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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승석 아성산업 연구소장

“선진국 위상 걸맞는 기술·제품 활용해야”
베르누이 원리 착안…결로없이 에너지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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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형마트 중 롯데마트가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냉장고 문 달기’ 사업에서 아성산업(대표 정봉헌)은 쇼케이스용 도어·프레임을 제조하는 기업으로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김승석 연구소장을 만나 쇼케이스용 도어 적용효과와 전망에 대해 들었다.

아성산업을 소개하면
아성산업은 2000년 설립해 △비철금속 파이프 △냉동·냉장쇼케이스 부품제조 △냉동·냉장쇼케이스 부품 판매·유통 등 사업을 전개하며 특히 쇼케이스용 도어와 프레임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07년 냉동·냉장 쇼케이스용 도어와 프레임을 개발해 롯데기공에 납품한 이력이 있으며 2008년 연구개발전담부서인정을 거쳐 ISO 9001인증을 획득했다. 2018년에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며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9년에는 벤처기업인증을 받았으며 오픈형 다단 쇼케이스용 냉장도어를 개발했다. 최근 롯데마트가 참여한 식약처 주도 냉장고 문 달기 사업에서 롯데마트 청량리점과 제타플렉스에 쇼케이스용 도어와 프레임을 공급했다.

도어·프레임시장동향은
처음에 쇼케이스용 도어를 대형마트 관계자들에게 보여줬을 때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지 않았다. 비용을 들여 문을 설치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다. 쇼케이스에 도어를 설치하면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판매량도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중소마트나 소규모 업체에서는 개별적으로 쇼케이스에 도어를 달기도 했다. 여름철에는 냉기가 빠져나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보통은 냉기가 빠져나가는 걸 막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한다. 

새시업체도 기술력을 가지지 않은 채 시공하기 때문에 결로현상 등을 막지 못하고 물이 새는 등 시인성에 문제가 생긴다. 소비자들은 불만족할 수밖에 없다.

선진국은 예전부터 도어를 설치하는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국내시장 현실을 보면 얼마 전까지는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관련기업들은 규제나 의무가 없는 탓에 반응이 좋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에너지문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차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에서도 에너지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고급형 도어를 설치해 시인성을 개선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식약처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대형마트 중에서는 롯데마트가 실험적인 자세로 선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등 출발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쇼케이스에 도어가 필요한 이유는
도어 설치를 통해 쇼케이스 에너지절감이 가능하다. 아성산업이 롯데마트에서 실제 테스트한 결과 절감률이 44.5%로 나타났다. 식약처에서 실시한 ‘식품의 보존·유통 냉장온도 기준 개선을 위한 비용·편익분석 연구’에 따르면 마트에서 우려할 수 있는 판매량 감소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에너지절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얻을 이득이 더 크다는 조사결과였다. 미주리대 연구팀이 2010년 내놓은 연구에 따르면 도어 장착으로 인한 매출감소는 없었다.

아성산업에서 자체실험한 결과로는 4도어 쇼케이스 기준 연간 30%의 에너지를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계산했을 때 오픈 쇼케이스는 약 206만원, 도어형 쇼케이스는 약 143만원이 나왔으며 절감 가능한 금액이 63만원가량이다.

식품품질의 경우 육류·육가공품·채소 등을 보관할 때 적정온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빨리 상하기 마련이다. 신선식품은 말 그대로 신선함이 생명이기 때문에 아침에 팔던 것을 저녁이 되면 할인하면서까지 팔아야 한다. 쇼케이스에 도어를 설치하면 신선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 상품 보존기간도 길어진다. 오픈 쇼케이스를 사용하면 불필요한 비용지출이 계속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비싼 소고기를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할인판매하거나 심한 경우 버려야 하는데 얼마나 큰 손실인가. 국가적인 낭비라고 생각한다.

아성산업의 경쟁력은
냉동과 냉장간 빙온이라는 온도대가 있다. 이 온도대에서는 결로발생이 특히 심하다. 아성산업은 쇼케이스의 온도별 특징에 맞춰 개발했고 장마철에도 결로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가시면적 확보 위해 베젤을 최대한 얇게 제작하면서 경량화하고 도어 자체를 슬림화했다.

또한 한 마트 안에서도 쇼케이스는 제조사나 사양이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아성산업의 도어·프레임은 최대한 작게 만드는 데 포커스를 뒀기 때문에 다양한 조건에 맞출 수 있다. 

타사 제품이나 기존 도어는 ‘토션스프링’ 방식(스프링을 비틀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성질을 이용한 방식.)을 활용한다. 반면 아성산업은 소프트 힌지 방식을 적용해 유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도어가 부드럽게 닫힌다. 산업용 냉장고에는 아성산업이 국내 최초로 적용해 롯데마트에 납품했다.

또한 타 업체들은 가스켓을 활용해 도어를 밀폐시킨다. 밀폐시켜서 냉기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해외시장에서 출시된 제품들을 보면 완전히 밀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쇼케이스에 도어를 달아 완전히 밀폐시키면 결로발생이 심해진다.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도어에 달린 열선을 통해 열을 발생시켜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력사용량이 많아지는 셈이다.

아성산업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연구했고 베르누이 원리에 착안해 결로발생을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쇼케이스와 도어 사이에 틈을 만들었다. 결로방지를 위해 도어에 발생시켜야 했던 열을 줄임으로써 전체적인 에너지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결로발생을 줄이는 것이 아성산업만의 기술력이다.

이는 단순하게 쇼케이스에 도어를 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게 아니라 오랜 연구 끝에 기술을 개발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