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패널업계는 지난해 2월 국토부가 발표한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으로 인해 유기 소재와 무기 소재의 희비가 엇갈렸다. 새로 시행된 품질인정제로 인해 유기 단열재는 2번에 걸친 실물모형시험을 통과해야 하지만 무기소재는 시험 면죄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단열재시장은 강화된 건축법령을 당장 만족시키기 어려운 유기소재 단열재시장에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게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관리기준 발표 이후 그라스울 품귀현상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레 그라스울 단가상승과 함께 무기 소재시장을 이끄는 벽산, KCC, 생고뱅이소바코리아 등 대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일제히 설비 증설에 나섰다.
KCC는 전반적인 호조세를 보이며 지난해 매출액만 6조7,749억9,400만원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대비 15.3%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20.3% 상승한 4,676억2,700만원을, 당기순이익은 285억2,200만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했다.
벽산은 2022년 3,508억3,2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19%의 매출 상승폭을 자랑했다. 또한 영업이익은 200%를 상회하는 상승률로 강화된 법규로 인한 혜택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벽산의 관계자는 “화재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법규 및 기준이 강화되며 무기시장의 가파른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다”라며 “벽산은 무기 단열재 선두주자로서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 연구개발과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그라스울 중심 무기 소재를 이끄는 생고뱅이소바코리아는 지난해 617억6,900만원의 판매액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2,041.7%, 2,160.2% 상승하며 괄목할 실적을 올렸다.
단열재기업에 원료를 제공하는 석유화학업계는 상황이 복잡하다. 우선 지난해부터 지속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지속되는 한편 그로 인한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단가하락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석유화학업계를 짓누르는 건 기후변화 위기로 인한 탄소중립 필요성이 대두되며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과제다. 이러한 부분이 지난해부터 계속된 업황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액이 5조868억5,500만원으로 전년대비 7.5%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51.1%, 41.7%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의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과 함께 NB라텍스 시황이 악화하며 자사의 합성고무 실적도 꺾였다”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지난해 연간 합성고무 매출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년대비 16% 줄었다”고 밝혔다.
우레탄업계에 원료를 공급하는 KPX케미칼은 지난해 9,835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3.6%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465억1,300만원으로 4.1% 증가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295억6,800만원으로 40% 감소했다.
샌드위치패널업계 역시 희비가 엇갈렸다. 샌드위치패널업계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강화된 건축법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를 준비하기 위한 연구개발비를 비롯해 실물모형시험 응시 비용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한계 등을 이유로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는 하향세다.
조립식 우레탄 판넬을 생산하는 에프피코리아는 지난해 140억8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1년 매출대비 14.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6억5,000만원, 5억3,300만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7.8%, 0.4% 감소했다. 이는 최근 강화된 건축법규 영향으로 보인다.
다른 샌드위치판넬기업과 달리 비버판넬은 지난 2021년 화재 안전성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글라스울패널 생산라인을 에이스지앤월드로부터 인수한 후 무기 소재시장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에 따라 판넬업계 중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이 고루 상승세를 보였다. 비버판넬은 지난해 460억2,4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대비 23% 매출 증가를 올렸다. 영업이익은 17억6,200만원, 당기순이익은 13억6,800만원으로 집계돼 전년대비 각각 73.6%, 106.3% 증가했다.
샌드위치패널업계의 관계자는 “강화된 건축법규가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며 그게 실적으로 나타났지만 유기 소재도 기술개발에 적극적”이라며 “유기 소재의 실대형 화재시험 통과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무기 소재 성장에 제한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 “선제적으로 시장 상황이 변화하는 것을 예측하고 준비해온 기업에게 위기라기보다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