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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제제 관리 강화…의약품 안전성 제고 기대

식약처,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개정 시행
생물학적 제제 콜드체인 의무화…유통업 혼란
인슐린 공급차질 등 근본적 해결책 제시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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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제제란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 또는 재료로 제조한 의약품으로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백신, 혈액제제, 혈장분획제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생물체를 이용하므로 생산조건이 까다롭고 제조공정이 복잡하며 냉동·냉장보관이 필요해 취급에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식품의 경우 유통 중 제품 선도유지를 위한 일정한 조건이 유지돼야 한다. 온·습도, 광량 등 정해진 조건으로 통제된 상황에서 운송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각 물류단계별 가공, 포장, 선별 등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제품상태를 확인하고 상태가 우수한 제품이 선별된다. 

의약품의 경우 식품과 마찬가지로 온·습도, 광량, 특수조건 등 필요조건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유사하다. 그러나 정해진 조건을 벗어나는 경우 의약품의 물성변화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물류과정상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관리 필요성이 높은 생물학적 생물학적 제제는 ‘코로나19 물백신 사건’을 계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19년 우리나라에 처음 수입, 공급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었으며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중한 코로나19 백신은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던 수송작전이 이뤄졌음에도 온도이탈이 발생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분노했으며 정부는 또다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2021년 7월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규칙(이하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개정안을 공고, 2022년 1월17일 시행했다. 

그러나 관련업계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지난 7월17일 본격시행됐다. 이번 기획을 통해 개정된 생물학적 제제 등의 제조·판매관리규칙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규제대응 솔루션을 살펴본다. 

운송용기별 온도모니터링 의무
지난 7월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이 6개월간 계도기간을 마치고 시행된 지 2개월이 지났다. 개정에 따라 많은 기업이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템 및 인프라 등 마련에 노력해왔다. 

생물학적 제제 등의 보관·수송관리 강화를 위해 개정된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의 주요내용은 △보관관리 강화 △수송관리 강화 △출하증명서 개선 등이다. 보관관리 강화의 경우 판매자는 생물학적 제제 등을 바닥에 닿지 않게 보관해야 하며 냉동·냉장 보관하는 경우 설치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검·교정해야 한다. 

또한 온도기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 수송관리 강화의 경우 판매자가 생물학적 제제 등을 운송하는 경우 수송용기와 냉동·냉장차량 내부에 자동온도기록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수송과정에서 보관온도를 유지하는지 사전에 검증해야 하며 수송온도기록을 2년간 보관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 등의 수송과정에서 온도유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출하증명서 양식도 개선됐다. 판매자는 수령자에게 생물학적 제제 등을 인계하는 경우 온도를 기재하고 수령자의 서명을 받아 출하증명서를 직접 보관해야 하며 수령자가 요청하는 경우 사본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출하증명서의 관리가 용이하도록 전자문서형태로의 보관이 허용된다. 도입 초기 업계 혼란식약처 가이드라인 마련변화에 대한 준비없이 단순히 규제에서 요구하는 온도기록장치 도입으로 규제 준비를 마친 기업들은 현재 상당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다. 

규제에서 요구하는 관리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성능이 미흡한 장치들로 인해 다시 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초기 규제는 개선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등 의약품 관련규제의 경우 적용범위, 실효성 등에 대해 산업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나 앞으로 개선을 통해 해결될 전망”이라며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콜드체인 규제를 우리보다 앞서 시행한 국가들 또한 초기 미흡점들을 지속 개선해 오며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규제 또한 산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어떻게 개선해 나가느냐가 앞으로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러한 관점에서 의약품 콜드체인 규제가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지난 5월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의 상세 운영방안을 안내하는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주요내용으로는 △수송 중 자동온도기록장치, 수송설비 운용 시 고려사항 △하나의 용기를 사용해 여러 약국에 수송 시 용기적정성 검증방법 제시 등이다. 

수송 중 자동온도기록장치에서 온도를 기록하는 주기를 판매자가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최소 10~15분마다 1회 온도를 기록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수송설비 검증은 수송거리·시간, 외부기온, 수송설비에 넣은 제품의 양 등 최악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 

위탁기관에 검증을 위탁할 때는 판매자가 수송환경·조건 등이 검증범위 내에 있는지 등 검증의 적절성을 검토·승인해야 한다. 

하나의 수송용기로 여러 의료기관과 약국에 수송하는 경우 반복적인 용기개폐 등에도 불구하고 실제 수송조건에서 저장온도가 유지됨을 사전에 검증하고 검증한 범위 내에서 수송해야 한다. 

수송가능범위를 설정할 때 용기개폐 시간·횟수, 배송지간 거리, 배송시간, 배송지 수, 계절 등에 따른 외부기온, 뚜껑개수 등 용기구조, 용기의 밀폐정도, 온도측정방식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인슐린 공급난 발생…구조개선 시급
이번 생물학적 제제관리규칙 개정은 제제별 특성을 반영한 조치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슐린이다. 

인슐린은 생물학적 제제임에도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8℃ 이상 또는 실온까지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에 따라 운송용기, 콜드체인 등 철저한 온도관리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인슐린은 소량이 높은 빈도로 운송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인슐린에 대한 운송비용이 증가하면서 유통마진이 줄고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유통사가 인슐린 유통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해 당뇨병 환자들의 우려가 커졌다. 

식약처는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시행에 따라 발생한 인슐린 유통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지난 8월 환자단체·유통업계·대한약사회·제약사 등과 계도기간연장, 인슐린의 효율적 공급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를 통해 전국 약국에 인슐린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인슐린 구입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도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그러나 이미 7월17일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이 있었음에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의약품의 특성상 빈도가 높은 공급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급프로세스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긴급공급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 등 유통사의 경영난으로 인한 비용절감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비용절감을 위한 공급횟수의 감소로 의약품 적기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접안액 등 생물학적 제제가 아닌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온도관리가 필요한 제품은 많지만 제도적인 장치가 없어 관리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으며 이는 변질될 우려가 있는 제품도 별도의 조치없이 유통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업계의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제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각 제품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가 설계, 운영돼야 하며 현재 식약처의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은 명분만 그럴싸한 제도”라며 “현재의 제도는 유통사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으나 최종사용자인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콜드체인이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면 제조, 유통단계에서 콜드체인을 강조하는 의미가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콜드체인 수요증가…제도정비 ‘과제’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개정에 대해 관련업계는 그동안의 방식과 달리 제조·유통·소비 등 전 과정에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또한 관련시장이 지속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개정으로 온도데이터 추적 및 관리가 철저히 이뤄짐으로써 소비자는 제품에 대한 안정성을 믿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냉동·냉장제품이 지속 출시될 전망으로 의약품 콜드체인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의약품 유통업계 전체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상황에서 콜드체인을 위해 차량교체, 용기사용, 데이터관리 및 보관의무 등은 비용발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급격한 업무프로세스 변화에 따라 관련인력 증가, 관리포인트 증가에 따른 관리비용 상승 등으로 수익률 악화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온도민감성 의약품 운송수요 증가로 인한 경영악화도 우려된다. 규제로 인해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콜드체인이 의무화되면서 제약사는 온도안정성을 위한 추가연구를 진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제약사의 온도안정성을 갖추지 않은 신약개발 투자는 온도관리가 필요한 의약품 유통증가로 이어진다. 

한국의 의약품 개발 수준은 전 세계를 놓고 보더라도 우수하다. 그러나 콜드체인분야에 대해서는 선진국대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의약품콜드체인과 관련한 단체표준이 최근 만들어지긴 했으나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로 제한적인 부분에만 적용되고 있으며 이를 확대하거나 국가표준으로 제정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관련업계는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 개정을 통해 의약품 유통구조의 변화를 전망하고 있다. 의약품 콜드체인물류가 세분화되면서 기존방식과는 다른 유통구조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관계자는 “최근 인슐린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제품의 공급·회수방법, 보관방식 등이 고려된 식약처의 허가사항인 보관방식의 결정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콜드체인 전문물류사에 대한 인증제도의 도입, 유통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GDP, KGSP, ATP 등 제도도입도 필요하다. 또한 한국의 특수한 유통환경과 배송프로세스, 지리·환경적 여건 등을 고려한 한국형 검증프로세스 구축도 병행해야 한다. 

특히 의약품안전에 대한 까다로운 기준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조·유통·소비자 등에 이르는 전 유통 전 과정에 온도이력에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는 IoT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업계의 관계자는 “21CFR Part11과 Annex11은 의약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전자기록물에 관한 미국과 EU의 법률로 전 세계 헬스케어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미국과 EU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의무규정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로 의약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관련규정을 적용받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해외기준에 부합하는 디지털기술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정된 생물학적 제제 관리규칙에는 전자 생물학적 제제 출하증명서를 허용한다고만 명시돼 데이터 무결성, 안정성 관련규정이 미흡하다”라며 “이에 따라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전자기록 및 서명도 신뢰할 수 있는 규정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