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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제영 한국화학연구원 선임연구원

“극저온 콜드체인 신뢰성 확보 온도일탈 감지장치 개발”
콜드체인 안심스티커와 시너지효과 발휘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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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이 극저온 보관·유통이 필요한 제품이 권장온도에서 벗어났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성과로 정온관리가 필요한 식품과 의약품의 유통과정에서 안전성을 더욱 높여 소비자에게 신뢰성을 제공하게 되는 기술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화학연 정밀·바이오화학연구본부 바이오화학연구센터(센터장 황성연) 황성연·박제영·오동엽 박사팀에서 개발한 온도변화 감지장치는 화합물 고유성을 활용해 온도이탈을 확인하는 원리다.

연구는 ‘비가역적 영하용 온도변화 감지형 센서’라는 이름으로 국내 특허출원 중에 있다. 미국화학회 학술지 ‘ACS OMEGA’에는 ‘Tamper-Proof Time–Temperature Indicator for Inspecting Ultracold Supply Chain’라는 이름으로 선공개된 바 있다.

이번 연구책임자인 박제영 선임연구원을 만나 연구 개발과정과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학연과 바이오화학연구센터를 소개한다면
화학연은 1976년 설립돼 화학기반 융·복합분야 기술개발과 전문인력양성 등 국가화학산업 발전을 이끌어왔다. 친환경화학공정, 그린화학소재, 의약·바이오화학분야에서 원천기술 개발과 강소기업 육성, 기술사업화 촉진을 하는 국책연구기관이다. 

화학연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표로 국가과학기술 경쟁력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기술들을 모아 기술성숙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바이오화학연구센터는 바이오플랫폼과 바이오·화학융합기반 플라스틱순환기술 개발 등을 담당하며 단량체*를 기반으로 제품화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단량체 : 화합물 구성단위가 되는 분자량이 작은 물질

▎주요 연구분야와 성과는
센터에서 연구팀이 개발한 제품 중 식품 변질여부를 확인해주는 콜드체인 안심스티커가 있다. 이 스티커는 10℃ 이상 상온에 노출되면 특정한 이미지가 나타나 변질식품의 섭취를 방지할 수 있다.

‘100% 생분해되는 고강도 비닐봉투’는 친환경 나노필러를 바이오플라스틱에 분산시키면 강도가 높아지는 것에 착안해 개발했으며 시그니처 제품으로 SKC에 기술이전을 마쳤다. ‘바이오매스 기반 슈퍼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고온에서도 사용가능한 플라스틱이다. ‘환경호르몬 걱정없는 바이오폴리카보네이트 기술’은 유리를 대체하는 친환경플라스틱으로 일본 미쓰비시에서 독점한 제품을 우리기술로 개발했다. ‘자가치유 엘라스토머 원천기술’은 실온에서 자가치유 기능을 가지는 신소재이면서 콜드체인 안심스티커의 원천소재다.

▎온도변화 감지장치 개발배경은
이 기술은 전문성이 필요하지는 않으며 기본 화학상식으로 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이다. 온도변화 감지장치가 백신 신뢰성과 신선식품 배송시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과 에틸렌글리콜을 섞으면 녹는점이 내려간다. 실제 두 물질을 섞으면 녹는점이 0℃에서 –69℃로 변하게 되고 이것을 초저온백신 보관 감지도구로 사용하자는 것에 착안했다. 자동차냉각수가 터졌던 경험을 가지고 있어 ‘자동차냉각수를 활용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자동차냉각수 녹는점이 –69℃이고 여기에 색소를 투입하면 냉각수가 녹아 하얀색 셀룰로오스 파우더에 흡수된다. 온도가 높아지면 색소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노출시간이 길면 흡착거리가 길어진다. 별도 전원이 필요없어 조작이 불가능하며 상용화도 쉽다.

▎연구개발 추진전략과 실험방법은
냉각수 성분을 녹는점이 –196℃인 얼린 액체질소 안에 넣은 뒤 셀룰로오스 파우더를 입히면 흡수되지 않는다. 에탄올과 물을 섞어 녹는점을 –72℃로 만들고 실험대상을 –72℃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흡수제를 바꿔 흡수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혼합물은 고체와 액체가 절반인 순간이 존재한다. 상온에서 2분 이내에만 노출된다면 문제가 없다.

2분이라는 기준은 내부실험을 통해 설정한 최대 허용시간으로 20℃에서 50초 노출하고 얼리는 반복과정을 통해 흡착제에 색이 퍼지는 시간으로 산정했다. 다당류인 물질과 물의 조합으로 온도변화 감지를 권리범위화한 것으로 기술개발보다는 발명에 더 가깝다.



▎국내·외 경쟁제품 유무와 경쟁력은
아직 각국 제약사에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전념할 뿐 유통과정에서의 문제를 해결할 감시체계는 디지털온도계 이외에는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제약사에서 온도 감지장치를 이미 개발했을지도 모르지만 공개된 데이터로는 화학연 제품이 세계최초다.

이 원천기술이 국내 콜드체인관련 기업에 하루빨리 이전돼 더욱 깊은 연구 끝에 아직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완벽하게 준비해서 상용화와 빠른 보급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제품 상용화를 위한 기술이전 현황은
저온제품 온도변화 감지장치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국내기업이 나타난다면 협상을 통해 보완할 점을 보완하고 해당기업에 트러블슈팅을 할 것이다. 이번 기술개발 완료 뒤 공중파뉴스 인터뷰 및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이전 연락이 없어 답보상태에 있다. 기술 상용화역량을 보유한 중견규모 이상 기업에서 구매의향을 밝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을 실제 냉동식품과 의약품 운송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파우더별 흡착속도를 데이터화하고 허용가능한 시간과 온도를 설정하면 된다. 특히 백신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온도나 시간 설정을 식품과 비교해 더 타이트하게 설정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향후 콜드체인관련 연구 계획은
이번에 개발한 원천기술의 파라미터를 바꿔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백신용과 냉동식품용으로 온도와 시간대 허용범위 등 수정보완을 거쳐 연구를 이어갈 것이다.

화학연은 사회문제를 화학적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화학적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들은 적극적으로 연구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