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공영도매시장이자 세계 최대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이 친환경 저온유통시스템을 구축한 첨단시장으로 재탄생한다. 1985년 개장한 가락시장은 연간 230만톤(일평균 8,245톤)의 농수산물을 거래하며 서울시 농수산물의 약 50%를 공급하고 있다. 전국 32개 공영도매시장 총 거래량의 35%를 차지하며 부지면적 54만3,451㎡(16만4,000평), 건물 33개동으로 3,000개업체에서 2만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거래물량 증가로 당초 설계물량의 1.7배에 달하는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낙후된 물류시스템과 시설노후화가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서울농수산식품공사는 2009년부터 효율적인 물류시스템과 친환경시설을 갖춘 도매시장으로 재탄생하기 위해 순환재개발방식으로 시설현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품질 확보와 국민들에게 신선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정온경매장, 콜드체인시스템 등 다양한 농산물 특성에 맞는 저온유통시스템이 도입될 예정이다.
정온경매장, 농산물 품질 유지
현재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산지에서 최종소비지까지 농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전 과정 콜드체인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중간단계인 도매시장 경매장은 아직 저온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경매를 위해 하차·대기하는 시간 동안 농산물은 상온에 노출되고 있다. 또한 국내 32개 공영도매시장 대부분이 경매장 바닥에 농산물을 놓고 경매가 진행되고 있어 폭염, 혹한 등에 의한 농산물 손상 및 감모율 증가로 품질이 저하되며 가격이 하락해 생산자, 유통인, 소비자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
또한 쓰레기 등 폐기물이 증가해 환경오염과 오수, 악취 등의 문제가 발생해 민원은 물론 운영비용도 증가한다.
서울농식품공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중 하나로 정온경매장을 도입해 운영을 앞두고 있다.
농진청 협력 경매장 적정온도 연구
우리나라보다 먼저 도매시장 현대화를 도입한 일본은 2005년부터 농산물 품질관리 고도화를 위한 콜드체인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도쿄 오다중앙도매시장은 당초 정온개념없이 개방감을 높이기 위해 높은 층고(15m∼24m)로 청과시장을 설계했지만 여름철 실외온도 상승으로 인한 농산물 품질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청과시장 내 3만325㎡의 정온시설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경매장 내 정온온도는 15℃를 유지하며 입하, 소분 및 출하까지 선도유지를 실현하고 있다.
경매장은 이동경매장과 고정경매장으로 사용되는 동시에 판매예정물품 또는 중도매인 구매물품을 일시보관하는 장소로 활용 중이며 정온경매장 설치 이후 영업활성화로 시장 내 제2저온물류시설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서울농식품공사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는 가락시장에서 단기 유통되는 농산물 품위를 유지하고 부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온·습도 등을 연구했다. 우리나라 계절 및 기온과 노지 농산물, 박스포장 농산물, 예냉처리 농산물 등 여러 변수를 고려했다.
그 결과 정온경매장의 적정온도는 봄·가을 10℃∼15℃, 여름철 20℃∼23℃로 나타났으나 산지 저온유통체계 구축 미흡과 도매시장 정온경매장 운용비용 등을 감안해 월별로 5∼7℃ 상향 조정됐다.
4∼5월과 9월에는 12℃∼22℃, 여름철인 6∼8월에는 24℃∼28℃다. 외기온도가 20℃ 이하인 10월부터 다음연도 3월까지는 제외하며 겨울철에는 건물전체가 단열로 실내온도를 5℃ 이상으로 유지할 것으로 계획했다.
신재생에너지 27% 도입
올해 공사가 마무리돼 12월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가락시장 채소2동의 신재생에너지 도입비율은 27%(지열 15%, 태양광 12%)다. 74%의 냉방부하를 차지하는 경매장은 지열설비를 열원으로 적용했으며 유통인점포는 개별적으로 시간을 달리하는 영업환경 특성을 고려해 전기히트펌프(EHP)를 적용했다.
김주원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건설안전본부 부장은 “가락시장 현대화사업 완료 시 신재생에너지 연간 예상발전량은 155만kWh로 32W인 형광등 8만7,800개를 매일 12시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며 “정온경매장 지열설비는 국내 설치사례가 많고 시스템적으로 안정적인 수직밀폐형 방식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정온경매장 지열설비 설치용량은 채소2동의 1층 경매장과 점포, 통로의 냉난방부하를 담당하며 냉방기준 3,757kW(난방 3,773kW), 지중열교환기는 Φ150mm, 심도 200m, 320공이다. 지열히트펌프는 냉방기준 183.8kW×20대와 순환펌프 37kW×5대(예비 1대)가 적용됐다.
경매장의 공조방식은 일정한 풍량을 공급하고 안정적인 기류확산을 위한 정풍량방식의 공기조화기와 덕트시스템이 적용됐으며 경매장의 높은 층고를 고려해 펑커루버형의 디퓨져도 반영됐다.
도매시장 1층은 유통·물류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공조실은 경매장 직상층(옥외 주차장)에 배치됐다. 현재는 오픈된 공간의 경매장으로 활용하지만 향후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일본 오다도매시장이나 오사카중앙도매시장처럼 계절별로 취급하는 품목별 온도대를 달리하는 소규모 저온경매장(20℃이하)으로 부분변경이 가능한 구조다.
환기시스템은 공기조화기, 벽부형팬, 유인팬 등을 이용하며 건물의 특성상 동서간 건물길이가 길어 물류이동동선과 반입(북측)과 반출(남측)장인 개구부를 고려해 건물 중앙부에서 남·북측 외부로 배출토록 했다. 상부에 체류된 오염된 공기는 공기조화기를 통해 배출되며 하부에 체류되는 오염된 공기는 유인팬을 이용해 개구부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는 2중 환기시스템이다.
12월15일 정온경매장 첫경매
가락시장 정온경매장은 12월15일 첫경매를 앞두고 있다. 정온경매장은 농산물 품질관리 및 유통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설이다. 특히 경매장에 방치된 농산물로 인해 피해를 봐야했던 농민들과 중도매인, 시장유통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온라인쇼핑 성장과 해외시장 진출 확대로 농산물 품질관리와 유통효율이 중요해짐에 따라 정온경매장은 가락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추가 될 수 있다.
김주원 서울농식품공사 본부장은 “우리나라 대표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성공적인 정온경매장 운영은 다른 도매시장들의 지표가 될 것”이라며 “정온경매장은 태양광발전설비와 지열설비를 도입한 만큼 시장경쟁력 확보뿐만 아니라 친환경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32개 공영도매시장이 신재생에너지도입 의무비율 적용에 해당돼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태양광발전설비과 지열설비를 활용한 가락시장 정온경매장시스템이 다른 도매시장으로 확대된다면 온실가스 배출과 친환경에너지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