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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표시제 시대 개막...식품 콜드체인 중요성 부각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 준수 의무화
콜드체인 사각지대 존재…소비자안전 위험
소비자 인식 제고·개선 근본적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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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표시제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의미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소비기한표시제는 38년만에 유통기한을 대체하는 제도로 식품안전에 긴밀한 영향을 미쳐 취지의 이해와 올바른 파악이 필수다.

유통기한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품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과 판매를 할 수 있는 기한이다. 그동안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식품의 폐기시점으로 인식해 유통기한이 일정기간 경과한 제품도 섭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섭취여부를 고민하는 등 소비자 혼란이 있었다. 

그러나 유통기한을 폐기시점으로 인식하는 국민적 정서는 유통기한이 38년간 시행돼 온 제도라는 시발점에서 비롯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목적과 명칭이 다르나 같은 유통과정을 거쳐서 달성된다. 현재 유통업계는 냉동·냉장식품 등 온도관리가 필요한 제품에 빈틈없는 콜드체인시스템을 적용하나 과거 유통업계는 콜드체인 인프라 부족 및 낮은 기술력과 온도데이터 위조·변조 등으로 인해 제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다. 즉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변수가 많아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을 폐기시점으로 인식해오게 된 것이다.

10여년 전 정부는 식품의 반품과 폐기물 발생을 줄여 가격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 소비기한표시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통환경이 아직 열악하다는 소비자 불안으로 개정에 실패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백신수송은 콜드체인이 국민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며 지난해 ‘생물학적 제제 등에 관한 제조·관리 규칙’은 더욱더 콜드체인을 강화시켰다. 이외에도 신선한 고급 육류 및 활어회 등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등 이미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

이처럼 정부는 크게 향상된 온도관리기술 및 인프라와 다양한 이점을 바탕으로 소비기한을 도입했다. 이를 위해 2021년 12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유통기한표시제’는 ‘소비기한표시제’로 전환됐으며 영업자는 2023년 1월1일부터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으로 표시해야 한다. 다만 우유 등 유통과정에서 변질이 우려되는 일부 품목은 유통환경 정비를 고려해 유예기한을 둬 2031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번 기획을 통해 새롭게 시행되는 소비기한표시제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원활한 제도안착을 위한 대응 솔루션을 살펴본다.




소비자중심제도 ‘소비기한’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은 모두 식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방식이나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섭취할 수 있는 시점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소비자중심의 제도이며 유통기한은 영업자나 식품판매업자가 제품을 유통·판매가 허용되는 시점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영업자 중심의 제도라는 차이가 있다.

소비기한표시제의 주요내용은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 준수 △품질안전한계기간 및 안전계수 설정 등이다. 소비기한은 식품 및 제품의 생산-저장-유통-판매 전 단계에서 보관방법이 올바르고 정확하게 이뤄져야 섭취 시 안전에 해가 없다. 즉 한 단계라도 잘못 관리된다면 소비기한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져 제도로 인한 혼란이 클 것이다.

또한 품질안전한계기간과 안전계수는 과학적이고 안정적인 소비기한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식품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식품의 수명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식품에 표시된 보존 및 유통기준에 따라 저장실험을 시행하고 같은 기간동안 식품에 대한 미생물학적, 이화학적, 물리적, 관능지표 등을 모니터링해 이러한 지표값이 변하는 시점을 ‘품질안전한계기간’으로 산정한다.

이와 함께 안전계수는 제조사 등이 제품의 사용조건을 정할 때 이론값이나 실험값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제품의 실제 보관·유통환경에서 예상치 않게 나타날 수 있는 품질변화를 고려하기 위해 설정하는 상한치에 대한 비율이다. 

즉 소비기한은 식품이 판매될 때까지 올바른 보관방법에 따라 지켜졌을 경우 소비자가 섭취해도 안전상에 문제가 없으므로 소비자는 식품구매 및 섭취를 소비기한으로만 판단하면 되는 소비자중심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구매형태 이해 부족…‘반쪽짜리 법안’
소비기한의 취지와 목적은 이상적이나 제도를 준비하는 데 있어 오프라인 구매형태만 고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마켓컬리, 쿠팡 등 새벽배송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의 등장으로 신선식품 배송이 크게 늘었으며 코로나19와도 맞물려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거래가 급증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농·축·수산물 온라인 구매액은 2019년 3조7,230억원에서 2021년 7조1,164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한 국내 e커머스시장 중 2020년 기준 콜드체인 관련 음식료품까지 합친다면 총 23조원 정도로 온라인 구매형태를 간과하기에는 비중이 크다.

온라인 구매의 특성상 제품이 언제 도착하고 얼마나 방치될지 모른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주문한 식품이 유통 전 과정에서 콜드체인시스템이 지켜졌을지라도 최종도착지인 소비자의 문 앞에서 방치된다면 소비기한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지금까지는 유통기한 사용으로 택배보관함에 방치된 식품도 심한 경우를 제외하면 큰 걱정 없이 섭취할 수 있었으나 소비기한이 사용되면 안전성을 신뢰하고 섭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통업체가 앞다퉈 더 빠른 배송을 선보이고 있으나 이는 소비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더 오랫동안 식품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경우로 이어질 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기한표시제는 오프라인 유통형태만 고려한 반쪽짜리 법안”이라며 “최근 신선식품시장, 새벽배송시장 등이 활성화돼 다회용 보냉박스를 보편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나 소비자의 선택에 의한 부분이며 보냉박스에서 냉장고로 옮겨 보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프라인 구매형태에서도 소비자들은 보냉력이 있는 장바구니 및 보냉제를 사용해 보관하지 않고 귀가하므로 소비자의 습관·상황도 더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트롤타워 부재…제도정비 ‘과제’
소비기한은 식약처를 중심으로 도입됐으나 소비기한을 위한 콜드체인은 관련부처별로 다양해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실정이다.

식약처는 소비기한을 위해 유통기한에 적용되던 법을 일부 개정하며 도입준비를 해왔으나 실제 식품 등에 표시된 보관방법이 행해지는 단계에 관한 법은 소식이 전무하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법과 유아교육법 등 각 법이 규정하고 있는 식품에 대한 온도관리는 다르다. 최악의 경우 소비기한에 따른 제품 등에 표시된 보관온도를 준수하지 않고 각 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관온도를 따라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업계는 향후 식품이 더 면밀한 정온유지를 위해 냉동·냉장차량을 통해 운송되는 물류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증차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2008년부터 냉동·냉장차량의 증차는 멈췄으며 대다수 차량이 자가용으로 등록돼 차량 소유주의 물건만 운송할 수 있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기한은 식품과 소비자 안전에 국한하지 않고 콜드체인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정부는 미온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라며 “진정성 있는 소비기한 시행을 위해서는 분야별 고충을 듣는 자리가 마련되고 신속한 해결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성 확보 시급
유통기한은 통상적으로 제품의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로 설정되는 데 비해 소비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간의 80~90% 수준에서 설정할 수 있으므로 소비기한은 유통기한보다 평균 30% 수준으로 길게 늘어난다.

그러나 소비기한 적용 시 유통기한보다 크게 늘어나는 일부 식품이 있어 소비자들의 의구심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요거트 등 발효유는 유통기한 18일에서 소비기한 32일로 74% 늘어난다. 유제품류는 상하기 쉽다는 인식 아래 유통기한이 넘으면 폐기하던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안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유아 이유식도 유통기한 30일에서 소비기한 46일로 53% 늘어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소비기한이라는 법을 통한 규제만 시행하지 말고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의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인증제를 도입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 KS 인증, HACCP 인증 등을 지표로써 활용하는 것처럼 콜드체인시스템이 잘 적용된 제품에 대해 인증을 주는 것이다.

인증제는 규제처럼 강제적이지 않아 영향력이 약할 수는 있으나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므로 기업의 반발 없이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인증과정에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품·서비스 공정 및 과정을 개선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는 더 질 좋은 제품·서비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곧 신뢰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기한 도입을 통한 경제적 이익 및 소비자 편의성 증대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나 안전성에 대한 이슈는 논란이 많을 것”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홍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 인증제처럼 밝힐 수 있는 보조수단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콜드체인기술 발전 기회
소비기한은 콜드체인으로 시작해서 콜드체인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도의 전제조건이자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식품콜드체인분야는 다른 콜드체인분야와 비교해서 기술과 발전방향에 대한 논의가 더딘 실정이다.

의약품·바이오업계는 제품에 TOR(Time out of Refrigeration)을 사용한다. TOR은 제품의 보관온도가 규정온도를 벗어나도 품질이 유지되는 시간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5℃로 유지해야 하는 제품이 10℃에서 보관되고 있을 때 몇 초 벗어났다고 해서 품질에 이상이 생기지 않으며 TOR이 지날 때까지는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식품에서는 TOR을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식약처도 소비기한을 도입하면서 TOR 관련 지침이나 규정을 설정하지 않았다. 물론 품질안전한계기간과 안전계수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하나 변수가 많은 유통과정의 특성상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콜드체인 모니터링과 TOR이 접목된다면 냉동·냉장식품별 유통과정 중 온도관리를 파악함으로써 지켜지지 않은 제품에 대해 소비기한을 넘기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회수·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가 소비기한을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며 모니터링을 비롯한 다양한 식품콜드체인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