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 전후로 스마트팜업계에 수출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는 올해 3월 이후 중동 국가들에서 엽채류 및 딸기 스마트팜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중동지역 스마트팜시장 확대를 전망했다.
이는 세계 스마트팜시장이 과학기술발전·기후변화 등으로 연평균 9.8%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을 근거로 한다. 특히 온실구조·설비에 소요되는 비용을 포함해 추정하면 2025년 571억불(7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확대되는 세계시장에 발맞춰 국내 스마트팜 기업의 해외진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2022년 국내 스마트팜기업의 수출액은 104만달러(13억원원)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구조물(27.9%), 관수시스템(13.3%), 소모품(4.7%) 순으로 높았으며 중국·일본 등 아시아지역에 주로 수출했다. 2022년 한해 수주액은 3,400만달러(448억원)이었다. 특히 쿠웨이트·UAE 등 중동지역 수직농장 수주액이 3,100만달러(409억원)로 수주액 대부분을 차지했다.
올해 1월 실적은 731만불(96억원)로 구조물(19.5%), 관수시스템(14.3%), 소모품(13.7%) 순이며 지난해와 동일하게 중국·일본 등 아시아지역 수출이 대부분이었다. 수주액은 100만달러(13억원)이나 현재 총금액 2억8,720만달러(3,788억원) 수준의 협의 중인 수출계약이 24건 있어 성사된다면 지난해보다 10배에 가까운 수주액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3년~2027년 스마트팜 수출 목표를 올해 1억7,000만달러(2,243억원)로 잡고 2027년까지 8억달러(1조556억원) 달성으로 정했다. 개별자재는 정부 정책효과를 반영해 연평균 15% 성장을 세부 목표로 하며 수주목표는 현재 해외진출 수직농장·온실기업을 대상으로 세부 목표조사를 실시한 뒤 세울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스마트팜 관련 기술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네덜란드·일본 등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80%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최근 스마트팜 수출기업들을 보면 상당수가 스타트업이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핵심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에서는 K-스마트팜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었던 배경과 국내 스마트팜 보급, 수출계약 확대를 위한 정부의 계획을 알아본다.
원격으로 최적 생육환경 제공하는 ‘스마트팜’
국내 스마트팜은 일명 지능형농장이라고도 불린다. 정보통신기술(ICT)를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원격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한 뒤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첨단과학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농산물의 생산량 증가는 물론 노동시간 감소를 통해 고령화와 인력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농업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유망함까지 갖췄다. 빅데이터기술과 결합해 최적화된 생산·관리의 의사결정과 수확시기와 수확량 예측까지도 가능하며 품질과 생산량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다.
스마트팜은 농업, 수산업, 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며 생육환경 유지관리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온실·축사 내 온·습도, CO₂수준 등 생육조건을 설정할 수 있다. 이를 자동으로 데이터화해 상황에 맞게 냉난방기를 구동하고 창문을 개폐하며 CO₂와 영양분, 사료를 자동으로 공급한다.
해외 스마트팜은 적극적인 정부지원과 함께 자체 개발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성 향상과 경비절감에 초점을 맞춰 스마트팜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밀농업분야에 대한 연구역량과 회원국간 연구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농업과 ICT융합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공동연구 프로젝트인 ‘EU ICT-AGRI 프로젝트’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했다. 그중 세계 원예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원예산업 산·학협력지구를 조성해 기업, 연구기관, 정부가 산·학·연 협업을 이루며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물류를 비롯한 기반시설을 제공했다.
특히 네덜란드는 생육분석 플랫폼, 영상분석 등 데이터기반 생산기술과 자동화, 생산·품질관리, 수출까지 전과정에 과학영농을 실험하고 있다. 네덜란드 테르누젠시는 지속가능한 온실사업 중 하나로 폐열을 활용하는 프로젝트(heating network)를 구축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부터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및 환경 촉진을 주요전략으로 설정했다. 그 영향으로 미국농업은 영농규모가 크고 첨단기계 사용이 활발해졌다. 농산물 생산량과 교역량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농무부를 중심으로 농업-ICT융합 연구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주로 장기적이며 고위험·고수익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로 나가는 K-스마트팜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11월 스마트팜 확산을 혁신성장 핵심 선도사업 중 하나로 선정했다. 2018년 4월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스마트팜 확산방안을 마련했다. 2022년까지 스마트팜 7,000ha, 축사 5,750호의 농가보급과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소 구축을 목표로 삼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기존 농가단위의 스마트팜 보급전략을 보완하고 정책대상을 청년 농업인, 전후방 산업으로 확대하고 집적화된 확산거점을 조성하기로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산업을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는 생태계로 구축하기 위해 2019년부터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를 4개소 지정하고 전문교육과정을 통해 2022년까지 50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했다. 보육센터 수료 청년농업인이 초기 시설투자없이 적정 임대료만 내고도 스마트팜 창업이 가능하도록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을 조성했다. 스마트팜 창업 또는 승계받거나 규모확대를 원하는 청년에게도 정책자금·농지임대·투자유치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인력확대와 함께 스마트팜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전후방 기업의 실증연구, 제품테스트, 창업·전시·체험기능을 갖춘 실증단지를 조성했다. R&D가 현장에서 조기에 성과창출되도록 부처간 연계와 협업을 강화하고 민·관 공동연구를 추진했다. 스마트팜 빅테이터 수집·분석 체계를 개선하며 기자재 표준화를 가속화했다. 이와함께 스마트팜 기자재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지원 중이다.
또한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을 위해 생산·교육·연구기능이 집약된 첨단 융복합 클러스터를 구성해 2022년까지 4개소를 구성했다.
현재 한국형 스마트팜은 3세대까지 개발이 완료돼 3세대가 수출되고 있다.
1세대는 영농의 편의성 향상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큰 효과를 나타냈다. 하지만 모든 농사환경을 농업인이 직접 설정하고 조작해야해서 데이터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ICT역량을 요구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농업인이나 귀농인, 농사지식은 있지만 ICT가 익숙하지 않은 고령농업인은 접근이 쉽지 않다.
2세대 기술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작물의 생산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이 데이터와 영상정보로 생육을 진단하며 의사결정을 돕는다. 인공지능으로 작물의 성장과 생육, 질병상태를 진단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지원 플랫폼 ‘팜보이스’와 재배 전 과정에서 적합한 의사결정을 돕는 ‘클라우드 플랫폼’을 지원한다. 앞서 네덜란드에서 개발한 ‘프리바 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플랫폼이다. 농사 경험이 적은 젊은 창농인이나 ICT에 미숙한 고령 농업인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3세대 모델은 편의성을 향상한 1세대 모델과 생산성을 향상한 2세대 모델이 기반이다. 재배와 생산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적화하며 농업로봇을 활용한 무인, 자동화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팜 생산 전 과정을 통합제어하는 모델이다. 제품과 서비스에 국제규격을 적용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R&D 구축·인력양성...K-스마트팜 브랜드화
정부는 국내 스마트팜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해외 시험 스마트팜을 구축한 연구와 관련 전문인력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9년 10월 농식품부·과기정통부·농진청이 공동기획한 ‘스마트팜 패키지 혁신기술개발’ 사업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7년간 3,867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는 핵심 국책사업이다.
이번 사업은 기존 R&D사업과는 달리 데이터 기반 지능형 의사결정을 통해 저투입·고효율의 안정적 농축산물 생산이 가능한 스마트팜기술을 연구한다. 이를 통해 2020년 연구데이터를 저장·분석·공유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 R&D 빅데이터 플랫폼을 조기 구축할 수 있었다.
또한 베트남과 카자흐스탄에 1ha 규모의 한국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수출거점으로 활용했다. 인력파견·현지교육·시장조사 등을 종합지원하는 사업을 2020~2021년에 걸쳐 2개소를 조성하며 사절단 파견·수출상담회·시연회 개최를 통해 수출붐업, 전략회의·수출지원센터 설치, 기업의 수출희망국가 조사지원을 했다.
이어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수출종합 지원체계를 마련해 현지 맞춤형 기술개발, 수출로 연계되도록 해외바이어 초청행사 등을 개최했다. 스마트팜 관련 R&D 활성화 및 기술 표준화를 통해 한국형 스마트팜 고급화 모델 개발로 식물공장 등 수출 다양화를 꾀했다.
특히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중동·아프리카는 개발원조(ODA), 현지인력을 교육, 공동연구 진행등을 통해 수출확대를 추진해 2022년~2023년 사이 수출액과 수주액 확대를 이뤄낼 수 있었다.
수출확대 목표로 기반시설 ‘확대’
앞으로 정부는 수출확대를 위해 세가지 지원사업을 진행한다. ‘ICT 융복합 확산-스마트팜 시설보급’ 사업을 통해 스마트팜 환경관리, 생장관리에 필요한 시설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또한 ‘모델개발사업’을 통해 농식품생산·경영·유통·소비 및 농촌분야에 ICT 융복합 적용으로 생산성 향상 및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성과모델을 발굴하고 확산시킨다. 특히 스마트팜 확산 가속화를 위해 기획공모와 현장의 ICT 융복합 확산을 목표로 현장수요기반의 자유공모과제를 병행해 추진한다.
‘스마트팜 현장지원센터’ 설립을 통해 국내 스마트팜 보급률도 높인다. 농가의 스마트팜 시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농가 문의사항을 해결해주는 업무를 주로 하며 재배방법·시설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시설 점검과 수리를 위한 사후관리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