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식물공장형 스마트팜, 미래 식량안보 책임진다

농업 고령화·진입장벽 해결 ‘핵심열쇠’
K-농업기술·품종 해외진출 교두보 기대
LED·냉방 등 에너지절감 방안마련 ‘시급’

URL복사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사안이다. 인류가 처음 문명을 개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계기는 농업생산력에서 시작됐으며 현시대도 농업은 식량주권·식량안보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산업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농업인구는 고령화돼있으며 아직도 경험에서 경험으로 이어지는 지식전달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은 당장 10년 후 국내 식량안보에 큰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 농업인들의 경험과 지식을 데이터화해 표준화시킴으로써 농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필요한 노동력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식물공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온·습도, CO₂농도 및 광량, 양액 등 환경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육과 수확을 수행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노동력은 감소시키는 동시에 농업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식물공장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식물공장형 스마트팜의 현황과 미래의 모습을 알아본다.

식물공장이란
식물공장이란 통제된 시설 안에서 광, 온·습도 등 재배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연중 내내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의 화두가 된 지금 모든 산업부문에서 CO₂ 배출을 저감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농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17%를 차지할 만큼 현대 농업시스템은 지구환경에 부담을 주는 동시에 농식품은 농장에서 소비자까지 유통되는 동안 약 43%의 영양분을 잃게 된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달되는 과정에서 식량의 가치를 보존하고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식물공장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도시의 식물공장은 농업, 주거, 상업 등의 복합공간인 빌딩농장으로 발전하면서 작물재배 외 체험, 관광, 식당, 영화관이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용될 전망이다. 아파트단지, 사회복지시설, 병원, 사무실 등에도 식물공장이 설치돼 도시민의 심신휴양, 정서순화 등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물공장의 필요성
일반적으로 농작물 생산증대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며 자연조건의 기후와 병충해 등 피해로 인해 균일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식물공장과 같이 좁은 면적의 건물에서 다단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경우 노지에서 경작하는 것보다 생산량뿐만 아니라 균일한 품질의 농산물을 4계절 내내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식물공장은 아직 생산비용 부담으로 인한 경제성 문제가 남아 있다. 식물공장의 경제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생육기간을 단축하는 기술개발로 생산량을 증대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 식물공장의 성공사례로 미국 에어로팜(6,400㎡), 일본 스프레드(연 1,000만주 상추 생산)가 대표적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증으로 보여준 셈이다.

김승희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은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생육기간 단축이라는 기술적인 문제해소”라며 “이를 위해 작물생육 조건에 맞는 실내 재배환경 조성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며 식물공장 전용 품종개발도 필수”라고 말했다.

농업선진국에서는 식물공장 전용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식물공장에서 생산 공급되는 농산물의 수요가 적은 탓에 일반 노지작물 품종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어 생산량을 증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자본·기술집약 첨단농업
일반 스마트팜은 비닐하우스, 유리온실 등에 IoT,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는 농장이다.

즉 외부기상의 영향을 받는 온실에 자동화 기술을 접목해 농작업의 편의성 향상과 시기별로 작물 생육환경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고자 한 첨단시설 농업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식물공장에서는 외부기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밀폐된 시설 내에서 작물을 재배하게 되므로 광, 온·습도, 배양액 성분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작물에 공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적 조건의 작물생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공광원인 LED와 생육환경 자동제어를 위한 ICT, 최적의 생장조건 제시를 위한 BT, 오염방지 및 자원의 재활용을 위한 ET 기술 등이 종합된 자본과 기술이 집약된 농업이다.

일반온실은 난방이 주요 에너지사용원이라면 식물공장에서는 LED광원 및 냉방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저발열 LED에 대한 기술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는 LED로부터 발생되는 광열로 인해 식물공장 내 온도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냉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부가가치 작물재배
식물공장 방식, 광원·배지·재배시스템 등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의 종류는 달라질 수 있는데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추, 엔디브, 치커리, 청경채, 케일 등 대부분의 쌈채소는 식물공장에서 재배가 가능하다.

또한 바질, 딜, 루꼴라 등 허브류를 비롯해 새싹채소, 어린잎채소, 새싹삼, 수경삼 등 약용작물뿐만 아니라 버섯류, 감자, 들깨, 보리, 천연물 생산용 기능성 작물도 재배·생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온도, LED 광파장 등 재배환경에 따른 약용작물의 유효성분 함량을 분석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루테인의 원료가 되는 마리골드, 의료용 대마(햄프, Hemp) 등 식물공장 생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건강기능식품의 원료가 되는 천연물 소재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식물공장에서 재배가능한 작물종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삼 등 기능성 식품이나 대마 등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작목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본에서는 이미 백신 등 식물유래 의약품 생산을 위해 고기능성의 작물을 선정해 식물공장에서 생산하는 기술을 시도한 연구사례도 있다.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과채류인 딸기는 현재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플랜티팜, 넥스트온, 어밸브 등 식물공장 전문기업들이 상용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딸기는 식물모체로부터 일부 기관이 분리돼 독립적인 개체를 탄생시키는 영양번식으로 재배하기 때문에 식물공장 안에서의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개체관리와 수분(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 방안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유럽이나 중동지역에서 딸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개발은 한국의 식물공장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핵심열쇠가 될 수 있다. 꼭 식물공장 안에서만 모든 과정을 해결하지 않아도 여름철 식물공장에서 육묘하고 일반 온실에서도 재배가 가능한 겨울철에는 모종을 옮겨심어 재배를 이어가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이러한 작물에 적용하기 위한 설비시스템이 별도로 필요로 하지 않다. 단지 이용하고자 하는 작물이 잎이나 꽃 또는 열매인지 뿌리인지가 결정되면 재배 상 크기 조정만 하면 되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대상작목에 대한 생육특성을 알아야만 그에 맞는 생육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최적의 제어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

농업선진국 식물공장 현황
외국의 식물공장은 유럽,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연구개발 및 보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유럽의 식물공장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유리온실 형태다. △엽채류(상추 등) △허브류(바질 등, 피트블럭에 파종 및 육묘) △분화류 △절화류(튤립, 백합, 장미 등) △과채류(토마토 등)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자연광 식물공장안에 작업공정을 최대한 자동화했고 신재생에너지 이용 및 에너지절감형 식물공장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스웨덴의 Agritech Innovation에서 개발한 스웨데포닉 시스템(Swedeponic System)은 채소·허브용 엽채류를 생산하는 식물공장으로 유럽 전역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NFT 수경재배방식, 고압나트륨 등, 기계화, 자동화, 자동베드 이송시스템, 자동스페이싱, 로봇정식 등이 특징이다.

벨기에 Hortiplan의 재배베드 자동이송시스템(MGS, Mobile Gulley System)은 유묘(seedling)의 자동이식, 주간조절(포기와 포기 사이의 간격 조절), 자동이송, 정식 등 공정을 완전 자동화했다.

유럽은 현재 자연광 식물공장뿐만 아니라 인공광 식물공장에서의 고효율 광원 및 조명기술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푸드테크 기업은 차세대 실내 수직농장(vertical farming) 전문기업인 인팜(infarm)이다. 유럽 농업정보기술분야를 주도하는 스타트업회사로 스마트팜분야에서 많은 투자를 유치하며 1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기업으로 급부상했다. 인팜은 식물학자, IT 전문가, 산업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형마트, 식료품점, 식당 등 도심의 다양한 공간에 수직농장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일부 기업에서 사업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으나 채산성 문제로 중단됐고 이후 대학을 중심으로 LED 등 인공광의 농업이용 연구가 수행됐다. 1999년 콜롬비아대학교의 딕슨 데스포미어(Dickson Despommier) 교수에 의해 빌딩형 식물공장 모델이 제시된 바 있으며 기본적인 인공광 식물광장 기술 및 식의약품 원료생산 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은 인공광 식물공장 비중이 유럽에 비해 높으며 전력, 식품, 유통회사 등 기업에서 여러 형태의 식물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일본은 식물공장산업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했고 농림수산성과 경제산업성에서는 건설사업자와 관련기술 개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2009년 범정부 차원의 ‘식물공장 보급확대 종합대책’ 수립을 계기로 2011년 93곳에서 2021년 2월 기준 390곳으로 4배 이상 늘었고 인팜 일본법인이 대형 슈퍼마켓에 소형 수직농장을 설치했다. IoT와 AI기술로 채소를 키우며 노지대비 60배가량 높은 수확량을 달성했다.

일본은 실용화 식물공장의 표준화 연구, 산업화기술개발, GM작물(Genetically Modified Crop, 유전자변형작물) 생산, 기능성 물질 및 식의약품 원료생산 기술개발 중심의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여경환 농촌진흥청 농업연구사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대규모 식물공장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부각됐고 무엇보다 원전사고에 의한 오염지역에 식물공장을 건설·운영하는 것을 지역의 부흥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라며 “또한 지자체와 연계한 장애인, 노인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도 식물공장사업을 추진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 식물공장 기술연구
식물공장 시설은 제한된 단위면적당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수지맞는 농업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높은 생산비 탓으로 돌릴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들을 연구소, 학계, 기업 각자가 연구하고 있지만 다들 아직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식물공장은 건축구조물로 시공해야 함에 따라 냉난방공조시설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며 LED광원을 포함한 다단의 재배시설 구축 등 초기 설치비용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운영상 문제로는 인공광 및 냉난방공조기 가동에 드는 광열비가 생산비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소득작물을 생산 및 식물공장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기반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자동화 시설 및 장치를 개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채소와 어류를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자원순환형 시스템인 아쿠아포닉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물고기 배설물의 질소와 인 성분을 비료로 활용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학계에서도 식물공장 전용의 엽채류 작물을 선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