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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

“물백신 면피목적 탁상공론…현실반영 의약품 유통규제 필요”
유통구조 이해관계자별 역할수행 중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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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운송과 관련된 많은 이슈로 ‘콜드체인’은 업계를 넘어 전 국민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 등 의약품은 생산, 운송, 보관 등 전 유통과정에서 한 단계만이라도 온도이탈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관리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학대학 교수를 만나 최근 본격 시행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규칙(이하 생물학적제제 관리규칙)’ 개정 관련현안을 들었다. 

▎의약품콜드체인의 중요성은
바이오의약품은 온도에 따라 제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 변질된 제품은 효력이 없거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발생해 세심한 관리를 요구한다. 

특히 식품 등과 다르게 육안이나 냄새를 통해 확인할 수 없으며 최종소비자인 국민과 사용자인 의사, 약사간 정보불일치, 정보편중으로 인해 더욱 중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대비 국내 의약품유통규제현황은
규정만 놓고 본다면 대단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나 우리나라는 의약품 포장단위에 고유번호를 부여해 유통을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미국의 경우 의료기관, 약국 등까지 추적하고 있어 유통까지만 관리하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규정보다는 구조의 차이가 더욱 의미가 있다. 미국의 경우 프렌차이즈 약국이 발달돼 재고관리, 유통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독립약국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프렌차이즈 약국이 발달된 특성으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를 스페셜티 드러그로 분류해 이를 취급하는 약국을 따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의약품유통구조는 
간략화하면 제약사, 유통사, 의료기관 및 약국 등으로 구분된다. 유통사는 도매상이라는 표현으로 많이 언급된다. 

도매상의 역할은 다시 상류, 물류로 나뉜다. 상류의 경우 의약품의 주문, 수요·공급관계 관리를, 물류의 경우 운반·배송을 수행한다. 상류와 물류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도매상이 있거나 상류나 물류 중 한가지만 하는 등 다양하게 구성돼있다.

물류를 기준으로 볼 때 국내 10대 도매상이 전체의 60%를 취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대 도매상이 대부분의 물류를 처리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유사한 구조로 의약품이 유통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각 지역을 대표하는 17개 도매상이 있으며 17개 도매상과 협력관계인 도매상이 70여개, 하청은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다. 

‘도도매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유통구조가 복잡해짐에 따라 마진이 거의 남지 않게 되는 구조다. 국내 의약품유통의 최대 장점은 1일 2배송체계로 이는 거의 실시간 배송체계로 볼 수 있다. 비교적 국토의 면적이 넓은 미국, 일본 등에서는 3일단위, 일주일단위 등으로 배송되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을 평가한다면 
국내에 처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입될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콜드체인에 대한 인식이 부재했다. 온도이탈로 인한 물백신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의약품 유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이 백신운송 및 보관 등에 대해 공동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의 연구용역을 통해 의약품 유통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을 시도했으며 백신운반 및 보관에 관한 규정에 콜드체인을 도입할 수 있었다. 

특히 백신만이 아니라 생물학적 제제로 범위를 넓혔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자동온도기록장치, 실시간 모니터링, 온도이탈 시 처분 등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간과한 사안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슐린이다. 인슐린시장은 생물학적 제제와 관련한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규정에서 제시하는 운송용기의 경우 용기무게만 20kg에 달하며 보관 전부터 냉각을 해둬야 한다. 

인슐린만 놓고 보더라도 약국당 운송, 회수 등에 각각 1개씩, 2개가 필요하다. 전국에는 2만3,000여개의 약국이 있으며 2만개의 약국이 인슐린을 취급한다고 가정할 경우 단순계산으로도 4만개의 운송용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약국이 인슐린을 취급하는 것은 아니나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충분히 거쳐 예상되는 수요를 확인하는 등 치밀하게 접근해야 했음에도 이러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인슐린에 대한 규제에 6개월 유예기간을 새로이 부여했으나 이에 대한 대응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조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또한 인슐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 중 많은 연구로 안정화돼 상온보관할 수 있는 제품이 다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된 규칙에 따라 콜드체인을 유지하면서 보관, 유통돼야 하며 이는 무의미한 비용부담으로 이어진다. 제약업계는 생물학적 제제의 상온보관을 위한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없게 돼 향후 의약품유통비용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접안액 등 생물학적 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도 온도관리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제제가 아니므로 온도관리가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번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은 ‘식약처의, 식약처에 의한, 식약처를 위한’ 규칙으로 보인다. 내용자체가 옳다, 옳지않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코로나19 물백신 사태에 대한 면피로 비춰진다. 

▎관리규칙 개정에 대한 관련업계 반응은
제약사의 경우 규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유통사의 경우 운송용기마다 온도모니터링장치 등을 탑재함으로써 유통비용이 증가해 이익이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제약사 등에 비용상승에 대한 단가반영을 요청하고 있으나 제약사는 유통에 대한 규제로 부담을 분담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상호간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의약품콜드체인이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은
은콜드체인은 규제로만 완성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산업적 특성이 고려돼야 하며 제약사, 유통사, 의료기관, 약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콜드체인이 유지될 수 있다. 

특히 의료기관, 약국 등의 콜드체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제약사, 유통사가 아무리 콜드체인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의료기관, 약국 등의 낮은 인식수준으로 인한 온도관리실패는 결국 체인, 즉 사슬이라는 의미 속에서 연결고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또한 최종소비자인 국민이 구매한 의약품이 가정에서 어떻게 보관돼야 하며 특정조건에서의 사용가능기간이 얼만큼인지 의약품을 판매할 때 명확히 안내돼야 한다. 식약처가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만큼 보다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