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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상도 중앙대 교수

냉동·냉장식품 비중 50% 콜드체인 ‘중요’
권장소비기한 설정 지원…소비기한 안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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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운송과 관련된 많은 이슈로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콜드체인은 최근 잇따른 제도 시행으로 실생활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본격 시행된 생물학적 제제는 의약품에 관한 안전을, 올해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하는 소비기한표시제는 식품에 관한 안전을 위해 빈틈없는 콜드체인의 적용이 강조되고 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를 만나 최근 본격 시행된 ‘소비기한표시제’ 관련현안을 들었다.

■ 소비기한표시제와 유통기한의 주요 차이점은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점은 섭취 여부를 누가 판단하느냐에 달려있다. 유통기한은 판매가 가능한 기간이므로 언제까지 섭취할지에 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나 소비기한은 섭취가 가능한 기간으로 언제까지 섭취할 수 있는지는 판매자의 몫에 달렸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 모두 품질안전한계기간을 기준으로 그보다 앞선 기간을 설정한다. 그러나 유통기한은 안전계수에 0.6~0.7을 곱해서 설정하며 소비기한은 안전계수에 0.8~0.9를 곱해 설정하므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품질안전한계기간에 더 가깝게 설정된다.

이에 따라 식품·상품에 표시된 소비기한이 지났을 때 섭취하면 안 되며 즉각 폐기해야 한다. 품질이 변하지 않고 안전이 보장되는 품질안전한계기간을 넘어갈 수도 있으나 소비기한에 도달하기 전에 식품·상품이 상하거나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넘겨 소비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소비기한도 기한을 넘겨서 섭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기한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정착되기 전까지는 기업이 여유로운 소비기한을 설정하는 방법이 대응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시 효과는
소비기한표시제는 10여년 전부터 논의가 있었다. 지금은 식약처 주도로 소비기한을 도입했으나 과거에는 경제부서가 주축이 돼 식품의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낮추고 소비자가격 인하 효과까지를 목표로 제도 도입을 시도했었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단체, 유통업체, 생산자단체 등이 반대해 무산됐었다.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이익이 크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은 이익을 얻을 것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식물 폐기량은 연간 548만톤으로 처리비용이 약 1조960억원에 달한다. 소비기한 시행 시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던 식품이 감소해 10년간 소비자는 7조3,000억원, 산업체는 2,200억원의 경제적 편익이 발생할 것이다. 

또한 식품을 생산할 때 소모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온실가스, 폐기할 때 발생하는 처리비용과 탄소배출 등 환경적으로도 이점이 크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21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품폐기와 관련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중 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식품 구매시기를 유통기한에 따라 자주 장을 보던 형태에서 소비기한에 맞춤으로써 불필요한 장보기를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에 대해 식품섭취 여부를 고민하거나 걱정할 필요가 사라져 편의성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 소비기한표시제 관련 R&D를 수행했던데
관련 R&D 과제가 총 3팀으로 구성돼 있었으며 한팀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내용은 소비기한을 스스로 설정하기 어려운 기업을 위해 정부가 권장하는 권장소비기한을 설정하는 것으로 4년간 200개 유형, 2,000여개 제품에 대해 실험한다. 다만 식품 중 유통기한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기한(소금, 설탕 등), 품질 유지기한(건조 분말) 등을 사용하는 것은 제외한다.

1차년도는 유통기한이 짧고 국민이 실생활에서 구매가 빈번한 제품 위주로 선정했다. 2차년도부터는 저장기간이 긴 식품(기름류, 통조림 등)에 담긴 식품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총 1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면밀한 실험으로 권장소비기한 설정을 완수하고자 한다.

정부가 직접 권장소비기한을 설정하고 기업에 배포하는 이유는 식품산업 내 10인 이하의 영세한 기업이 90~95%에 달하기 때문이다. 소비기한 설정을 위해 실험이 가능한 연구실을 갖출 여력이 충분한 기업은 적으며 직접 실험하지 않고 의뢰하더라도 비용이 발생하므로 정부가 대신 권장소비기한을 설정하고 사용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제품이라도 제조사별로 설비·원료 등 차이로 인한 소비기한이 달라 설정에 고민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소비기한이 짧은 제품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판매자가 제조한 제품이 권장소비기한보다 긴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싶다면 실험을 통해 소비기한을 제품에 맞게끔 설정하면 된다.

■ 콜드체인이 필요한 식품 현황은
냉동·냉장식품은 상온·실온식품과 달리 보관에 제약이 있으며 구현할 수 있는 맛과 식감 등이 적어 많지 않았다. 또한 과거에는 프레온가스로 제품을 얼리는 등 소비자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해 외면하던 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유통 및 보관기술 발달과 식품산업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냉동·냉장식품이 등장했다.

소비자 접근성이 높은 50개 유형의 식품을 분석한 결과 총 590개 제품 중 냉장(0~10℃)제품은 415개로 실온(1~35℃)제품 136개와 상온(15~25℃)제품 16개를 합한 것보다도 훨씬 많았다.

특히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 권장소비기한 중 1차년도 제품을 보면 대부분 냉장제품이 해당하며 전체 식품을 보면 냉동·냉장식품과 실온·상온 식품이 각각 절반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콜드체인시장은 세계적으로 2020년 1,972억원 규모에서 2024년 4,275억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국내 e커머스시장 중 2020년 기준 콜드체인 관련 음식료품과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총 23조원 정도로 온도관리를 필요로 하는 식품의 물류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식품산업에서 냉동·냉장식품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온도를 정확하게 유지해 주는 콜드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식품보관 시 온도가 이탈되면 소비기한에 도달하기 전에 상해 품질, 안전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냉동·냉장식품이 제조, 운송, 보관, 구매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한 구간에서라도 정온유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콜드체인은 무너지게 된다. 




■ 해외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현황
우리나라는 가장 늦게까지 유통기한을 사용했던 나라로 이미 유럽, 미국, 일본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는 소비기한을 적용하고 있으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는 식량낭비 방지, 소비자 정보제공 등을 목적으로 소비기한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유통기한을 계속 사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와 사용목적을 달리한다. 미국은 제품에 제조일자, 유통기한, 품질유지기한, 소비기한 등 다양한 표시를 동시에 적용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비기한 도입 논의 때 일부는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동시에 사용하자는 주장이 있었으나 유통기한을 폐기시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중적 판단 아래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을 포함하고 있는 관계로 유통기한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