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콜드체인산업은 양적팽창을 마치고 질적 성숙단계에 들어선 해로 정리될 전망이다. 2019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비대면산업, 특히 e커머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2020년, 2021년 콜드체인산업은 외형적인 팽창을 거듭했다. 한동안 치열했던 e커머스 시장경쟁은 2022년 들어 소강상태로 접어들며 숨고르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콜드체인 최전선에서 몸집 부풀리기가 한창이던 쿠팡, 컬리, 신세계 등 리딩기업의 활약에 힘입어 신선물류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며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상품을 보관하는 물류센터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냉동·냉장업계는 유래없는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과잉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으며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수도권 인근 저온창고 공실률 증가, 신규설계 단절 등 냉동·냉장창고시장은 급작스러운 성장에 대한 후폭풍을 경험하고 있다.
냉매규제〮에너지효율화 ‘압박’
글로벌시장의 친환경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키갈리 개정의정서에 따른 냉매규제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지난 9월 ‘오존층 보호를 위한 특정물질의 제조규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특정물질 규제대상에 수소불화탄소(HFCs)를 포함시켰다. 이는 국내 냉동공조 및 단열재산업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며 지구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R410a, R404a, R141b 등 냉매를 규제하는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이와 더불어 콜드체인업계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위기의식이 없었던 에너지절감 실천에 대한 이슈도 커졌다.
냉동·냉장창고,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수많은 냉동기는 아무런 효율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올해 초 한국에너지공단은 ‘2022년 에너지효율시장 조성사업’의 신규품목으로 ‘상업용 인버터 냉동〮냉장시스템’을 지정했다. 정속형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상업용 냉동기시장이 변화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는 평가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형마트〮편의점에서 운영되고 있는 개방형 냉장고(쇼케이스)에 문을 달아 식품안전을 확보하고 에너지효율 달성과 함께 온실가스 저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식약처 조사결과 백화점, 대형마트는 단 4%만이 문이 달린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어 심각한 에너지 및 온실가스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시범사업 결과 냉장고에 문을 다는 것만으로도 전기요금 60% 절감, 상품폐기율 3% 감소효과가 나타나 최근 한전, 캡코이에스와 함께 냉장고 문달기를 ESCO사업으로 시작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설문조사 결과 안전한 식품섭취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으며 지구환경보호도 호응을 얻었다.
산업내실화 위한 정부의지
잇단 물류창고 화재사고로 복합단열재, 마감재료, 외부단열재 등 물류창고의 모든 구성요소가 준불연성능을 갖추도록 기준이 강화됐다. 사실상 국내 유통되는 물류창고 등 건축용 단열재에 준불연 이상 성능을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세부사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지침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무리한 제도강행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대형 화재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인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운송 중 온도이탈로 폐기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정부는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규칙’을 개정하며 생물학적 제제의 온·습도 모니터링, 기록 강화 등을 의무화했으며 이는 의약품뿐만 아닌 식품 등 콜드체인 전 산업의 관리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배포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약국 등 관리감독 소홀 및 생물학적 제제 외 온도관리가 필요한 품목이 빠졌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의약품 콜드체인 확립을 위한 일보전진이라고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수송부문의 전기화물차 도입으로 인한 친환경 콜드체인 물류,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에 따른 신선식품 관리시스템 세밀화 등도 일부 업계에서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2022년 주요이슈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