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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승희 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농업연구관

“식물공장 기술력 세계적 수준 국내 기술수요 부족 ‘현실’”
식물공장, 기술·자본 집약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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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식물공장연구실은 1996년도부터 식물공장용 기계장치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연구초기에는 태양광 온실에서의 작물재배 자동화를 목표로 연구를 시작했다.

농업과학원은 농업환경부, 농업생물부, 농산물안전성부, 농업공학부, 농업생명자원부, 농식품자원부 등 6개부와 농업유전자원센터를 가진 농촌진흥청의 4개 연구기관 중 가장 큰 기관이다.

대표적인 성과로는 생육시기별로 작물간격을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주간 조절장치를 2003년 개발한 바 있다. 이후 파종, 정식, 수확장치 등도 개발해 연구용 온실에 적용했다.

2011년에는 농진청 식물공장연구동(수원시 소재 수직형 50m², 빌딩형 396m²)을 개관했으며 유리구조 수직형에는 태양광과 인공광 병용의 수직입체형 재배장치 자동화 기술을 개발 및 적용했다.

재배베드는 상하이송 순환식으로 각 재배베드에는 RFID를 부착해 양액공급량을 조절하고 재배베드의 이송속도 조절이 가능하게 했다. 작물의 정식과 수확을 한 곳에서 작업하게 되므로 작업자의 작업동선을 최소화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완전 인공광을 활용한 빌딩형 실내농장 기술 또한 2014년 2단과 6단의 재배베드에 작물이 생육단계에 따라 수평이송하는 형태의 실내농장 자동생산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작물생산시스템 기반기술을 확립한 바 있다.

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 스마트팜개발과에서 관련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승희 농업연구관을 만나 식물공장의 기계적 특성을 알아봤다.

▎ 식물공장의 설비·설계 상 특징은
식물공장이나 일반온실은 작물을 재배하기 위한 시설로 개념은 유사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이는 식물공장은 주로 다단의 구조물을 실내에 설치해 작물을 재배하게 되므로 구조설계는 일반 건축물과 같은 기준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와 다르게 온실은 토지에 직접 작물을 재배하게 되므로 간이시설의 형태로 설계해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또한 주로 기온이 낮은 시기에 운용되므로 낮에는 태양에서 오는 장파장을 이용하며 고온이 되면 환기창을 열어 온도를 조절하고 밤에는 난방기를 가동하게 되므로 일반건물의 공조시스템과 같이 복잡한 설비는 들어가지 않는다.

식물공장은 건축물과 같이 단열·밀폐시설에 작물을 재배하게 되므로 냉난방을 위한 공조시설은 필수이며 다단으로 작물을 재배하게 되므로 실내 온·습도 조건을 균일하게 조성해야 하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인공광은 온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설비이나 식물공장에서는 태양광을 받을 수 없어 재배하는 작물에 따라 LED광원을 달리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설계 및 설치가 중요하다. 그 외 CO₂, 양액공급시스템 등은 온실과 동일한 장치를 사용해 작물에 필요 영양소를 공급하게 된다.

▎ 국내 식물공장 기술력을 평가한다면
식물공장관련 기술은 농업선진국이 먼저 개발해 왔으며 기술진보와 산업화 측면에서 역시 우리보다 많이 앞서 있다. 최근 식물공장기술을 이용해 이 부분에 투자유치까지 끌어낸 외국기업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농업선진국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은 아니다. 농촌진흥청에서 식물공장연구를 수행한 이래 대학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식물공장 관련 기반기술을 다져오고 있으며 실용가능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남극 세종기지로부터 채소재배가 가능한 식물공장 설치요청을 받아 농촌진흥청은 2010년과 2021년 2차례 걸쳐 컨테이너형 식물공장시설을 제작해 제공했다. 현재 세종기지 연구원들이 직접 작물을 재배해 신선한 음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식물공장시설을 운용해 신선엽채류를 시장에 공급하는 팜에이트, 넥스트온과 같은 기업도 자체 기술력 확보와 생산기반을 확고히 해오고 있는 등 우리나라의 기술력도 상당한 수준에 있다.

작물생산을 위한 ICT기술력 우위인 우리의 하드웨어 기술은 높이 평가할 만하나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BT(Bio Technology: 생명공학기술)와 더불어 환경친화형 농업을 위한 ET(Environment Technology: 환경에너지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 식물공장 시장현황은
ICT기술이 앞선 우리나라는 식물공장시스템 제조·공급업체의 기술력도 세계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 기술수요가 없어 해외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있다. 국내에 그들의 기술을 공급하기 위한 수요자가 많아야 하는데 현재는 공급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식물공장이 미래산업의 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것으로 이해할 뿐이다.

전방위적인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식물공장 관련기업이 작물을 생산해 시장에 공급하는 사례가 많이 생겨나고 이러한 생태계가 육성돼야 한다.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식물공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식물공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식물공장시스템 제조·공급기업들의 시장상황도 그에 맞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유휴지 활용 식물공장 모델은
도시 유휴지 활용도 초기설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3년 전 지하철 역사 공간, 폐교, 폐광지역의 유휴건물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현재 지하철 역사공간을 활용한 팜에이트 메트로팜과 넥스트온이 도로의 폐터널을 이용해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두 곳 모두 작물생산 시스템은 식물공장에 주로 사용하는 다단식의 재배대를 사용해 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유휴건물을 이용한다해도 냉난방을 위한 공조설비를 넣기 위해서는 건물 단열처리, 급배수설비 등 건물의 리모델링에 대한 비용을 고려해야만 한다.

도시 유휴지를 활용한 식물공장 시설이라도 일반 상업시설이나 제조시설이 아니므로 도심에서 식물공장을 설치 운영하는 데 제도적 제한이 있다. 이는 식물공장이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로 보이며 앞으로 식물공장은 기술적, 비용적, 제도적인 부분들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