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산업이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탄소중립 2050’이 국가전략으로 자리잡으면서 물류산업의 에너지소비구조 개선과 탄소배출 저감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이커머스시장의 가파른 성장과 콜드체인물류 증가까지 맞물리며 물류부문의 탄소배출 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박석하 로지스파크 대표이자 물류ESG연구소장은 물류산업의 친환경전환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물류활동을 일정 단위로 정의하고 개별 단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를 제안한다.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는 실무형 탄소관리 방법이다. 기업별 친환경경영에 대한 필요성과 인식은 높아지고 있지만 탄소배출을 계산하는 도구적 방법을 채택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친환경경영 전환을 미루고 있다.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는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 대표를 만나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가 무엇인지 알아보며 국가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물류업계가 나아가야할 방향 및 필요한 정책적 지원에 대해 들어봤다.
▎ 국내 물류업계 친환경경영 현황은
국내 물류분야의 친환경경영 중요성은 최근 급격하게 부각되며 정책과 산업 측면에서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2050’이라는 목표가 국가전략으로 설정되면서 물류부문은 에너지소비 구조 개선과 탄소배출 저감의 핵심 대상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됐다.
국내 물류산업의 친환경 전환은 단순한 설비전환이 아니라 ‘물류활동단위 기준 관리체계 구축’으로 접근해야 한다. 기존에는 차량교체나 설비효율 개선 등 개별 요소 중심의 대응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운송, 보관, 하역 등의 물류 전 과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로 친환경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현재 물류기업의 친환경 전환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물류기업은 여전히 친환경경영 대응이 미흡한 상태다. 특히 물류산업 특성상 다단계 하청구조와 낮은 수익률로 인해 기업 내 친환경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또한 탄소배출 측정기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기업 간 비교·관리가 어려운 문제도 존재한다.
결론적으로 국내 유통·물류분야 친환경경영 전환의 방향성은 명확하나 실행력과 확산성이 부족한 상태다. 데이터기반 관리체계 구축과 중소기업 참여 확대가 핵심과제로 남아있다.
▎ NDC달성을 위해 물류부문의 비중은
물류부문은 국가 탄소중립 달성과정에서 핵심적인 위치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구조를 보면 수송부문은 약 13~15%를 차지하며 이중 대부분이 도로기반 화물운송이다.
나아가 물류를 단순한 수송부문이 아닌 ‘공급망 전체의 탄소흐름’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제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물류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실제 탄소배출 기여도는 통계상 수치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특히 Scope3 배출에서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시장도 물류부문의 탄소배출 증가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소량 다빈도 배송이나 당일배송서비스는 물류효율성을 저하시킨다.
콜드체인물류 확대도 물류 탄소배출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냉장·냉동물류는 일반물류보다 에너지소비가 높으며 냉매에 의한 직접배출까지 포함돼 탄소배출 구조가 복잡하다. 결론적으로 물류부문은 공급망 전반의 핵심 연결고리이며 탄소관리 전략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 ‘단위기반 CO₂ 산정 가이드’란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는 물류활동을 일정 단위로 정의하고 개별 단위 기준으로 탄소배출량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복잡한 전과정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방식 대신 실무적용이 가능한 간단한 계산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물류 탄소관리의 핵심을 ‘측정가능성 확보’로 정의하며 이를 위해 △ton-km △pallet-km △box-km 등의 단위를 활용한 산정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ton-km방식은 ‘운송거리×물량’을 기준으로 탄소배출을 계산하며 pallet-km방식은 파렛트단위 물류에 적합하다. 이러한 방식은 물류현장에서 쉽게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단위기반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중소기업도 적용이 가능하단 점이다. 복잡한 공정분석 없이도 비교적 정확한 수준의 배출량 산정이 가능하며 기업간 비교 및 효율성 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단위 기준으로 관리할 경우 물류효율 개선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물동량을 더 적은 거리로 운송하거나 적재율을 높일 경우 단위당 탄소배출량이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는 물류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실무형 접근 방식이며 향후 국가 표준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 중소기업이 CO₂ 산정에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탄소배출 측정 불가능 구조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가장 큰 문제는 데이터의 부재다. 물류산업 영역의 △차량 운행거리 △연료 사용량 △물동량 등의 기본적인 데이터가 관리되지 않고 있어 탄소배출량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시스템 부족’이다. 각 물류기업에서 ERP나 TMS와 같은 정보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은 경우가 다수다. 구축돼 있더라도 탄소관리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아 데이터활용이 어렵다. 기준의 불명확성도 원인이다. 기업들은 어떤 방식으로 탄소를 계산해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이 존재해 혼란이 발생한다.

▎ 물류산업 탄소배출량에서 냉장·냉동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콜드체인물류에서 냉장·냉동설비는 주요 탄소배출원 중 하나다. 전력사용과 냉매 누출이 주요 원인이며 전체 배출의 약 20~4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력사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외기온도와 물류활동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 냉매누출은 직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에 속한다.
보관영역을 책임지는 저온물류센터는 건물 전체 에너지의 약 90% 이상이 전력에 의존하며 이중 70%가 냉동기 가동으로 소모된다. 단위 면적당 전력사용량은 약 150~250kWh/㎡·년으로 상온창고대비 약 5~10배 수준이다. 저온물류센터의 탄소배출 특성은 냉동비중이 높을수록 전력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6~8월 하절기 전력피크가 동절기대비 1.5배 이상 높다.
▎ 물류업계의 친환경냉매 전환 인식 수준은
냉매는 물류산업에서 중요한 탄소배출 요소 중 하나다. 특히 기존 HFC냉매는 GWP가 높아 환경부담이 크다. 현재 대기업은 ESG 대응 차원에서 친환경냉매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소기업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전환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냉매전환은 설비 전체 교체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소형 설비는 HFO 등 저GWP 합성냉매로, 대형 물류센터 및 산업용 공정은 암모니아(NH₃)냉매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재 가장 강력한 탄소저감 전략으로 제안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냉매전환에 대한 인식은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실행은 제한적인 상태다.

▎ 친환경 물류관련 규제·제도에서 보완할 점은
국내 유통·물류분야의 친환경 전환을 위한 제도는 일정 수준 구축돼 있으나 산업구조와의 정합성 및 실무적용 측면에서는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주요 제도로는 △탄소중립기본법 △배출권거래제(ETS)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친환경차 보급 정책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제도는 국가차원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는 효과적인 제도이나 물류산업 특성에 맞는 세부 실행지침은 부족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특히 현행 제도는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현장 적용성이 낮다. 예를 들어 배출권거래제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중소 물류기업은 사실상 제도 밖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실무형 탄소관리 정책’ 필요하다. 기업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단순하고 표준화된 산정방식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인센티브 구조를 포함해야 한다.
향후 제도는 규제중심에서 벗어나 실행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하며 특히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설비 효율기준 강화 △공동물류 확대 △무료 탄소 계산도구 제공 △데이터기반 관리 의무 확대 △중소기업 인센티브 확대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친환경경영 추진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업계의 반응이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단위기반 CO₂ 산정가이드’가 도구의 영역이었다면 마지막으로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먼저 친환경경영 추진이 비용 발생의 영역이 아니라 미래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짚고 싶다. 친환경경영을 추진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의 비용이 줄어들 수 있다. 에너지비용 및 운송수단 연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친환경경영은 긍정정인 기업이미지 형성을 가능하게 하며 기업 이윤창출의 정당성을 제시할 수 있다. 기업이 이윤추구만을 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다는 증명이다.
끝으로 친환경경영 전환은 글로벌시장 등의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공유하는 방법이며 탄소배출권거래제 및 친환경 특화설비 등 새로운 시장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친환경경영은 언젠가는 모든 기업이 맞닥뜨려야 하는 과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