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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용진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부회장

“인증제 도입 기업·소비자간 협의·선택 필요”
식품·제품별 TOR 기반 콜드체인 구축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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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류관련 학회는 한국물류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 한국SCM학회,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4가지가 있다. 그 중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회장 하헌구·한석윤)는 기술 및 과학분야에 특화된 학회로 전통적인 물류기업보다 물류기술과 관련된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학회는 물류기술을 단순히 운송, 보관 부문의 효율성 증대에 국한하지 않고 운송비 절감을 위한 신에너지기술, 인건비 절감을 위한 보조장비 개발 등 폭넓은 물류기술 개발·보급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신기술 및 장비개발·연구에 노력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현재 정부가 진행 중인 R&D사업인 총 1,461억원 규모의 ‘고부가가치 융복합 물류배송 인프라 물류기술 개발’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으로 물류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김용진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 부회장을 만나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으로 인한 물류 및 콜드체인기술의 변화와 방향성에 대해 들었다.

■ 콜드체인 R&D를 수행하고 있던데
‘콜드체인 상태정보 관리 및 실시간 모니터링체계 구축 기술 개발’ R&D를 2021년부터 수행하고 있으며 2024년에 완료 예정이다. 본 과제는 식품 및 바이오·의약품 공급망의 종단간(공급-제조-유통-고객) 상태정보의 모니터링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TCL(Temperature Controlled Logistics)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다. 

제품별로 요구하는 관리온도가 상이하고 다양한 온도대를 정확히 관리하고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으며 상품의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모니터링의 관리기준은 다르게 적용된다. 다양한 수준의 온도 및 상태정보를 각각의 행위주체에게 원하는 수준만큼 제공할 수 있는 TCL 모니터링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한다.

소비기한표시제에서도 식품별로 요구하는 온도대가 다르며 콜드체인이라는 가치사슬의 특성상 단계별로 정확한 관리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이번 과제는 이러한 니즈에 적합한 R&D사업이며 완료되면 시간·비용절감과 정확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식품·의약품 물류 안전성을 제고하고 국민 건강안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 소비기한표시제에 대한 우려는
소비기한으로 기한이 크게 바뀌는 품목인 우유의 경우 유통기한은 9~14일이었으나 소비기한은 45일까지 괜찮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우리는 우유를 45일 중 14일만 섭취했었으나 이젠 45일까지 전부 이용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유통기한을 넘겨서 먹는 사람들은 있어도 하루 이틀까지는 모를까 일주일 이상 놔두고 먹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또한 45일까지 섭취할 수 있으려면 전제조건인 냉동·냉장관리를 잘 지키는 것이 필수다. 앞에서 온도관리가 흔들리면 소비기한은커녕 유통기한에 해당하는 기간부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소비기한이 도입된다고 해서 식품제조업체 또는 유통업체에서 공정을 바꾸는 부분은 없다. 과거 유통기한으로 찍히던 인쇄내용이 소비기한으로 변경돼 이름과 숫자만 바뀔 뿐이다. 그러나 14일 동안 마시던 우유를 45일까지 마셔도 된다고 하면 쉽게 안심하고 받아들이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소비기한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더 정교한 유통단위에서의 관리체계가 더 정교해져야 하며 온도관리에 대한 증빙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가정에서도 콜드체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홍보도 널리 이뤄져야 한다.

■ 온도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방향은
코로나19로 인한 백신수송으로 대중적으로 온도관리의 중요성이 인식돼 콜드체인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온도관리를 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르게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냉동·냉장창고에 온도계만 놓고 온도관리를 하면 전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냉기가 계속 나오는 위치에 온도계를 둘지 제품이 담긴 용기 속에다 온도계를 놓을지에 따라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냉동·냉장차량은 사실 통신환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실시간 데이터 전송을 위해서는 통신이 가능한 장비를 설치하고 통신비용이 발생하는 등 비용적인 부담도 존재한다. 온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고 하더라도 초, 분, 시간 단위 당 한번 기록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계처럼 1초 단위로 갱신되는 경우는 적다.

즉 냉동·냉장창고에 온도계를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온도기록 방법과 시간은 어떻게 하는지 등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며 보관장소 및 수단별, 제품 및 식품별로 다양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하다.




■ 적용할 수 있는 콜드체인기술은
의약품·바이오업계에서는 제품에 TOR(Time out of Refrigeration)을 사용한다. TOR은 보관조건 온도를 벗어나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간을 의미하며 제품이 온도를 한순간 벗어났다고 해서 바로 폐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TOR이 있다고 하더라도 온도를 한번 벗어나는 것과 누적해서 벗어나는 것은 제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며 온도를 벗어나는 상황마다 시간 및 온도가 다르므로 제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또한 운송 과정 중 상하차 과정, 문이 여닫히는 과정, 제상작업 과정 등 다양한 과정에서 제품이 정온유지가 되지 못하는 상태에 조금씩 노출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TOR이 있을지라도 유통업체는 100%에 가깝도록 콜드체인을 지켜야 한다.

소비기한도 냉동·냉장식품별 TOR을 파악하고 유통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졌는지 상세한 모니터링을 통해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제품 등에 표시된 소비기한뿐이므로 TOR이 벗어난 제품인지도 모르고 구매할 수 있는 위협에 노출돼있기 때문이다.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콜드체인이 지켜지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제품이 소비기한을 넘기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회수·폐기함으로써 소비자안전을 지켜야 한다.




■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소비기한은 강제적으로 규정하는 제도나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의하고 선택이 될 수 있게 돕는 제도가 있으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콜드체인 인증제를 도입해 온도에 민감한 제품을 기업이 잘 관리하는 경우 기업에 인증을 부여해 관리에 대한 자부심과 참여를 끌어내는 방안이 있다.

소비자가 KS 인증, HACCP 인증 등을 보고 식품 및 제품 등을 구매할 때 지표로써 활용하는 것처럼 콜드체인 인증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규제가 아니라 인증제라는 부분은 선택이 되고 참여로 이어지기 때문에 규제 회피, 속임수 등 부정적인 측면보다 인증을 위한 참여 및 개선 등 선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품 및 식품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온도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 온도관리 방안을 한 가지로만 하면 가격이 비싼 제품·식품은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값싼 제품·식품은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생겨 기업과 소비자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품 및 식품별 콜드체인시스템을 세분화하고 평가를 통한 인증을 도입하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성을 제고하고 온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