 2분 이내에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권장온도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된 시간이 길어질수록 색이 더 많이 번져 노출정도를 손쉽게 알 수 있다. 에틸렌글리콜 대신 수크로오스(d-sucrose)와 물을 섞으면 -20℃에서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백신에 적용할 수 있다.
원천특허 확보…상용화 후속연구 중
연구팀은 유통이나 사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상온에 짧게 노출될 때는 색이 번지지 않도록 화합물의 비율을 설정했다. 권장온도 이상에서 2분 이상 노출됐을 때만 색이 번지게 했다. 에틸렌글리콜을 40%, 물을 60%의 비율로 섞으면 온도가 -69℃보다 올라가도 고체가 바로 액체로 변하지 않고 고체와 액체가 섞인 상태가 일정기간 지속돼 짧은시간의 온도변화로는 색이 번지지 않는다. 이 장치는 상온에 노출된 후 다시 극저온에 둬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아 원천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하다.
현재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유통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영상 온도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지만 화이자백신은 -70℃ 정도의 극저온에서, 모더나백신은 -20℃의 저온에서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백신이 영하의 저온에서 보관·유통됐는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극저온 상태에서 보관해야하는 mRNA 백신은 상용화된 사례와 관련연구도 없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화학연구원 주요사업으로 수행됐으며 미국화학회 학술지 ACS Omega에 ‘Tamper-Proof Time–Temperature Indicator for Inspecting Ultracold Supply Chain’ 제목으로 온라인에 사전게재됐다. 이 논문은 3월호 표지논문으로 채택됐으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연구팀은 원천특허를 확보했으며 향후 상용화를 위한 후속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박제영 연구책임자는 “이번 연구성과를 통해 백신이 안전한 온도에서 보관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상용화를 위해 온도조절 등 아직 해결할 문제가 있지만 해당 아이디어가 빠르게 적용되도록 백신 취급·운송기업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이 한국에서 먼저 도입돼 K-방역의 주도권을 확보한 후 해외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