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UN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당시 16세였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정상들에게 “여러분은 헛된 말들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훔쳐갔다”라며 “생태계 전체가 붕괴되고 있으며 우리는 대멸종이 시작되는 시점에 있다”고 질타했다. 그의 연설은 “모든 미래세대의 눈이 여러분에게 향해있다”라며 “여러분이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여러분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마무리됐다. 현재로부터 5년 전에 10대의 청소년 환경운동가는 이미 지구멸망을 얘기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 달성을 위한 핵심요소를 의미한다.
국내에 ESG경영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경영기조가 등장했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기업들의 뚜렷한 대응은 없었다. 이후 2020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단어로 대중들에게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2024년 현재 ESG경영이 기업에게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닥쳐오는 기후위기 속 전 세계는 세계기후변화협약에 동참하며 지속가능발전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주목받는 것이 ESG경영이다.
2019년 그레타 툰베리가 외쳤던 것처럼 우리는 이미 대멸종시대에 진입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에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며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성장하고 있다. 세계의 지속가능을 위해 현 세대가 져야할 책임을 조명해보고자 했다. 물류산업분야에 집중해 ESG 경영현황과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을 알아봤다.
ESG경영 인식 확산 및 실천 필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다양한 분야 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기후위기 △지구온난화 △무역분쟁 △글로벌 경기침체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업들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졌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ESG경영 중요성으로 이어지게 됐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Alliance)에 따르면 글로벌 ESG투자 규모는 2016년 22조8,000만달러에서 2020년 약 35조 3,000만달러로 약 54.6% 증가했으며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SG경영에 대응하는 국내 변화도 있다.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금융 위원회는 ESG공시 의무화시기를 2026년 이후로 발표한 가운데 지난 4월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 주요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오는 10월 중 ESG공시 세부일정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는 ESG경영에 대한 단순인식이 아니라 적극적인 대응과 논의 등이 이뤄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2026년부터 ESG공시 의무화를 시행하는 EU·미국·영국·싱가포르· 홍콩 등에 비해 국내 대응이 너무 늦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존재한다. 동시에 한국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너무 높은 ESG기준을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류산업 ESG실태분석과 대응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나준호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SG경영’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나 부연구위원은 “ESG경영에 대한 투자는 지금 당장 확실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투자가 아니기에 시급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라며 “하지만 지금의 발전논리에서 벗어나 미래세대에게 지금보다는 나쁜 세상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영역에서 바라보며 투자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소·중견 물류기업의 ESG경영 가이드라인 구축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최나영환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 기업매출에 ESG경영이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도 근 몇 년 내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지금 준비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인 시장변화가 일어났을 땐 이미 많은 늦은 상태일 것”이라고 짚었다.
공급망 책임지는 물류, ESG경영 필수
물류산업은 화주기업 요청에 따라 운송·보관서비스를 제공하기에 화주기업 경영환경변화에 큰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현재 주요 글로벌제조사들은 대부분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공급망에 속해있는 기업에게도 동일한 원칙의 ESG경영을 요구하는 추세다.
2024년 4월 EU는 공급망 실사지침을 최종승인했다. 공급망 실사지침은 기업이 공급망전반에 걸쳐 인권과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하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제도다. EU 역내·외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지침의 영향을 받으며 한국기업도 받을 수 있다.
또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따라 EU는 2025년부터 EU회원국보다 CO2 배출량이 많은 역외국가에서 생산 및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예정 이다. 국내 수출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며 이와 연계된 물류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2023년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효과 분석’에 따르면 2023년 한국경제 성장률 1.36% 중 수출기여도는 1.17%p로 지난해 경제 성장률의 86.1%를 수출이 이끌었다. 이처럼 국내산업에 있어서 수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주요경제권인 EU와 미국의 변화는 우리나라 특성상 꽤 큰 변화를 맞닥뜨리게 한다. 현재 일부기업들은 ESG를 도입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협력을 체결하며 RE100에 등록한 기업은 자사공급 협력기업에도 재생에너지사용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도 물류기업의 ESG경영은 꼭 필요하다. 운송과 보관을 운영하는 물류산업 특성상 물류기업은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물류기업의 ESG경영 방향성이 탄소 중립의 실질적 실현과 맞닿아 있다.
ESG경영, 정부정책 지원 시급
ESG공시 의무화를 앞둔 상황 속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21년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물류산업은 제외됐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는 ‘교통물류 ESG 가이드라인’ 구축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구축시기는 미정이다. 또한 2023년 물류산업진흥재단에서는 중소기업 ESG경영 내재화와 각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소·중견물류기업 ESG가이드북을 제작·배포했다.
이외에도 정부 부처별로 △친환경 산업 지원 △사회적가치 창출 지원 △거버넌스 개선 △ESG 투자확대 등 다양한 ESG지원책을 마련하며 ESG경영 확산을 위한 여러 방면의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선 정부의 확실한 ‘액션’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나준호 부연구위원은 “ESG경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통령실 혹은 국무총리실을 헤드로 하는 범부처 통합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통합 거버넌스를 통해 통일된 방향의 지원정책을 추진해야하며 부처별 중복지원 가능성을 제거해 정책추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경영 도입에 앞서 다수의 기업이 고민하는 것이 투자에 대한 결정이다. 실제 ESG경영 도입은 대기업 위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으며 매출액이 낮은 기업 일수록 ESG경영에 대한 인식도가 떨어진다. 물류산업은 중소·중견기업 비율이 높은 산업군으로 ESG경영 인식도도 낮은 편이다. 몇몇 국내 네트워크만 관할하는 운송기업은 ESG경영 방향을 따라야 하는 것에 부정적인 태도도 보인다.
전문가 집단은 이러한 기업의 태도변화를 위해서 실질적인 자금지원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중소협력사와 상생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으며 책임지지 않아도 됐던 것을 고민해야 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가오는 ESG공시 의무화나 EU발 공급망 실사지침 등의 흐름은 기업의 생존과도 이어질 것이다. ESG는 정부·기업·학계·소비자가 모두 함께 움직여 달성해나가야 한다. 기업의 이윤창출이 단순히 기업활동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