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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준영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박사

“최대한 빨리 친환경냉매로 전환해야”
암모니아 사용금지 ‘고압가스안전관리법’ 규제 완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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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여년간 냉동공조기기의 대체냉매에 대한 연구와 국제적 동향분석, 친환경냉매 보급에 앞장서온 최준영 한국 산업기술시험원(KTL) 박사는 박사 학위논문도 1990년도 중반 ‘CFC 및 HCFC를 대체하는 냉매의 응축 및 증발 시 상관관계식 예측에 관한 연구’였다. 

2000년 초에는 국내 최초로 CO₂를 이용한 ‘환경친화적 자연냉매를 적용한 고효율 가정용 냉방시스템 개발’ 과제를 기획했으며 10년간 개발과제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HC 냉매에 대한 히트펌프 적용성 연구도 수행할 정도로 자연냉매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크다. 

최근에는 대한설비공학회에서 수행한 ‘냉동·냉장고(창고) 냉동시스템 대체냉매 적용 연구용역(2020)’에도 참여해 국내 냉동·냉장창고산업에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ISO TC86과 UNEP의 HFC management group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준영 박사를 만나봤다. 

▎콜드체인분야 냉매 트렌드 변화는 
냉매선택은 환경, 안전 및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UNEP(2017)에 따르면 산업용 냉동기기는 전체 HFC 소비량의 약 2%(CO2-eq 기준)를 차지하며 2015년에서 2050년 사이 매년 약 6.7%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사고를 고려해 일부 국가 (특히 Article 5 국가)에서는 냉동시스템의 암모니아를 HFC냉매로 대체하려고 한다. 

HFC냉매 사용의 안전을 위해 ISO, IEC 및 지역 표준(예: 유럽 Norm, EN)을 준수하고 있다. 산업용 냉동시스템의 설계, 시공 및 안전을 위해 ISO 5149(2014) 및 EN 378(2008/2012)을 사용하고 있으며 소규모 냉동·냉장창고의 냉동시스템 일부는 HCFC 또는 HFC냉매를 사용하지만 새로 건설하는 곳은 대부분 자연냉매인 CO₂(R744)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암모니아, CO₂냉매 보급 현황에 대해 평가한다면 
2018년 11월 발표한 냉동냉장수협 통계와 본 조사에 따르면 전국 냉동·냉장 창고에서 사용하는 냉매는 자연냉매인 암모니아(R717)와 프레온냉매로 대별할 수 있으며 프레온냉매로는 R22, R404A, R507A, R134a 등을 사용하고 있다.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냉동〮냉장창고는 전체 184개소 중 84개소, 프레온냉매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는 100개소다. 이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R22냉매는 총 86개소 업체의 냉동시스템에서 사용하고 있다. 이 결과를 통해 표본집단 전체의 46%가 암모니아 냉매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절반이 넘는 54%의 냉동·냉장창고가 프레온냉매를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프레온냉매를 사용하는 냉동·냉장창고 중에서 R22 냉매를 사용하는 업체는 86%로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CO₂냉매를 사용하는 냉동·냉장창고는 찾아보기 어려우며 아직 많은 곳에서 암모니아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암모니아가 독성·폭발성 및 가연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R22보다 냉매의 증발 잠열 특성이 약 5배 정도 크기 때문이다. 

또한 점성계수, 밀도 및 표면장력 등의 물성비가 R22보다 우수하고 냉매누설감지가 쉬울 뿐만 아니라 냉매가격이 R22보다 저렴해 대형 냉동시스템의 사용냉매로써 암모니아를 많이 채택하고 있다. 

▎자연냉매 보급 확대 걸림돌은 
국내에서는 수십년간 암모니아를 주로 사용하던 냉동·냉장창고의 사용 냉매를 정부가 안전을 이유로 1980년 후반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통해 암모니아냉매 사용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냉동·냉장창고의 사업자가 프레온냉매를 사용토록 유도했다. 

고압가스관리법에 따라 암모니아의 경우는 동법 시행령 제 4조의 ‘정령에서 정한 가스의 종류’에 해당한다. 즉 암모니아의 경우 50t 이하, 프레온의 경우 100t 이하 안전관리자의 자격은 ‘냉동시설 안전관리자 양성교육 이수자’로도 가능토록 돼 있다. 

암모니아 관련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의 규제를 완화해 냉동·냉장창고의 운영자가 냉동보안책임자(안전관리자)의 의무규정에 의해 자연냉매 도입에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프레온냉매처럼 암모니아 냉매의 규제 완화를 정부가 적극 검토 및 시행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도 정부가 과거 1970년대에 프레온냉매 사용을 확대시키기 위해 보조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암모니아냉매 시설의 철거를 유도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2008년부터 정부가 지구환경보호를 위해 다시 보조금지원을 통해 프레온냉매에서 자연냉매로의 전환사업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음을 우리 정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O₂시스템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는 보급이 거의 전무하며 경제성 및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관련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교토의정서에 의해 한국도 2013년부터 HCFC냉매는 수입쿼터제가 시행돼 R22의 수입이 매년 제한되고 있다. 국내 공조기 및 발포제 등의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예상되며 R22를 사용하고 있는 냉동·냉장업계는 이를 고려해 사전 준비를 해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2025년이면 2013년 사용량의 35%만 사용해야하므로 해외 생산 및 시장현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변동폭 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측된다. 

F-gas 냉매규제로 인한 냉동· 냉장창고 경영 영향 분석을 참고하면 냉동·냉장창고업계의 연간 매출액대비 영업이익 및 순이익은 각각 16.2%와 12.1%로 수익성은 보장되고 있으나 유동 및 부채 비율이 각각 56.1%와 455.9%로 재투자를 위한 자본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이다. 

즉 R22 대체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영업 중단 및 시스템교체 등이 필요하지만 자본이 부족해 냉동·냉장업계 자체적으로는 R22를 친환경적인 냉매로 교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과 냉동·냉장업계의 냉동시스템에 사용 중인 F-gas 대체를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교토의정서 및 키갈리협정에 의해 한국도 프레온냉매 사용을 감축시켜야 하는 만큼 냉동·냉장업계는 비교적 값이 저렴한 자연냉매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 및 지자체에서도 이를 고려해 ODP 및 GWP가 없는 친환경냉매로의 전환정책을 시행해야 하며 냉동·냉장업계 및 관련협회, 현장 기술자들은 정부 관련부처에 건의해야 한다. 

냉동·냉장창고의 에너지절감은 지구 환경보호를 위한 CO2 배출량 삭감과 냉동·냉장창고 운영원가 절감, 천연자원 보호라는 3가지 목적을 갖고 실행돼야 한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냉동·냉장업계 및 관련협회가 주체가 돼 정부 관련 부처에 냉동·냉장업계의 현 상황을 알리고 업계, 현장 기술종사자 및 관련협회 등의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환경보존 협력과 정부 또는 지자체 지원으로 냉동시스템에 사용 중인 R22를 조속한 시일 내 친환경냉매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