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드체인산업은 국가 산업발전 및 국민 생활수준 향상과 함께 확장된다. 신선한 상태의 상품을 안전하게 전달받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수 있는 냉동·냉장기술 발전이 맞아떨어질 때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며 산업이 확장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Research Nester)에서 지난 5월 발표한 콜드체인시장 예측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세계 콜드체인시장은 2,598억2,000만달러(약 363조2,800억원)로 평가되며 2024년 2,370억6,000만달러(약 331조4,000억 원)를 넘어섰다. 향후 연평균성장률(CAGR) 12%를 기록해 2037년 1조3,000억달러(약 1,817조원)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파악하고 있는 콜드체인시장은 운송·보관·모니터링 등 콜드체인을 구성하고 있는 전방위적 산업군을 포함한다. 세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개발도상국의 산업발전도 가속화되면서 콜드체인산업은 꾸준히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상업용 냉동·냉장시장 전망도 비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그랜드 뷰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서 발표한 한국 상업용 냉장장비 시장규모 및 전망 (South Korea Commercial Refrigeration Equipment Market Size & Outlook)에 따르면 한국 상업용 냉동·냉장설비시장은 2024년 14억달러(약 1조9,500억원)규모로 추정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성장률 7.5% 로 지속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 일상 면면을 살펴봐도 콜드 체인시장 확장은 당연한 흐름으로 읽힌다. 지속되는 폭염과 갑작스러운 호우나 한파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상황에서 온도관리가 중요한 상품의 공급·보관·운송을 위해서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편리함과 안전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점점 커져가고 있어 콜드체인시장의 지속성장은 당연해보인다.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콜드체인시스템 중 실제로 소비자와 만나며 공급사슬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는 설비가 있다. 바로 ‘쇼케이스’다. 편의점, 마트, 식당, 카페, 약국, 꽃집 등 온도관리가 필요한 상품을 진열해 판매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쇼케이스가 설치돼있다. 공급사슬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는 만큼 설치는 방대하다. 그러나 쇼케이스는 꽤 오랜시간 에너지관리제도 사각지대에 방치돼왔다. 쇼케이스를 포함한 상업용 콜드체인설비도 마찬가지여서 에너지관리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쇼케이스 등 상업용 콜드체인시스템 효율관리 시동
국내에선 합리적인 에너지이용 및 에너지사용기기 효율향상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고효율에너 지기자재인증제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 △대기전력저감프로그램 등 기기부문 3대 효율관리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에너지공단은 약 30년간 제도를 운영해 오면서 국가적 에너지절약을 도모하며 고효율기기 보급확산을 지원해오고 있다. 또한 기술발전 및 산업발전 동향을 파악하며 지속적으로 제도를 고도화하고 있다.
에너지효율관리제도 밖에 존재하고 있던 상업용 콜드체인설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지난 몇 년간 꾸준하게 제기돼왔다. 콜드체인설비는 일정한 온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기기로 꼽힌다. 특히 쇼케이스 중에는 개방형 구조로 제작돼 끊임없이 냉기가 외부로 방출되는 모델도 존재해 과도하게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이 경우 보관 중인 상품의 신선도와 안전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개선하고자 2022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냉장식품 진열·판매용 개방형 냉장고에 문을 달아주는 ‘냉장고 문달기’ 사업을 추진했으며 현재 산업부가 이어받아 진행하고 있다.
콜드체인산업의 확장 및 국가적 에너지관리가 점차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에너지공단은 2023년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상업용 콜드체인시스템에 대한 에너지효율관리 고시 개정안 마련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와 동시에 에너지공단은 2023년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를 운영기관으로 한 콜드체인산업발전협의체도 구성했다. 상업용 콜드체인시스템 규제안 마련에 앞서 △국제 규격(ISO 23953, ISO 22041 등) 시험기준 검토 △국제 시험규격 국내 적용방안 논의 △제도화 초안 마련 △친환경제품보급 활성화지원 등의 활동들을 운영하며 제도 고도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202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콜드체인산업발전협의체 내 쇼케이스 워킹그룹에는 에너지공단, 시험·연구기관, 주요 제조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ISO 23953 시험방법 적용을 검토하며 국내 실정에 맞춘 냉동·냉장 기준온도 및 쇼케이스 내부 부하온도 측정을 위한 부하의 개수와 위치, 문개폐시험 방법, 효율관리 대상범위 등을 논의 중이다. 워킹그룹은 이를 기반으로 효율관리제도 초안을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공단은 2023년 업계현황 파악을 시작으로 효율관리제도 마련을 위한 기반 구축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2024년부터 현재까지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통해 고시 개정최종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형일 에너지공단 효율기술실장은 “연내에 최종적인 고시 개정안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며 “기존 일부 음료용 냉장진열대에만 적용하던 효율등급제를 CDU일체형 냉동·냉장진열대로 확대하며 콘덴싱 유닛과 유닛쿨러는 고효율 인증대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제작방식, 표준화과정 관건
당장 1, 2년 이내에 규제를 맞닥뜨려야 하는 쇼케이스업계에선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몇십년간 관리되지 않았던 시장에 규제가 들어선다는 것만으로도 달갑지 않은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업용 냉장·냉동설비 효율관리제도를 통한 고효율제품 생산 및 기술개발 촉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국에서 에너지효율관리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는 선진국에 비하면 에너지효율관리제도가 굉장히 미흡한 상황”이라며 “글로벌 콜드체인시장이 연평균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냉동·냉장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업계전반의 기술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콜드체인시장 양상을 봤을 때 국가적 에너지관리를 위해서라도 상업용 콜드체인시스템에 대한 효율관리제도 도입은 꼭 필요한 수순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규제도입에 대한 업계의 반감은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볼 수 있을까. 이는 중소기업들로 주로 구성된 국내 쇼케이스산업계 양상을 통해 이해해봐야 한다.
국내 쇼케이스 제조사로는 CRK, 아르네 코리아가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국제티엔씨, 한국프리오, 크리콤, 엔디쇼케이스, 일양오피오, 그랜드우성 등의 기업을 주목해볼 수 있으며 이외 다양한 기업들이 쇼케이스업계를 구성하고 있다.
쇼케이스 수요처도 비슷한 구조다. 유통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형마트 및 편의점이 수요처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소상공인이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소형슈퍼 마켓, 카페 등이 또 한 축을 구성하고 있다.
쇼케이스는 표준화된 대량 생산품이 아닌 맞춤형 제작상품에 가깝다. 쇼케이스가 설치될 매장 크기나 판매하는 상품 등에 따라 제품크기가 다양하게 제작될 수 있으며 선반이나 조명 개수도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작될 수 있다. 이로 인해 표준화된 에너지 관리기준 도입이 어려우며 섣부른 인증제도 도입 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증비용이 상당해질 수 있다. 기존에 표준화된 규격없이 맞춤형으로 제작하던 제품에 지켜야할 기준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업계의 부담은 커진다. 즉 영세한 쇼케이스 사업장 및 기술력이 부족한 저효율 냉동·냉장설비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공단은 이러한 업계상황을 효율 관리제도 고시안 마련에 적극 고려해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시장 보급률이 높으며 상대적으로 표준화하기 쉬운 CDU 일체형 쇼케이스부터 효율기준을 적용해 업계 부담을 줄이는 한편 다양한 제품군이 있는 쇼케이스 특성을 고려해 유사 제품군에 대한 인증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대표모델의 시험결과를 유사 제품 군에 적용할 수 있는 실효성이 극대화된 방안이다.
탄소중립시대 ‘친환경 냉매전환’ 최대 이슈
국가적 에너지관리측면에서 바라봤을때 쇼케이스 효율관리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다. 국내 상업용 콜드체인시스템 효율관리제도 도입은 글로벌흐름에 견줬을 때 굉장히 늦은 편에 속한다. 나아가 최근 글로벌시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냉매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효율적인 에너지관리제도를 채 구축하기 전이지만 업계는 ‘냉매전환’이라는 시급한 과제도 동시에 해결해나가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EU는 2006년 이후 F-gas규제를 지속적 으로 강화해오고 있으며 2024년 개정된 통합법에 따라 2030년까지 HFCs 소비량을 대폭 감축해 2050년 이후에는 사실상 HFCs 사용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프레온배출억제법을 통해 단계적 사용제한 제품군을 지속 추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AIM ACT를 통해 2028년 까지 단계적 사용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Low GWP 냉매전환을 위한 규제와 인센티브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내 또한 2024년 12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수소불화탄소(HFCs)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냉매규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규제발표는 긍정적 신호이지만 글로벌흐름에 비하면 5년 이상 뒤쳐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냉매전환 기조에 발맞춰 국내 대기업 및 수출중심 냉동· 냉장설비기업들도 냉매전환 이슈에 대응 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력과 자금력 부족으로 냉매전환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고효율·친환경전환, 정책지원 절실
최근 몇 년간 국내 냉동·냉장설비업계는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에너지고효율화를 위해 기술경쟁력을 키워 설비고도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에 발맞춰 냉매규제에도 대응해나가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 속 중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경기와 내수경기 침체는 설비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의지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최근 몇 년간 이커머스를 통한 신선식품 직접 배송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둔화돼 쇼케이스시장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쳤다”라며 “이러한 상황 속 쇼케이스 제조사는 아직까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편의점과 중소형마트에 적합한 소형 쇼케이스 수요를 공략하거나 국내 대형마트 투자축소를 해외수출로 상쇄하는 전략을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쇼케이스설비의 주요 수요처인 리테일업계의 성장위축은 자연스럽게 설비투자 감소로 이어지며 변화를 시작해야하는 상업용 냉동·냉장설비업계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편의점 4사인 GS리테일·BGF리테일·코리아세븐·이마트24 등의 쇼케이스 현황을 살펴보면 일부 점포에서 R290냉매를 적용한 설비를 구축하긴 했지만 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테일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확산 되고 있는 ESG경영기조에 따라 친환경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설비교체를 통한 친환경경영 실현은 막대한 투자비용이 우선돼야 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설비를 관리하는 현장실무진의 판단과 목소리가 기업결정권자에게 잘 와닿지 않는 것도 큰 장애요소”라고 설명했다.
쇼케이스산업 경쟁력확보 중요한 기점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더 빠르게 진행 되며 산업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상황 속에서 효율적인 에너지사용 및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실현은 전 인류가 맞닥뜨린 아주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현안이 쇼케이스를 포함한 상업용 콜드체인설비 시장 속에서 고효율설비·친환경냉매 전환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쇼케이스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기업 및 연구기관·학계전문가들은 설비고효율화및 냉매전환이라는 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선 국가주도의 적극적인 정책지원 및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설비전환에 확실한 인센티브 지원이 중요하 다고 강조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쇼케이스업계 전반의 친환경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존 설비교체 지원·신제품 개발 인센티브등 업계가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정책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특히 중소·중견기업이 고가의 친환경설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맞춤형 컨설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현재 국내 냉동·냉장 쇼케이스업계는 에너지효율 개선과 친환경냉매전환 이라는 격변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시장 트렌드에 맞는 기술경쟁력 강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하기 전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정부와 산·학·연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쇼케이스산업의 국가적 경쟁력 확보 및 탄소중립을 통한 지속가능산업 방향을 찾아나서야할 시점이다.
업계 내 선도적으로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며 기술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기업들의 사례들을 통해 앞으로 쇼케이스업계가 돌파해야 할 과제에 대해 혜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